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로 산다는 건 매일 자아에 대해 배우는 것”

LA한인타운 도산 안창호 벽화/ 김상진 기자

지난 해 10월 한인타운의 한 바디숍 벽에 거대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초상화가 등장했다. 기존 그래피티나 거리예술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화풍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인 2세 아티스트 조셉 리(29세)다. 피닉스 태생으로 6년 전부터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올리브 다운타운이 주최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파이널리스트 톱 4로 뽑혀 주목을 받고 있다.

-살아온 배경과 LA에 온 이유가 궁금하다
“부모님이 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아버지는 작은 사업을 운영해오셨고 어머니는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다. 예술가 집안은 아니었다. 피닉스에서 태어나 인디애나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작은 동네에서 지내다 보니 심심했다. 어렸을 때 영화를 많이 보며 컸기 때문에 할리우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LA는 나에게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었고 6년 전 LA에 오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섰나
“항상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LA에 와서 많은 스트리트 아트와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갑자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소셜미디어에 작품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조금씩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콜렉터가 첫 작품을 1300달러에 구매했다. 지금도 큰 돈이지만 그 당시 1300달러는 두 달치 렌트를 낼 수 있었다. 모든 파트타임 일을 그만두고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두려움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한인 2세로써 작품에 주는 영향이 있는가
“어렸을때 자라면서 한국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국인이다 미국인이다 한쪽에 기울지 않았다. 한인 2세로 자란다는건 매일 자신의 자아에 대해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두 문화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내 작품도 여러가지를 담고 있다. 그렇게 하니 양쪽 모두를 즐길 수 있어 좋다.”

-한인타운에 도산 안창호 작품은 어떻게 그리게 됐나
“어느 날 ‘KORE limited’의 대표 매튜 김 씨가 연락이 왔다. 젊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한인타운 번화가에 도산 안창호 선생의 벽화를 그려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 기회를 통해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해 많이 배웠고 한국의 역사를 널리 알릴 수 있어 기뻤다.”

LA한인타운 도산 안창호 벽화/김상진 기자

-미술적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LA에 처음 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과 다른 문화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그것을 통해 사람에 대해 경험하고 사람에 대해 배우는게 좋았다. 주변 환경에 있는 것들을 이용하는걸 좋아한다. 스튜디오가 지금 자바시장에 있어 페인팅을 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는 자바시장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작품에 그런 경험이 반영되는 것 같다.”

-올리브 다운타운 아티스트 인 레지던트 파이널리스트에 뽑혔다
“우연히 프로그램에 대해 듣게 되었다. 작품을 냈봤는데 감사하게도 파이널리스트 후보로 뽑혔다. 올리브 다운타운에서 진행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트 프로그램은 6개월 동안 스튜디오와 하우징 재료비를 제공받으면서 전시회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파이널리스트 톱 4에 뽑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다른 아티스트들도 훌륭하다. 하지만 내 작품이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것을 통해 이 도시를 아우를 수 있으면 좋겠다.”

*올리브 다운타운 아티스트 인 레지던트는 LA다운타운 주거문화와 예술을 점목시키는 프로젝트다. 조셉 리는 아티스트 총 185명 중 파이널리스트 톱 4로 뽑혔다. 파이널 아티스트는 6월 중순에 발표한다. olivedtlaair.com/joseph-lee/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과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해에는 메리 카노스키 갤러리에서 솔로 전시회를 열었다. 케이브 갤러리에서 그룹 전시회도 했었고, 6월 중순에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스콥 베이즐 아트쇼에 참가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연히 계속 그림을 그리는 거다. 내 미래에 대해 모른다는 게 좋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든 받아 들일 준비가 돼있다. 하루하루가 다른 날이다. 그 날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근데 그게 제일 날 신나게 만든다.”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
“엄마를 많이 닮았다. 엄마는 어렸을때 부터 똑같이 하던 말이 있다. “하고싶은게 있으면 끝까지 열심히 해라.” 엄마도 항상 열심히 일해왔다. 나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싶다. 5-6년전에는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을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지금은 그림으로 돈을 벌고 자립했다. 지금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스튜디오로 와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한다.”


취재 / 송정현 기자
영상 / 김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