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 코첼라의 첫 번째 주말이 막을 내렸다. 150팀이 넘는 아티스트가 공연을 한 만큼 화제도 풍성했다. 코첼라 페스티벌을 직접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순간들을 모아봤다.


 

입장

코첼라 페스티벌이 열리는 인디오 폴로 클럽은 넓다. 1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은 물론 공연진행과 관련한 스태프와 관계자들까지 함께 수용하고도 남는 엄청난 공간이다. 그래서 페스티벌로 향하는 입구에서부터 공연장 입구까지 매우 멀다. 1인당 10달러의 요금을 내는 인력거가 영업할 정도다.

찌는 듯한 사막의 날씨를 견디며 40분 이상 걷고 입장권 확인과 안전을 위한 소지품 검사를 거치면 입장에만 2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공연장에 들어서면 마치 새로운 세계에 와 있는 것 같다. 거대한 설치미술들이 관객을 반겨주며 이 곳 저 곳에서 흥겨운 음악이 들려온다. 잔디 밭 위에 앉아있으면 페스티벌 바깥의 모든 일상은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코첼라 페스티벌 정중앙에 위치한 설치미술 작품. 공연장에 입장 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공중에서 본 코첼라의 모습.

 

조용한 파더 존 미스티

뮤직 페스티벌하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힙합, 락, 일렉트로니카와 같은 장르들이 먼저 생각난다. 코첼라도 대부분 이런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포크와 블루스를 적절히 섞은 파더 존 미스티의 음악은 정신 잃고 뛰는 것만이 축제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가르쳐줬다.

그가 피아노 반주에 조용히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할 때는 관객들 또한 숨을 죽이고 바라봤다. 첫째 날에 해가 질 때쯤 시작된 그의 공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가 선보이는 목소리와 멜로디는 ‘미국적인 서정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별이 뜬 사막의 밤과 잘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라디오헤드는 억울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초대형 락 밴드 라디오헤드에게 코첼라는 악몽이었다. 첫 날의 헤드라이너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만 최악의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라디오헤드의 잘못은 아니었다. 음향에 문제가 있었고 이 때문에 두 번이나 노래를 완전히 멈추고 퇴장해야 했다.

보컬 톰 요크는 음향문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내 노래가 들리긴 합니까?”라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외계인이 공연을 방해하는 것 같다는 농담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도 음향문제는 계속됐고 많은 관객들이 실망하면서 다른 무대로 향했다. 라디오헤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앵콜로 5곡을 부르는 열정을 보여줬다.

 

힙합스타들의 깜짝 등장

올해 코첼라는 유난히 깜짝 등장이 많았다. 특히나 래퍼들은 서로의 무대에 등장하면서 ‘상부상조’ 했다. 래퍼이자 싱어인 퓨처의 무대에는 지난 2월 ‘Bad and Boujee’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미고스와 최근 신곡을 발표하면서 ‘가장 핫한 래퍼’임을 증명한 드레이크가 등장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퓨쳐의 무대에 깜짝 등장해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드레이크(왼쪽)

스쿨보이 Q의 무대에는 에이샙 라키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등장했다. 셋 모두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서도 손색 없는 거물급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힙합팬들에게는 꿈의 무대였다.

스쿨보이Q의 무대에 예고없이 등장했던 에이샙 라키(왼쪽)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평소에도 ‘황금인맥’을 자랑하는 DJ 칼리드의 공연에서 깜짝 게스트는 절정에 이렀다. 미고스, 투체인즈, 릭 로스, 에이샙 퍼그, 프렌치 몬타나, 왈레이가 무대를 장식했다. ‘힙합 올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엄청난 무대였다.

힙합계의 황금인맥 DJ 칼리드는 엄청난 게스트들과 함께했다. DJ칼리드(왼쪽)가 릭 로스와 함께 한 모습.

 

신곡을 선보인 레이디 가가

비욘세의 대체자로서 선 레이디 가가의 무대는 훌륭했다. 이미 올해 수퍼보울 경기에서 뛰어난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에 높은 기대를 받았고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킨 무대였다. 20여곡을 부르는 긴 무대여서 관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레이디 가가의 신곡 The Cure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레이디 가가는 관객들에게 깜짝선물도 선사했다. The Cure 라는 제목의 신곡을 코첼라 무대를 통해서 처음 공개한 것이다. R&B의 영향이 짙은 팝곡으로 대부분 관객들이 신곡에 찬사를 보냈다. 레이디 가가는 비욘세와의 듀엣곡 Telephone을 부르며 자신이 대신하게 된 수퍼스타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프랑스에서 온 DJ들: 마데온, 브레이크봇, 저스티스

올해 코첼라에 참여한 많은 일렉트로니카 DJ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경향은 프랑스 DJ들의 약진이었다. 가장 먼저 무대를 장식한 것은 절친인 포터 로빈슨과 함께 코첼라 스테이지에 선 마데온. 마데온은 자신만의 귀엽고 발랄한 감수성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해질녘의 무대를 장식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디스코를 모티브로 한 브레이크봇은 DJ답지 않게 라이브 밴드를 대동하고 공연에 나섰다. 브레이크봇의 음악은 관객들을 홀렸다. 레이디 가가와 공연시간이 겹쳐서 관객이 많지 않은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펑키한 무대로 관객을 놀라게 했던 브레이크봇.

프랑스에서는 제2의 다프트펑크라고 불리면서 프랑스 일렉트로니카의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자리잡은 저스티스는 3일째 아웃도어 스테이지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베테랑이 보여줄 만한 공연이었다. 그 흔한 ‘땡큐 코첼라’와 같은 말도 없었다. 묵묵히 올라와 음악으로 모두를 압도했다. LA위클리 또한 저스티스의 공연을 최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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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매력, 퓨쳐 아일랜드

코첼라의 미디어존에 앉아있으면 음악전문기자들과 올해 가장 좋았던 아티스트나 꼭 봐야 할 아티스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런 대화 속에서 가장 자주 나왔던 이름 중 하나가 퓨쳐 아일랜드였다.

퓨쳐 아일랜드의 보컬 사무엘 헤링스는 넓은 이마와 둥글둥글한 체형을 가지고 있고 평범한 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동네 아저씨 같은 무척이나 친근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노래를 시작하자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무대매너를 선보였다. 무대를 휘저으면서 온 몸을 통해 음악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놀라웠다. 파워풀한 목소리를 가진 아저씨의 매력에 관객들은 흠뻑 빠졌다.

 

한스 짐머와 퍼렐이 만났을 때

올해 코첼라의 라인업에는 이질적인 이름이 보였다. 영화음악계의 전설인 한스 짐머였다. 한스 짐머가 북미 투어를 하고 다른 페스티벌에도 참여한 바 있기 때문에 놀랍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의외의 아티스트란 반응이 많았다.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 한스 짐머는 인셉션과 라이언킹 등 누구나 전주만 들으면 알만한 노래들을 선보였다. 밴드의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줬다. 코첼라와 맞지 않는 장르같이 보였지만 관객들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한스 짐머는 퍼렐 윌리엄스를 게스트로 내세웠다. 예정에 없이 관객을 놀라게 하며 등장한 퍼렐은 자신의 곡 Freedom을 열창했다. 관객 모두를 만족시킨 멋진 무대였다.

 

쿵푸 케니와 켄드릭 라마

켄드릭 라마는 코첼라 페스티벌에 맞춰서 DAMN. 이라는 제목의 새 앨범을 발표했다. 이미 전작인 To Pima A Butterfly가 힙합 역사상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받았기 때문에 그의 신보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켄드릭 라마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켄드릭 라마가 또 한 장의 명반을 내놓으면서 현세대 최고의 래퍼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첼라에서는 명성에 걸맞은 훌륭한 무대를 선보였다.

쿵푸 도복을 입고 무대에 선 켄드릭 라마.

3일 간의 모든 무대를 마무리 하는 켄드릭 라마 무대의 콘셉트는 ‘쿵푸 케니’. 중국무술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새로운 자신의 별명이었다. 쿵푸 도복을 입고 올라온 그는 마치 무술의 초식을 보여주듯이 랩을 쏟아냈다. 자신이 최고기 때문에 나머지 래퍼들은 ‘겸손하게 앉아 있어라’라고 말하는 곡 HUMBLE.이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다. 길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불평하는 관객은 없었다. 코첼라에 어울리는 마무리였다.

 

퇴장

최근 미국에는 페스티벌 중독자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뮤직 페스티벌마다 찾아 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중독자가 아니라도 한가지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 후 페스티벌을 떠날 때의 느낌이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는 페스티벌을 끝내고 터벅 터벅 걸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허무하다. 하지만 코첼라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을 축제처럼 살 수는 없다. 현실을 벗어난 마법 같은 순간을 에너지로 삼아서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거짓말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간 새벽의 페스티벌 현장은 사람들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기억에 깊게 남는 순간이었다.

낮동안 많은 사람들이 몰린 관람차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나서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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