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스타워즈라는 거대한 서사시가 다시 시작된다고 할 때 제작자와 감독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세상에 다시 없을 영화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려면 열광적인 팬들과 새롭게 유입될 팬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
새로운 스타워즈의 포문을 여는 ‘깨어난 포스’는 일종의 다리 역할이었다. 스타워즈의 이야기 구조에 익숙한 올드팬들은 모두 환호했지만 지나치게 전작을 의식해서 식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루크가 레이로, 다스 베이더가 카일로 렌으로 바뀐 것뿐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

그래서 이번 작품을 연출한 라이언 존슨 감독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과거의 스타워즈와는 확실히 차별점을 보여줘야 하지만 팬들이 너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게다가 스타트랙 시리즈를 새롭게 만들어낸 감독 JJ에이브럼스의 뒤를 이어 연출하는 것도 부담됐을 것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 감독.

라이언 존슨 감독은 브릭이라는 독립영화로 데뷔하면서 뛰어난 연출력을 가졌다고 알려졌지만 초대형 블록버스터 연출을 해본 적은 없다. 그나마 루퍼의 성공으로 인해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정도다. 이런 그에게 세계 최고 영화 시리즈 작품을 최고의 감독의 뒤를 이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다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작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존슨 감독은 성공했다. 라스트 제다이는 과거 스타워즈를 정리했고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얘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스타워즈는 역사가 길다. 그래서 그 안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후속편으로서 연관성을 강조하는가장 쉬운 방법은 옛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영리한 전략이다. 사람들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역들인 루크 스카이워커, 레아 공주, 한 솔로, 츄바카를 보고 열광했다.

차이니스 씨어터에서 큰 화면으로 ‘라스트 제다이’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축제를 즐기는 것 같았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그만큼 캐릭터들의 힘은 강력했다.

하지만 옛 캐릭터들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가 가려지기도 했다. 레이, 포, 핀과 같은 새로운 시리즈의 주역들은 충분히 매력이 있었지만 옛 캐릭터들의 ‘포스’에 눌려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star wars last jedi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해결책은 간단했다. 옛 캐릭터들을 퇴장시키는 것.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 그들에게는 멋진 엔딩이 필요했다. 한 솔로는 깨어난 포스에서 혈연으로 얽혀있는 스타워즈의 이야기를 상기시키면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자신이 ‘만들어 낸’ 악당이자 조카인 카일로 렌과의 한판 대결을 끝으로 사라졌다.

 

파괴인가 재해석인가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엄청난 비난이 몰리고 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이 기존의 스카워즈의 설정과 충돌하는 요소를 너무 많이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일부 팬들은 평생 봐온 스타워즈의 모든 것이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영화 커뮤니티 ‘플릭스터’의 관객 평점은 55점에 그쳤다. 최악의 점수를 준 사람들은 ‘팬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흔히 스타워즈를 보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광선검 액션이 부족하다는 것도 팬들이 실망한 이유다.

평론가들의 평은 최고 수준. 평론가 리뷰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는 93점을, ‘메타크리틱’에서는 86점을 기록했다. 과거의 유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토대를 다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이다.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에 주는 찬사로는 최고다.

스타워즈와 같은 대작의 반응이 이렇게 양극단으로 나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어쨌든 스타워즈의 최신작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이 만족감이던 실망감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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