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캠핑카를 타고 세계 여행하는 가족으로 관심을 모았던 ‘토토패밀리’ 가 지난 1월 대장정의 종착지인 LA를 찾았다. 탐험대장 아빠 곽국배(50)씨, 요리사 겸 총지휘자 엄마 박경남(46)씨, 촬영 담당 아들 곽재욱(19)군과 영상 편집을 맡고 있는 딸 곽미주(13)양. 네 가족은 3년 전 통근용 소형 버스를 캠핑카로 개조한 ‘아톰버스’를 타고 일본을 거쳐 러시아, 몽골,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미 등 5대륙 70개국을 돌며 여행했다.

Q.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

아빠/ 1995년에 1차 원정이 있었어요. 그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결혼 전이었는데 혼자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1년 넘게 여행한 적이 있고요. 그때 저를 많이 성숙시키는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들과 한 번 다시 와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가족 탐험대를 구성하는데 20년이 걸린 거예요. 왜냐하면 아내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둘 낳아서 기르는 데까지.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타임테이블을 50살이 되기 전에 도전을 하자. 그래서 마흔 살 후반에 하게 된 겁니다.

Q. 2년 반 동안의 여정은

아들/ 2016년 7월 말쯤에 일본에 갔다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을 해서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터키, 유럽, 발칸국가들, 서유럽, 북유럽, 동유럽, 이스라엘, 요르단, 모로코, 이집트, 수단,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보츠와나, 잠비아, 남아공,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니카라과, 온두라스, 멕시코, 과테말라, 그 다음에 캐나다 들러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딸/ 일주일 정도 이후에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여행은 끝났어요.

Q. 여행 경비는 어떻게

엄마/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 학원비 이런 거 다 일절 안하고 저희가 버는 수입에서 10%씩 5년 정도 계획을 해서 적금을 들었어요.

아빠/ 차량을 최소 경비로 여행할 수 있도록 개조했어요. 그래서 차 위에는 100W 짜리 태양열 다섯 장이 들어가 있고 그걸로 전기를 만들어서 전기 밥솥을 가지고 다닙니다. 그래서 일단은 밥 먹고 하는 것들은 차 안에서 자급자족을 하고 있고. 또 숙소에 한 번씩 갈 때마다 김치를 한 두 달에 한 번씩은 담가요. 그래서 김치가 있으니까 현지에서 감자, 양파, 당근 같은 거를 사서 한 번씩 또 해먹고. 그리고 어느 나라나 수도에 가면 아시아 음식점이나 아시아 식료품점 아니면 한국 재료들을 파니까 그럴 때가서 재료 사다가 직접 차에서 해먹고 해서 경비를 줄입니다. 물론 숙박은 호텔에 가지 않고 차에서 잠을 자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하루에 한 100달러 정도로 한 50달러 정도는 기름값으로 하고 나머지는 부식이나 박물관 입장료로 내고. 그래서 굉장히 저렴하게 이렇게 다니고 있습니다.

Q.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딸/ 어느 순간 유튜브가 굉장히 흥하기 시작했잖아요. 저희는 처음에 부모님이 블로그를 하셨는데 사람들이 저희를 잘 모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오빠의 편집 실력을 제가 배우고. 그래서 저도 그 편집 실력으로 유튜브를 가꾸고. 그렇게 오빠랑 저랑 같이 유튜브를 하게 되었어요.

아들/ 저는 처음에 이게 하나의 추억이니까. 가족의 추억을 잘 담자 내가 노력을 해서. 그래서 열심히 찍고 저장을 했고요. 이 여행을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원하니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여행하며 힘들었던 적

엄마/ 여행이 저희가 이제 2년 반이 됐는데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여자들 같은 경우에는 차에서 먹고 자고 하니까 잘 씻지도 못하고 특히 공중화장실을 밤이건 낮이건 많이 이용을 해야 해서 그런 게 많이 힘들었어요. 아프리카나 중남미 같은 경우는 집집마다 다 철창으로 돼있고, 전기 펜스 돼있고 이런 것들이 문화적인 충격이었어요. ‘아 우리가 정말 안전한 곳에 살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 그래서 치안하고 이렇게 잘 못 씻는 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아빠/ 국경을 넘으면서 차축이 부러지고 히터가 고장나고 냉각수가 새고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차가 좀 크고 무겁다 보니까 그런 정비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아들/ 여행 시작한지 한 1-2개월 지났는데 그 때 러시아였어요. 이르쿠츠크라는 도시인데. 하루는 호스텔에서 자는데 카메라와 태블릿을 차에다 두고 게스트하우스에 갔어요. 그런데 그 날 밤에 러시아 남성 두 명이 야구방망이로 창문을 깨고 그걸 다 가져간 거예요. 그 때 약간 책임감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딸/ 저는 육체적인 거 보다 정신적으로 되게 힘들었었는데 그 중 큰 이유가 친구들을 못 만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에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고. 그러다가 여기 현지 친구들이 있으니까 뭔가 좀 위로할 수 있었어요.

Q.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

엄마/ 저는 가장 좋았던 대륙이 남미 아메리카였는데요. 자연이 굉장히 아름답고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많았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닌데도 저희같이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굉장히 친절하고 가족처럼 너무 잘 대해 주시고 ‘집에 와서 밥 먹어라’ ‘우리 집에 와서 자라’ 이런 식으로 해주시니까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또 기회가 된다면 남미 여행을 한 번 더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저한테는 남미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아들/ 저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가장 좋았어요. 그 원시 자연. 지구의 초기 모습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해야 되나. 그런 모습도 좋았고. 거기 사람들도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특이했어요. 독보적이고. 언어도 원래 다른 아프리카 나라 사람들은 없는데 에티오피아는 ‘아마릭어’라는 언어가 있고. 그리고 커피의 원산지이기도 하고 그 문화 춤. 춤이 되게 특이하거든요. 어깨춤을 이렇게 격렬하게 추는데 그게 저는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딸/ 저는 에콰도르에서 살고 싶어요. 에콰도르가 온천도 있고, 사람들도 되게 좋고 깨끗한 거예요. 동물도 많고. 그래서 에콰도르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Q. 세계여행을 마친 소감

아빠/ 일단은 이렇게 마지막 종착지까지 무사히 가족들을 데려올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해요. 중간에 차량 고장도 있고 국경에서 발이 묶여서 2-3일 걸린 경우도 있고 또 도난 사건들도 있고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다행히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가족의 힘으로. 이게 가족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장기간 2년 반 동안 버텨내기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로의 팀워크가 최대로 발휘해서 이 곳 마지막 대륙인 미국 LA까지 무사히 올 수 있어서 저는 탐험대장으로서 또 아빠로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딸/ 제가 거의 3년이라는 시간 그런 임무를 다 해낸 성취감에 되게 기쁘고. 그리고 이제 앞으로도 이 정신 그대로 간다면 학교에서도 별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들/ 일단 저는 엄청 후련하고요. 이 여행을 시작할 때는 ‘언제 끝날까? 언제 끝날까?’ 했는데 지금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는 게 믿겨지지 않고.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랑 세계를 한 번 돌아봤다는 게 자랑스럽고. 원래 한국에 있을 때는 외국인도 두려웠고 세계인도 두려웠고 뭘 몰라서 많이 두려웠는데 이렇게 한 바퀴 돌아보면서 많은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고 많은 것을 부딪혀 보면서 자신감도 얻고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저희가 여기 다니면서 물의 소중함도 알고 집의 소중함도 알고 사람 친구들의 소중함도 알고 많이 없는 상황에서 떨어져 지내다 보니까 그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한국 돌아가면 진짜 모든 것에 다 감사하며 살 줄 알 것 같아요. 진짜 그럴 자신이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많이 봤잖아요. 베네수엘라 난민도 보고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의 어려운 사람도 많이 보고. 그리고 국경을 넘다 보면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대사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외교관을 하면 어떨까. 어렵겠지만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엄마/ 저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TV나 영화 같은 데 보면 그게 항상 꿈이었어요. 언제 나는 한 번 가보나 유럽 기차 타고 가는 거 이런 거 보면. 막연한 꿈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이루고 나니까 일단은 뭔가 한 가지 했다. 그런 뿌듯함이 있고요.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보고 배운 게 많아요. 그래서 지금은 못 느낄 수 있지만 내가 앞으로의 인생을 살 때 이게 피가 되고 살이 돼서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줄 거라는 자신감은 있어요. 우리 가족이 해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가면 우리 나라처럼 정말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나라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나라를 좀 더 사랑하고 일 열심히 하면서 앞으로 잘 살아야 되겠다. 그런 걸 많이 느꼈습니다.


영상취재 송정현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