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빠’ 본사 이원영 편집국장 ‘포켓몬 고(GO)’ 체험기

딸 아이가 96년 생이니 올해 딱 스무살이다. 닌텐도 캐릭터 게임 ‘포키몬’이 세상에 나온 것도 그 해이니 나이가 똑 같다. 50대 아빠인 내가 스무살 딸이 스마트폰에서 무엇을 하고 노는 지 제대로 알 턱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하도 ‘포켓몬 고(GO)’라는 게 20, 30대들 사이에서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해서 ‘아는 체’ 좀 했다. “포켓몬 고 하니?” 딸 아이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어떻게 알았어? 당근 하지. 우리 친구들 다 해” 이런다. 아빠도 좀 해볼까 그랬더니 피식 웃고만다. 딸이 대여섯 살 적에 그 놈의 포키몬 카드며, 장난감 사주며 얼르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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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20, 30대만의 일시적 소용돌이 ‘팬덤’ 현상이 아님이 분명했다. 언론들은 ‘일대 사회현상’이라고 쓴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을 절묘하게 조합해 사람으로 하여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짜릿한 세상으로 여행을 시켜준다고 한다. 이런 시뮬레이션이 앞으로 어떤 포맷으로 변화해,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을지 겁이 날 지경이라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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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에 처음 도전한 본사 이원영 디지털편집국장이 윌셔와 버몬트 인근 보도에서 스마트폰에 뜬 포키몬 캐릭터를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포키몬 최다 출몰’을 홍보하는 카페 홍보판이 눈길을 끈다. 조원희 기자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날렵하게 다루는 20대 후배 기자의 도움을 받았다. “포키몬 잡으러 한 번 가보자” 포켓몬 고 앱을 다운로드 받고 초기화면을 설정한 뒤 회사 문을 나섰다. 주변 도로가 모니터에 정교하게 나타난다.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트레이너)가 스마트폰 모니터 상에서 길을 걷는다. 내가 걸으면 아바타도 걷고, 멈추면 함께 멈춘다.

화면 속을 들여다보다 다시 길을 보다 하기를 반복하며 포키몬 심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물론 다 스마트폰 모니터 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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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키몬이 많이 나오는 곳’이라는 홍보 표지판을 세워둔 가게에는 손님들이 몰린다.

한적한 곳을 지나 LA윌셔와 버몬트 코너 번잡한 지하철 역 도달하자 모니터 상에서 포키몬 있는 곳이 많아졌다. “어, 이거 포키몬 있다는 표시예요. 터치해보세요”

후배의 지시(?)에 따라 파란색 심볼을 터치하니 웬 구렁이 같은 동물 캐릭터가 떡 하니 화면에 뜬다. “잡으세요. 이게 실탄이에요. 이 실탄을 포키볼이라고 불러요. 손가락으로 실탄에 접촉한 뒤 목표물(포키몬)을 향해 밀듯이 던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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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상에선 바로 코앞인데 잘 잡히지 않는다. 포키볼이 못미치거나 빗맞는다. “잡았네요” 내 셀폰 화면을 지켜보던 후배의 목소리가 커진다.

“아니 이걸 잡으려고 이렇게 더운데 여기까지 걸어오고 난리를 친거야? 허 참, 그래도 재미는 있네. 이젠 나 혼자 잡아볼게.”

윌셔길을 가로질러 건너니 카페 앞에서 셀폰이 부르르 떨렸다. 포키몬이 근처에 있다는 신호란다.

화면을 터치하니 무지막지하게 생겨먹은 포키몬 캐릭터가 뜬다. 왠지 귀여운 놈이 나왔을 때보다는 잡아야 하겠다는 욕망(?)이 더 커진다.

호흡을 멈추고 아이템을 두 발 쏘고 포획했다. 나도 모르게 “잡았다” 소리가 터져나온다. 약간 민망.

카페 앞 보도엔 ‘포키몬이 많이 나오는 곳’이라는 홍보 표지판을 세워놓았다. 아, 이걸 마케팅에도 활용하는구나. 하기야 포키몬이 많이 출몰한다는 곳엔 사람들이 몰리면서 매상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30분간 돌아다니다 보니 라이혼, 에칸스, 불바소어, 뮤스, 지오듀드 등 이름도 괴상한 녀석 7마리를 포획하는 성과를 얻었다. ‘레벨 3’라는 표시가 뜬다. 레벨5가 되면 이제는 ‘체육관’을 빼앗아 관장이 되려는 ‘배틀’을 할 수 있단다. 다른 포켓몬 고 사용자와 실제로 온라인에서 결투를 벌이는 것.

이미 경지(?)에 오른 후배 셀폰을 빌려 배틀 시도. 숫자로 표시된 전투력이 엄청나게 높은 상대편이 나온다. 내가 몇 차례 공격을 하기도 전에 나는 죽었다. 상대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약간 부러움? 존경심? 뭐 그런 감정도 얼핏 든다.

1마일 정도 걸었을까. 회사로 들어와 책상에 앉으니 땀이 송글송글. 덥다,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맨날 방구석에 박혀 컴퓨터만 하던 아이들이 포켓몬 고 덕분에 밖으로 돌아다니며 몸을 움직이니 건강엔 좋을 것 같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싶다.

시니어들이 배워서 ‘마실’ 다니듯 해도 심신건강에 좋겠다. 다만 머리 숙이고 가다가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일 없도록 최대한 안전에 주의는 해야겠다.

황금박쥐.아톰.마린보이.타이거마스크가 나오는 50, 60대 용 게임도 곧 나오겠지, 아마도.

포켓몬은 수수께끼 생명체…730종

40대 이상 세대를 위한 설명서

포키몬은 닌텐도와 게임프리크사가 개발해 1996년 2월27일 출시했다. 게임은 당연히 10대 이하를 겨냥했다. 당시 20대였던 지금의 40대 이후는 대부분 포키몬을 접하지 못했다. 그 세대들에겐 ‘포키몬 설명서’가 필요하다.

포키몬은 ‘포켓몬스터'(Pocket Monster)의 약자를 일본식 브랜딩한 것으로 주머니 속의 괴물이란 뜻이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에 나타난 수수께끼 생명체들이다. 전투 경험치, 나이, 아이템이 갖춰지면 스스로 ‘진화’해 모습도 변하고 능력도 강해진다. 전기, 불꽃, 물 등 포키몬의 특성을 나타내는 ‘타입’으로

크게 구분된다. 1세대 포키몬은 150여 종이었고, 그동안 계속 늘어나 현재 730여 종에 달한다.

게임은 단순하다. 누가 포키몬을 많이 잡아 잘 훈련시켜 최고의 포키몬 조정 ‘고수’가 되느냐다. 게임이 히트를 치게된 배경은 애니메이션 만화영화 제작 덕분이다. 노랗고 귀엽게 생긴 ‘피카츄’와 주인공 지우(미국에선 애쉬 케첨)의 모험, 악당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지금도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은 ‘포키몬 배틀 카드’다.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대부분 집안 여기저기서 포키몬카드 몇장이 굴러다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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