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해 대는 끼니. 가끔은 꾀가 납니다.
옷은 계속 사는데 옷 장을 열 때마다 “아, 뭘 입나? 입을게 없어” 하면서 손만 바삐 뒤적뒤적.
마찬가지로 마켓은 열심히 갔다 오는데 냉장고 열 때마다 “아, 먹을 게 없어. 뭘 먹나?”
뭐가 지지부지하게 있기는 한데 딱히 먹을 게 없어요.

반찬이 이 그릇 저 그릇에 조금씩 남아 있으면 다 섞어서 비벼 먹고 그릇을 다 비워내고.
재료가 조금씩 이것저것 있으면 우리 이렇게 해결해 버립시다.
유부 밥. 단백질은 꼭 챙기고요.

재료: 냉장고에 있는 각종 채소 (아스파라거스, 청경채, 보라색 양배추, 깻잎, 무 장아찌, 우엉조림 등), 불고기 또는 멸치볶음, 시판 조미 유부

밥에 양념을 해요.
간장, 식초 1스푼, 설탕 1 스푼(선택) 참기름, 깨
밥이 뜨거울 때 잘 섞입니다.
그리고 무 장아찌(단무지), 불고기를 잘게 잘라서 섞은 후,

밥이 식은 후 알록달록 잘게 자른 색채소를 넣고 섞어주세요.
시판하는 조미 유부에 믹스된 내용을 밀어 넣기만 하면 끝.

저는 보라색 양배추는 식초, 설탕, 소금을 넣어서 간이 스며들면 잘게 잘랐어요.
이 피클을 조금 준비해 두면 김밥 만들 때도 아주 좋아요.

유부에 밀어 넣는 것마저 귀찮으면 재료를 식탁에 올려놓고 각자에게 비닐장갑을 주고 만들어 먹기.
이 또한 즐거움을 줍니다.
저는 생 유부를 사서 끓는 물에 데쳐 꼭 짠 후 양념장(간장, 마늘가루, 양파가루, 후추)을 유부 밑바닥에 발라서 내용물을 꼭꼭 채워 넣었어요.

때로는 이렇게 대충 해 치우는 식사가 주부들 한숨 돌리게 하지요. 대충 합시다.
식구들이 스스로 만들어 먹으며 분명히 웃음이 발생합니다.
‘그게 뭐냐? 너무 밀어 넣어서 찢어지네, 욕심부리지 마라, 그렇게 조금 넣으면 맛없어, 왜 이리 흘려…’
오늘도 웃음이 넘치는 한 끼 밥상입니다.

 


글 / 김혜경 (음식 전문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야기가 있는 맛있는 식탁’ ‘정보시대’ 등 건강 요리 정보를 꾸준히 소개하는 한편, 2011년부터 김치클래스, 고추장 클래스, The Taste, 한식 비빔밥 퍼포먼스 등 미주 한인 미디어와 외국 미디어 행사에 한식 알림 행사를 주도해 온 푸드 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