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채소들은 하루하루 바쁘다. 새끼손톱만했던 싹이 하루 사이 엄지손톱만큼 자라있다. 정성을 들인 만큼 무럭무럭 자라는 채소를 보는 재미는 어디에 비길 수 없을 만큼 쏠쏠하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가꾸고 또 그곳에서 수확한 채소들을 밥상에 올려 함께 먹는다면…. 텃밭이 주는 가치는 그 이상이다.
텃밭 농사가 쉬운 것 만은 아니다. ‘뿌린 만큼 거둔다’고 정성을 들인 만큼 밥상에 올라오는 푸성귀도 풍성해진다. 텃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땅이다. 채소와 과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좋은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 첫째다.
땅이 없다고 채소를 키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땅 없이도 얼마든지 간이 텃밭을 만들어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충분히 키울 수 있다. 사용한 채소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배양토를 만드는 법과 채소 키우는 노하우 나무나 시멘트로 화분을 만들어 텃밭으로 사용하는 방법까지 공개한다.
텃밭으로 채소와 과일은 거의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는 벤투라의 전용관씨 집을 지난 12일 찾았다.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는 집이다. 하지만 뜰로 들어가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작은 농장을 방불케 할 만큼 셀 수 없이 많은 채소와 과일이 정원 곳곳을 채우고 있다. 채소류는 거의 자급자족하는 수준이다.
우선 상추ㆍ깻잎ㆍ쪽파·대파·호박·고추·토마토·오이 등은 기본이고 케일, 자소엽ㆍ질경이나물ㆍ참나물·방풀나물·부지깽이나물·삼채·갓·열무·마·파슬리 등 어림잡아도 20여 가지 이상이다. 과실수도 오렌지·복숭아·포도·대추·무화과·레몬·아보카도·감나무 등 8가지다. 이렇게 많은 채소와 과일을 키우니 정원 대부분이 텃밭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의 뜰에는 꽃들과 다육식물 등의 관상용 식물도 즐비하다. 정원 한 쪽에는 코스모스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렇다고 전씨의 집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저 그의 집은 구석구석 놀리는 공간이 없을 뿐이다. 담벼락과 집 사이 골목처럼 좁은 공간까지 직접 만든 기다란 맞춤형 나무상자를 이용해 텃밭으로 활용한다. 또 680여 개에 달하는 화분도 텃밭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채소 키우는 노하우
그의 정원에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채소 중 하나는 토마토다. 곳곳에 발그레하게 익은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 종류만도 쿠마토, 퍼플체로키, 체리, 로마 토마토 등 6종에 달한다.
정씨는 “토마토는 건강에도 좋지만 키우기도 가장 쉬운 채소 중 하나”라며 “이미 토마토가 있다면 모종을 구입하지 말고 떼어낸 곁가지를 꺾꽂이를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토마토 모종이나 꺾꽂이를 할 때 주의할 점은 대를 사선으로 잘라주고 대의 반 정도까지 깊숙이 따에 파 묻어주는 것이 요령이다. 또 씨로 보관도 페이퍼 타월 한 장이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전씨는 “씨를 묻혀 놓고 페이퍼 타월에 이름도 써 놓으면 구분하기 쉽다”고 알려줬다. .
그는 이어 “방울토마토는 여름이 지나면 따 먹기 힘들겠지만 쿠마토는 연중 내내 먹을 수 있다”며 키워 볼 것을 추천했다. 검붉은 색을 띠어 흑 토마토라고도 불리는 쿠마토(Kumato)는 맛도 좋지만 마켓에서도 다른 토마토에 비해 비싸게 팔리는 토마토종이다.
위장병에 좋다는 마도 키운다. 마켓에서 마를 사다가 토막토막 잘라 땅에 심으면 끝. 건강에 좋아 샐러드는 물론 주스로도 즐겨 먹는 케일은 잎케일과 나무 케일 두 가지를 키우고 있다. 그는 “나무 케일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하나 심어 놓고 언제든지 잎을 똑똑 끊어 먹으면 되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일 나무들은 과감하게 높이를 쳐줘야 부담없이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작게 키우는 게 요령이다. 웬만한 과일들은 사다리 없이 땅에서 다 따먹을 수 있을 만큼 깡똥하게 쳐준다. 나이가 들면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 빠짐 좋은 배양토 만들기
전용관씨는 배양토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분갈이한 흙을 재활용하고 구입해 온 흙도 본인만의 레시피로 재탄생시킨다. 케미컬이 든 비료나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닭똥 거름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키우는 건데 항생제나 케미컬이 들어간 흙이나 비료를 사용해서야 되겠냐”고 강조했다.
그가 만드는 배양토는 ▶피트모스(Peat Moss)와 톱소일(top soil)이나 가든소일(garden soil) 또는 리사이클링할 흙을 반반씩 섞고 ▶펄라이트(perliteㆍ진주암)와 버미큘라이트(vermiculiteㆍ질석)를 각각 흙양의 10% 정도씩 섞어 준다▶오개닉 거름도 섞어 영향분을 보강해 넣어준다. 이때 커피를 내리고 나온 찌꺼기를 흙의 10% 비율로 섞어준다. 커피찌꺼기에는 식물 성장에 필요한 무기질이나 단백질 등 풍부한 영양분이 포함돼 있다. 전씨에 따르면 커피 체임점에 가면 얼마든지 사용한 커피 찌꺼기를 얻을 수 있다.
전씨는 “채소나 화초가 잘 못 자라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물 빠짐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물이 잘 안 빠지면 뿌리가 섞게 된다. 펄라이트는 배수를 도와주고 버미큘라이트는 물을 잘 머금고 있다가 필요할때 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영양제의 경우 설립된 지 100년 넘은 EB스톤이라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아주 좋아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피트모스는 이탄토, 습지, 늪 등에 수생식물류 및 그 밖의 것이 부식화되어 쌓인 것으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성토양을 만들어 주는 흙이다)
전씨에 따르면 모종을 만들 때는 잔뿌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펄라이트를 30%까지 그 비율은 높여주는 것도 좋다.
그는 추가로 사리염이라고 불리는 엡솜솔트(epsom salt)도 자주 사용한다. 미네랄을 보충시켜주기 위해서다. 흙 위에 조금씩 올려주거나 물에 희석시킨 앱솜솔트(갤론당 1티스푼)를 분무기로 잎에 뿌려준다. 전씨는 “특히 과일이 익어갈 때쯤 엡솜솔트를 과일에 직접 뿌려주면 당도다 높아진다”고 전했다.
◇텃밭용 화분 만들기
땅이 없다면 화분을 사거나 만들어 채소를 심어도 된다. 전씨는 시멘트나 나무를 사용해 화분을 만든다. 돌 화분은 시멘트로 만들었지만 펄라이트 등 가벼운 재료들을 섞기 때문에 무겁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돌 화분 만드는 과정은 먼저 ▶포틀랜드 시멘트와 펄라이트, 버미큘라이트, 피트모스를 각각 1:1:1:1로 섞는다 ▶섞인 재료는 물을 부어 손으로 꽉 지면 뭉쳐질 정도로 갠다▶스트로폴 박스나 플라스틱 박스에 비닐을 씌우거나 스프레이형 쿠킹오일을 박스에 뿌려 준 후, 바닥은 2인치 옆은 1인치~1.5인치 정도로 쌓아 올려준다. 이때 배수구를 뚫어준다▶통째로 비닐에 싸서 말려뒀다가 이틀 정도 후 50~60% 정도 굳었을 때 통에서 빼내고 홈을 파준다. 전씨는 “더 가볍게 만들려면 시멘트 양을 줄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집에는 담벼락 사이 좁은 공간에 기다란 나무 화분을 만들어 놨다. 이곳에는 질경이, 배추, 자소엽 등 다양한 채소들을 키우는 용도로 사용한다.
만드는 방법은 ▶1인치 두께의 12×96인치 소나무를 구입해서 기다랗게 나무 상자를 만든다▶바닥에는 드릴을 이용해 지름 1인치 정도로 구멍을 4개 정도 뚫어준다▶토치(Torch)를 이용해 그을음을 줘서 무늬를 만들고▶ 그 위에 야외용 반광 폴리우레탄(exterior semi- polyurethane)을 4번 정도 덧칠을 해주면 오래도록 써도 나무가 썩지 않는다▶나무상자 밑에는 벽돌을 깔아줘서 물 빠짐을 원활하게 해준다.
오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