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광대(Clown)’ 광풍이다. 미 전역에 ‘오싹한 광대(Creepy Clown)’ 가 출몰하고 사람들은 체포되고 학교에서는 경고문이 발송되고 소셜 미디어에는 싸구려 홈메이드 광대 영상이 올려진다.

지난 8월 앨라배마주에서 시작된 오싹한 광대 공포는 켄터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 등 남동부를 거쳐 플로리다, 버지니아, 메릴랜드, 콜로라도주 등 10여개 주로 번졌으며 앨라배마, 오하이오주에서는 공립학교들이 문을 닫기도 했다. 최근에는 남가주에도 오싹한 광대 목격 제보가 올라왔다.

금주에는 백악관 미디어 브리핑에서까지 다뤄졌다. 조시 어네스트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지역 경찰이 심각하게 다뤄야할 사안이며 주민 안전을 위해 각 지역 사법당국이 광대 위협에 대해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답했다.

무서운 광대 영화의 대표작인 ‘피의 삐에로’ 의 원작 소설가인 스티븐 킹은 3일 자신의 트위터에 광대 히스테리를 진정시키자는 글을 올렸다.

세계광대협회의 랜디 크리스텐슨은 “이건 매년 핼로윈 시즌에 있는 일이다. 우리는 긍정적으로 보고자 한다. 왜냐면 우리는 기쁨과 행복, 재미와 희망을 가져다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라면서 거리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진짜 광대가 아니라는 호소 영상을 올렸다.

장난이건 뭐건,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이같은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다. CNN이 민속학자인 벤자민 래드포드의 조언을 통해 광대 현상의 이유를 6가지로 진단했다.

1. 현대적으로 비튼 민속전통이다

실화소설 ‘나쁜 광대(Bad Clowns)’ 의 저자이자 민속학자인 벤자민 래드포드는 지금 이어지고 있는 유행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유사한 이야기와 광란의 물결이 이전에도 있었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는 ‘유령’ 광대가 보고됐다. 메사추세츠의 어린 학생들이 광대에게 쫒기고 꼬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번 광대 공포의 첫 등장과 그 패턴이 흡사하다. 지난 8월에 사우스 캐롤라이나 그린스빌의 한 아파트 단지의 어린아이들은 숲속에서 광대를 목격했고 그들이 어둠 속으로 자신들을 꾀어내려 했다고 알려왔다. 80년대에도 지금같은 스토리가 등장했고 여전히 근거없는 이야기로 남아있다.
“제보들은 대부분 장난 전화였고 학교쪽에 루머가 좀 있었지만 시카고와 볼티모어 심지어 영국에서는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다시 말해 이야깃거리를 즐기는 인간들로 인해 루머와 적당한 염려가 섞여 ‘눈덩이 효과’ 를 만든다.” 고 래드포드는 말한다.

그린스빌 사건 이후 몇몇 주에서 광대가 보고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코스춤을 입고 공포를 조장했거나 광대와 관련한 위협으로 체포됐다. 광대 옷을 입고 야구 방망이를 든 채 어린아이를 쫓아간 케이스도 있다. 이런 장난은 만연한 미스테리를 강화시킬 뿐이다.

 

2. 바이럴 마케팅

생각하면 이게 더 말이 된다. 지금 우리 모두가 광대 얘기를 하고 있다. 강력한 매력에 편승하려는 자가 있는건가?래드포드는 오싹한 광대 영상은 이전에도 입소문 마케팅에 사용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충격의 포인트는 사람들이 떠들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상 메사추세츠의 애거웸에서 나온 오싹한 광대 영상은 이미 지역 유령의 집을 알리기 위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모든 광대 관련 건들이 마케팅을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해도 이 바탕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고전적인 호러 스토리 ‘It’ 의 리메이크작이 내년에 나온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워너브라더스 대변인은 CNN에 “필름과 최근 광대 사건은 절대 무관하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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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간 불안의 표출이다

광대는 어린이 오락의 원천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무섭고 기이할 수도 있다. 인생 역시 무섭고 기이한 것이다. 그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아마도 광대는 불안과 불편함의 원천, 내재된 두려움을 의인화한 부기맨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이런 종류의 패닉은 근원적인 사회 불안이 있을 때 표면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래드포드는 말한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무수한 정치적 이상주의적 파벌이 생긴다. 또 학교 내 총격과 테러 공격에 대해 경각심을 유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래드포드는 1980년대 비슷한 시기에도 광대 목격담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악마적인 패닉이 있었다. 지하 감옥과 드래곤의 집단적 공포가, 그리고 어린이 납치를 시도했던 사탄주의자들의 언론 플레이로 센세이션이 일었다. 오늘날은 다른 세계다. 하지만 내재된 패턴은 동일하다. 이같은 뉴스가 돌아다니고 종종 화제를 일으키고 루머가 확산되고 실제로 이를 실천해보는 바보들이 있고 결국 제재와 체포로 이어지는 패턴이다.”

4. 소셜 미디어의 유행

‘클라운 사이팅’ 이라는 트위터 어카운트를 들여다보면 호러무비 수준의 광대 비디오가 가득하다. 야외에서 광대와 마주쳤다는 아미드의 목격담은(믿거나 말거나) #IfISeeAClown 해쉬태그로 엄청난 결과를 불러왔다. 우리가 광대 사태에 대해 다같이 분개한다면 소셜 미디어 유저들은 거기서 금전적인 이익을 찾으려들 것이다.
“무서운 광대 이미지는 소셜 미디어에 완벽하다. 입소문을 위한 맞춤 재료다”

래드포드는 “무섭고 재미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호러와 루머의 결합, 우스개와 공포의 결합이라는 말이다”

이런 것들은 민간 전통의 일부분이지만 지금은 모닥불 주변에 모여 쑥덕이거나 잠자리에서 귓속말을 나누는 대신 리트윗과 포스팅을 한다. 그것도 뭔가 이야기를 첨가해서.
“이것을 과시라고 부른다.” 래드포드는 사람들은 이 오싹한 광대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면서 “나는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싶다.” 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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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체된 리얼리티 게임

*슬렌더맨을 기억하는가? 몇몇 사람들에게 슬렌더맨은 ‘대안 리얼리티 게임’ 의 일부였다.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와는 달리 이것은 퍼즐 같은 것이며 쌍방향의 이야기이며 현실 세계에 그 무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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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렌더맨

*슬렌더맨에 대하여 나무위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국도시전설과 그 도시전설에 등장하는 괴생물체. 검은 양복을 입은 깡마른 사나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단순히 깡마른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날 정도로 가늘고 긴 몸을 지니고 있으며,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얼굴이 없다.[2] 일부 사진에서는 팔다리가 많이 달리고 촉수로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초기 문명 이전부터 자주 목격되어 삽화나 기타 기록물들로 그 존재가 증언되었으며 팔다리가 많이 달리고 얼굴이 민둥한 괴물이 아이를 납치해간다고 하는 묘사는 어느 문명에나 등장한다. 행동이나 목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접촉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미쳐버리기 일쑤다. 건물 화재나 아동 납치 등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자세한 것은 불명. 깡마른 사나이에 대해 조사하는 사람은 되레 깡마른 사나이의 표적이 되어버린다고 한다.

이번 광대 유행에 제시된 증거물이 없다는 것이 사실상 조직된 대안 리얼리티 게임의 일부라는 것을 말해준다.
ARG(Alternate reality game) 의 정신이 스토리텔링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상해보자. 누군가 광대처럼 차려입거나 인조 광대를 주변 어딘가에 남겨두면 누군가 발견하고 그걸 기록한다.

6. 언제나 허위인 것은 아니다

가장 쉬운 설명은 정말 어떤 사악한 끝에 오싹한 한무리의 광대 지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려고 하면 오싹한 광대의 최근 뉴스들이 방해한다. 왜냐면 당신은 신화가 끝나고 현실이 시작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시껍절한 것들인 줄 알지만 누군가 광대 범죄로 체포되면 우리는 다시 그 존재 유무에 의문을 품게 된다.
“소문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래드포드는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이같은 센세이셔널한 헤드라인의 저변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기엔 어떤 원천적인 위협도 없다. 진짜 위협은 이야기가 아니라 광대에 대한 과장된 반응이다.


구성 / 최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