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세상을 사진에 담기 위해 세상의 많은 것을 버렸다.
많은 이들이 편안한 삶을 선택하는 60세가 되던 해에 부부는 안락한 집을 버리고 RV로 삶을 옮겨 탔다. 여행과 함께할 그 작은 RV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덜어내고 덜어내고 또 덜어냈다.
신현식 사진작가는 “용도를 다한 수첩이 종이봉투로 재활용되듯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나도 행복한 과일봉지로 재활용되기를 바라면서 길을 나섰다”고 말한다.

아내 브룩 신씨는 담담하게 남편의 여행계획을 받아들였다. 그에게 여행은 필연으로 만난 부부의 운명 같은 것이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살림살이를 정리하면서 원칙을 세웠다. ‘마음은 단순하게, 소유는 간단하게’였다. 물론 쉽지 않았다. 집을 정리하고 여행을 떠나는 첫해에는 다 버리지 못해 스토리지에 남은 물건을 두고 떠났다. 그렇게 1년을 살았는데 그 물건들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졌다. 그래서 스토리지까지 정리했다”고 브룩씨는 말했다.

그렇게 덜어냄 속에서 탄생한 사진들이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포토저널리스트 신현식씨와 브룩 신 부부의 ‘대륙탐방 사진전’이 오는 26일부터 닷새간 중앙갤러리서 열린다. 전시는 미주중앙일보와 넥센타이어가 후원한다.

신현식 작가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국전과 동아미술제 등 다수의 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진도그룹 사진실장으로 일했고 1992년 중앙광고대상 출판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93년 LA중앙일보에 입사, 2016년까지 사진부장과 사진전문위원으로 일했다. 현재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사진들은 부부가 700일간 45개 주, 300개 도시, 6만 마일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다. 그렇게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 중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사진은 단 50점이다.

삶을 덜어냈듯이 부부는 사진을 추려냈다.

“버려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처럼 사진도 버려야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부부는 입을 모았다.

신현식 작가의 작품 ‘맨해튼’

 

신 작가는 “풍경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그래서 진부해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작품성을 갖기 힘든 것이 풍경사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곳을 여행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지만 부부의 사진은 확연히 다르다. 브룩씨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표현해 냈다면 신 작가는 풍경 속에 인간의 삶을 함께 담아냈다.

신 작가의 작품 ‘맨해튼’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맨해튼의 고층빌딩과 묘지의 비석들이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는 “저 높은 고층 빌딩에서 일하다 그 밑의 무덤에 묻히는 게 인간의 삶인 것 같다”고 되뇌듯 말한다.

 

700일, 45개 주, 300개 도시 
RV로 여행하며 찍은 사진 50점
26일부터 닷새, 중앙갤러리서

브룩 신씨의 작품 ‘늪’

미시시피의 늪에서 찍은 브룩씨의 사진은 자연이 가진 아름다운 일상을 구도로 담았다.

평생 간호사로 일했던 브룩씨는 2년 전 여행을 떠나며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남편은 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올 때까지 터치하지 않았어요. 대신 끊임없이 제게 물었죠. 그 사진은 왜 찍는 거냐고. 사진에 어떤 마음을, 어떤 생각을 담은 거냐고….”

신 작가는 ‘제자’인 아내에 대해 “풍경은 널려있는 자연을 어떻게 잘 정리하는가가 중요한데 생각외로 상당히 감각이 있는 편이다”고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부부는 전시회 후 또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오랜 기간 부부의 삶의 터전이 되어줄 RV도 다시 장만했다.

“3년이 될 지 5년이 될 지는 모르겠어요. 그 이후의 삶이요? 모르죠. 그게 삶이더라고요.”

26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오프닝 리셉션에서는 전시되는 50점 외에도 여행하며 찍은 다양한 사진들을 슬라이드를 통해 공개한다. 또 여행을 통해 얻은 RV여행에 대한 노하우도 소개할 예정이다.

▶주소: 690 Wilshire Pl. LA.
▶문의: (213)321-2334

오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