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혹은 종맨 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김종만 씨에게는 두 가지 이름이 있다. 넷플릭스의 인기드라마 ‘러브(Love)’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을 받은 그는 첫 만남에서 활짝 웃으며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니고 종맨입니다”라고 장난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시종일관 밝고 편안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배우 김종만의 연기내공은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10여 편의 영화와 4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미국으로 날아와 ‘뉴욕 필름 아카데미(NYFA)’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졸업 이후 인상적인 연기활동을 이어나가면서 한국인 최초로 NYFA 웹사이트 헤드라인에 인터뷰 기사 가 실리기도 했다.

‘진정한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에 할리우드에 도전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가 된 계기는

처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였습니다.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까지 할 수 있으니 정말 신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는 재능이 없어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군대에서 단막극을 만들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때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죠. 부산과 서울 대학로에서 많은 연극에 출연했습니다.

미국에 온 이유는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진정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대체 뭐가 진짜 연기인지 알고 싶었고 돌파구가 필요했죠. 한국에서 고민만 하다가 문득 미친척하고 뉴욕에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뉴욕 필름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게 됐고 졸업 이후에는 LA로 와서 연기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발음이죠. 물론 문화적인 차이도 있지만 결국에는 발음이 제일 힘들어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 됐지만 연기할 때는 여전히 힘듭니다.

러브에 출연 결정됐을 때 기분은

정말 좋았어요.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작년 7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집이 가까워서 항상 지나다니는 길인데 배우로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제 미국 소속사인 제니 스트리클린 탤런트 에이전시(Jenny Stricklin Talent Agency)에서 오디션을 잡아줬습니다. 오디션에서 제작진들이 저를 좋아해서 출연을 하게 됐습니다.

일단 출연이 결정되고나니까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됐어요. 촬영을 할 때는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최근 제작한 작품 ‘She Jang’이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에 초청됐는데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할리우드에서 연기를 하려면 내가 제작자가 되고 작가가 돼야 합니다. 내가 작품을 쓰면 그 역할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으니까요. 쉬쟁은 한국말 시장을 약간 비튼 제목입니다. 연기를 하기 위해 제작에 나섰는데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됐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로 알려지고 싶은지

저를 보면서 ‘아 저 사람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잘해서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으로 더 알려졌으면 합니다.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배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냥 해! 이게 제일 하고 싶은 말입니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먼저 실천을 하라는 뜻입니다. 조금씩 뭐라도 해야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평소 생각입니다. 지금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까지 연기를 계속할 겁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두 다 극복하고 싶습니다.

제가 LA에서 마이즈너 워크숍 을 통해 마이즈너 테크닉(대본 연기보다 상황에 맞는 즉흥 연기에 중점을 두는 기법)을 배우고 또 한인들에게 이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제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에도 이러한 마이즈너 연기론을 널리 알려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제작자로서는 한국사람들이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영화를 지원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기의 재능을 찾아서 일에 투영하는 걸 보면 제가 행복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취재/조원희 기자
촬영/편집 송정현 기자 · 김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