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이 대세다.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현재 가장 ‘핫한’ 장르는 단연코 힙합이다. TV 프로그램은 힙합경연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무한도전’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힙합의 요소를 차용한다. 이제 힙합은 모르면 남들과 대화가 잘 안 되는 문화코드가 됐다. 힙합 중에서도 사람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소는 디스다. 다른 장르와는 달리 힙합은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맘에 들지 않는 상대를 바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격하는 디스는 힙합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스를 통해서 힙합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5라운드 50센트 VS 자 룰

자 룰과 50센트는 원래 뉴욕의 한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었다. 하지만 자 룰과 50센트가 자신들의 동료와 함께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할 무렵부터 사이는 틀어졌다.

1999년부터 이 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시작은 50센트의 동료가 자 룰의 목걸이를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고가의 목걸이를 빼앗기자 자 룰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고 범인이 50센트의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50센트를 비난했다. 50센트는 친구의 책임까지 질 수 없다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이때부터 사건은 두 집단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번진다.

이에 50센트는 Life’s on the Line이라는 곡을 만들어서 직접적으로 자 룰을 디스한다. 이 때문에 자 룰과 친구들은 화가 나게 되고 디스는 말싸움을 주먹싸움으로 만들었다.

50센트와 자 룰은 애틀랜타의 한 클럽에서 만난다. 티격태격하던 둘은 결국 근처 호텔의 주차장에서 주먹싸움을 하게 된다. 이때 50센트는 자 룰을 때려 눕혔다 뉴욕으로 돌아와 복수를 결심한 자 룰은 50센트가 녹음을 하고 있던 스튜디오를 찾아가 칼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50센트의 동료인 토니 야요는 손에 상처를 입었으며 50센트는 등에 칼이 꽂혀 3바늘을 꿰맸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2000년 4월에 총격 사건이 터졌다. 50센트는 뉴욕의 길거리에서 무려 9발의 총알을 맞았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자 룰이 고용한 살인범이었다고 하며 한 때 마이크 타이슨의 보디가드였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범인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50센트는 총격 사건으로 인해서 래퍼 생명의 위기에 처했다. 총알이 턱을 관통해서 혀에 맞았기 때문이다. 결국 50센트는 혀의 일부를 자르는 수술을 해야만 했고 이후 또렷한 발음을 할 수 없게 됐다. 래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생긴 것이다.

50센트는 데뷔를 준비하던 콜럼비아 레코드로부터 방출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자 룰의 입김이 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자 룰은 2001년 발매한 앨범이 3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당시에 힙합계에서 제일 힘있는 래퍼였다.

자 룰과 50센트의 대결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2001년과 2002년에 자 룰은 그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2002년 50센트는 에미넴과 계약을 하게 된다. 에미넴은 혀에 부상을 입은 뒤에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랩하는 50센트의 독특한 모습을 좋아했다고 한다. 최고의 래퍼 에미넴은 물론 최고의 프로듀서인 닥터 드레까지 등에 업은 50센트는 자 룰을 디스하는 노래 Wanksta를 영화 8마일에 수록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3년 50센트는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힙합 역사상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앨범으로 불리는 Get Rich or Die Tryin’ 이었다. 이 앨범은 2주동안 170만 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면서 온 미국을 50센트 열풍으로 몰아갔다. 전 세계적인 앨범 판매량이 1200만 장을 넘겼다. 이 앨범에도 50센트의 자 룰 디스는 계속됐다. Back Down 이라는 곡을 통해서 ‘네가 나를 공격 하려고 해도 보면 알 수 있잖아. 나는 절대 물러나지 않아’라면서 자 룰을 공격했다.

자 룰 또한 2003년 가을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Clap Back이라는 곡이었다. 자 룰은 ‘우리는 클럽에 총 없이 들어가서 너희를 모두 쫓아내지’라는 가사를 남겼다. 50센트 최대의 히트곡인 In Da Club을 패러디한 센스 있는 가사였다. 하지만 이미 대세가 된 50센트에게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 룰은 최고의 래퍼에서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이 후에도 자 룰과 50센트는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50센트는 자 룰의 노래에 함께 랩을 한 다른 래퍼들까지 디스하면서 공격을 계속했다. 하지만 50센트도 데뷔 앨범 이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식어버렸다.

둘 모두 디스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면서 디스전은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2015년 드레이크와 믹밀이 서로를 디스할 때 자 룰이 자신과 50센트의 디스를 언급하면서 서로 험한 말을 주고 받은 것이 마지막 흔적이다. 2000년대 초반을 지배했던 두 래퍼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지 못했고 디스전은 커리어의 정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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