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지평선을 찾아서

카리조 평원 국립 모뉴먼트(Carrizo Plain National Monument)

2020년 4월에 방문한 카리조 평원은 지난해보다 더 조용하다. 2019년에 비해 꽃이 덜 핀 이유도 있지만 년 초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와 “Stay at Home” 명령 때문인지 외진 곳이 더욱더 쓸쓸하다.

캘리포니아 중부에 위치한 카리조 평원은 봄철에 산등성이로 펼쳐지는 야생화로 유명하다. 밝은 햇살과 산들바람이 부는 봄날에는 사방으로 펼쳐진 노란 꽃들이 장관을 이룬다.

평원을 관통하는 소다 레이크 로드(Soda Lake Road)를 따라 듬성듬성 보이는 각종 야생화 물결도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리조 플레인은 LA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 운전 거리인 샌 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 (San Luis Obispo County) 내륙에 위치한다. 위도는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와 비슷하며 50마일(80km)의 길이에 폭은 약 15마일(24km)에 달한다.

세계적 농산물 산지인 중부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이곳은 강우량에 따라 산과 구릉의 모습이 달라진다. 어떤 해에는 메마르고 황량해 보이지만 강우량이 많은 해에는 노랗고 푸른 야생화들로 물결친다.

카리조 평원에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90% 이상의 나트륨 성분을 지닌 소다 레이크(Soda Lake)는 평소 하얀 백색 가루로 뒤덮여 있지만, 강우량이 많은 해에는 넓은 지역에 물이 가득하다.

소다 레이크를 자세히 즐기려면 직접 호수 주변을 걸어 볼 수도 있고 룩오버 힐(Lookover Hill)에 올라 위에서 호수 전체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평원은 기원전 2000년부터 츄매쉬(Chumash) 원주민들의 거주지였다.  예약으로만 입장 가능한 페인티드 록(Painted Rock)에 그려진 바위 문양를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 평원 가운데로 샌 안드레아 지진대가 지나간다. 직접 눈으로 깊이 팬 골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항공 사진으로 보면 뚜렷이 그 자국이 나타난다.

카리조 평원은 동쪽으로 텀블러 산맥(Temblor Range), 서쪽으로 칼리엔테 산(Caliente Mountain)이 있다. 산등성이로 야생화가 피어있어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 위로 운전하면 더 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소다 레이크 남쪽에 있는 트레버 랜치(Traver Ranch)에는 목축업자들이 쓰던 농기구를 전시해 놓았다. 랜치 뒤편으로 비포장 산길을 들어서면 온갖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오른 풍경이 나타난다.

칼리엔테 산등성이로 꽃이 만발하고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지는 무릉도원과 같은 곳에서 나홀로만의 자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남북으로 도로가 관통하는 카리조 평원은 166 국도를 통해 남쪽에서, 58번 국도를 따라 북쪽에서 들어가는 길이 있으며 LA에서 출발한다면 총 관광 시간은 8~9시간 정도 소요된다.

58번 국도에서 33번으로 갈아타면 피스타치오(Pistachio) 농장이 나타나는데 캘리포니아가 미국의 피스타치오 98%를 생산한다고 한다. 그리고 33번을 따라 끝없는 오일필드가 나타난다. 1시간을 달려도 이런 장면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캘리포니아의 풍성한 지하자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33번 국도와 46번 국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주유소 마켓을 들리길 추천한다. 이곳은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에서 반항아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제임스 딘(James Dean)이 자동차 사고로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이다.

젊어서 요절한 제임스 딘을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은 꼭 들러 볼만한 곳이다.마켓 내부에는 제임스 딘과 관련된 자료 외에도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 에 등장하는 왜건 자동차를 진열해 놓았다.

LA에서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당일 방문지로 다녀올 수 있는 카리조 평원은 조용하고 평온한 가운데 야생화 가득한 초원에서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카리조 평원에는 식당이나 주유소 등 편의시설이 없다. 자동차 가스를 확인하고 물과 음식을 준비하도록 한다.

 

 

글, 사진 / 김인호 (하이킹 전문가)
김인호씨는 미주에서 활동하는 등반, 캠핑, 테마 여행 전문가로 미주 중앙일보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에 등산 칼럼을 연재하면서 초보에서 전문가까지 미주 한인들에게 유용한 실전 하이킹 정보를 꾸준히 소개해오고 있다. 저서로 ‘남가주 하이킹 105선’ ‘하이킹 캘리포니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