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영화계에서는 아픈 역사를 담아낸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12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뤄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역사적인 사실들을 나타내는 방식이 미흡해서 논란을 불러온 경우도 있다. 위안부 강제동원과 강제징용을 다룬 군함도는 화려한 출연진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으나 영화의 연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면서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서 필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이 있다. 물론 정답은 없는 문제지만 한 번쯤은 해봐야 하는 질문이다. 특히나 영화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관객들 사이에 터져 나온 2017년에는 더 의미가 있다. 과연 영화는 어떻게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것이 효과적인가?

알리고 싶은, 알려야만 하는 이야기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역사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신선한 영화다. 반드시 알리고 싶은 또 알려야만 하는 역사의 한 단면인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주요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는다.

주인공은 옥분(나문희 분)이다. 지금까지 구청에 8000여 건에 이르는 민원을 접수해서 도깨비 할머니로 불린다. 새롭게 구청으로 전근 온 민재(이제훈 분)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절차와 원칙’에 맞게 모든 민원을 접수한다. 하지만 어느 날 둘은 영어학원에서 마주치게 되고 그 이후에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처음에는 이를 완강하게 거절하지만 민재의 동생 때문에 결국 둘만의 영어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을 통해서 민재는 공무원이 아닌 동네의 주민이자 옥분의 친구가 된다.

후반부 옥분이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위안부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미국 하원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증언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민감한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노골적인 묘사 없이 따듯한 코미디의 형식을 빌렸다는 것은 매우 신선한 시도다. 너무나도 아프고 잔인한 역사기 때문에 보기 괴로운 위안부라는 소재를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위안부라는 강렬한 소재가 없이도 만듦새가 좋은 영화다. 아픔과 고통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

역사를 다루는 영화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사지만 이를 교훈으로 삼아서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종종 역사영화를 평할 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구절도 인용된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체적인 극을 통해서 매우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위안부라는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것이 현재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당시 강제동원의 피해를 받은 할머니들이 아직도 살아있다. 일본은 2007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국 하원에서 증언을 하고 결의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옥분이 증언 도중 “내가 증거다!”라고 외칠 때의 울림은 크다.

극의 연출 자체가 세련되지 못한 부분은 있다. 특히 소소하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부분으로 바뀔 때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워낙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며 나문희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옥분과 진주댁의 대화 장면이나 옥분의 하원 증언 장면 등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충분하다.

한국에서도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LA 한인타운과 부에나파크의 CGV에서 개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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