“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작가가 작품에 가려지는 게 싫다.”

판매업부터 은행원, 예술학교 카운슬러까지 많은 직업을 거친 남자 에디 리. 그는 43세라는 나이에도 꾸준히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다른 한인들을 위한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의미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나무 판에 그린다.
얼마 전 EK갤러리에서 열린 ‘예술을 통한 다양성’ 미술 전시회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참가하며 한국의 멋을 알렸다.

 

-살아온 배경이 궁금하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1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오게 됐다. 아버지 직업상 이사를 많이 다녔다. 콜로라도에서 살았던 적도 있는데 거의 워싱턴 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직업 특성상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여러 도시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남동생과 둘이 스스로 자라왔던 거 같다. 어렸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덕분에 상상력이 풍부하다. 이사를 많이 다녀서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에 그림을 많이 그리면서 창의성이 길러진 것 같다.”

-어떻게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섰나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왔다. 식품 쪽에서도 일했었고, 판매, 은행원 등을 거쳐 예술가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예술대학 카운슬러였다. 그 일이 가장 큰 원동력을 준거 같다.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얘기하고 한참 풋풋하게 꿈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한때는 저랬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당시 내 모습은 창의력과는 거리가 먼 사무직이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천천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반응이 괜찮은걸 보고 나에게도 기회가 있겠다 싶었다. 그 동안 돈도 모아놨었다. 큰 모험이었지만 계산된 모험이었던 거 같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LA에 오고 나서의 삶은 어땠나

“맨 처음 LA에 왔을 때는 작품을 전시할만한 갤러리도 없었고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다 몰랐기 때문에 베니스비치에 있는 보드워크에 작품을 전시해 판매했다. 로컬사람들이랑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 LA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작품을 공개했는데 긍정적인 반응들이어서 이 곳에서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술적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미술잡지를 읽고 있었는데 눈에 띄는 아티스트가 있었다. LA에서 활동하는 오드리 카와사키라는 아티스트인데 나무 판에 여자를 그린 모습이 와 닿았다. 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었다. 그 작품을 보고 내가 원하는 작품이 이런 것이라는걸 느꼈다. 여성에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냥 길을 지나가다가도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많은 것들이 보이고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그 짧은 순간에 많은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한인 2세로서 작품에 주는 영향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미술계에는 미술가보다는 작품이 더 잘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작가가 작품에 가려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다.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에는 롤모델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내가 그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이 많지 않은 미술계에 나의 정체성을 주입시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

-지금 아티스트의 삶은 어떤가

“열정을 넘어선 ‘집착’을 키워야 한다. 일을하면서 점점 더 나아지고 주변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일을 하고 있는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내가 존중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가. 이런 질문들이 중요하다.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어날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결국은 희생에 대한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희생을 해야 한다면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열정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스스로가 기대하는 것과 현실이 맞지 않는다면 커리어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취재|편집/ 송정현 기자
촬영/ 김은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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