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20만 건. 검색 사이트인 구글에서 ‘준 코리아’라는 이름과 ‘섹스돌’을 함께 검색하면 나오는 숫자다. ‘섹스돌’이라는 단어 탓에 외설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준 코리아는 사진작가이고, ‘섹스돌’은 그가 하고 있는 사진 작업의 모델이다.
미국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세계의 언론들이 준 코리아(한국명 조준태)라는 사진작가에 주목하고 있다. ‘섹스돌’을 주제로 하는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 때문이다. ‘섹스돌’은 사람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지는 실물크기의 인형을 말한다. 구강구조는 물론 은밀한 부분까지 사람과 똑같다. 모든 것은 주문 제작이며 얼굴부터 몸매까지 주문자의 취향에 맞춰 만들어진다.
  그는 왜 ‘섹스돌’에 대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메일,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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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그는 인형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2008년 부터 다양한 인형들을 앵글에 담았고 인형을 소재로한 단편영화도 만들었다. 그러다 ‘섹스돌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2014년.
“어릴적부터 함께 했던 친구나 정말 사랑했던 연인은 모두 저를 떠나갔어요. 하지만 인형은 내가 버리지 않는 한 저를 떠나지 않죠. 그래서 저는 인형이 외로움을 상징한다고 봐요.”
‘섹스돌’로 모델을 바꾼 이유는 가장 인간과 닮은 인형이기 때문이다.

2“사람을 작게 축소해 놓은 듯한 보통 인형과는 특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고 느꼈어요. 반드시 사람 크기의 인형이어야만 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마네킹이나 자동차 충돌 시험에 사용되는 더미를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사람처럼 교감을 나누려면 가장 사람의 모습과 닮은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섹스돌입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1만 달러가 넘는 제작 비용에 가족 등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은 물론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으로 부터는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심한 말도 들었다. 한 후원자도 “조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일단은 작품이 나오고 이야기해 보자”며 후원을 보류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 1장을 찍는데 꼬박 한 달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사진을 통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인형에게 감정과 영혼을 불어넣고 싶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여자친구와 너무나 아픈 이별을 했고 그래서 더 이상은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하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모델에게는 ‘에바(Ev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영원을 뜻하는 포에버(Forever)와 인류최초의 여성 이브(Eve)의 합성어다. 그리고 ‘에바’는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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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Still Lives: Eva’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해 한국에서도 개인전을 열었고 처음 후원을 보류했던 수집가도 3점의 작품을 구입했다. 2016년 사진전문 잡지 포토그라피아에 소개 된 이후에는 언론들의 취재 요청이 쏟아졌다.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 패션전문 매체인 하이 스노비어티, 영국의 일간지 미러, 일본의 아사히 신문 등에서 기사가 이어졌다.
“‘예술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제 작품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섹스돌을 주제로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고 대체 왜 이런 작품을 만드는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것 또한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조씨는 스스로 사진에 등장하기도 한다. 평생의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는 인형과 늙어가는 남자의 괴리감 같은 테마로 작업할 계획도 이미 세워놨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형이 나오면 새로운 작품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준 코리아’라는 이름이 궁금해 물었다.
“패서디나 아트센터에 다닐 때 얻은 별명입니다. 사진과에 한국인이 저 뿐이어서 친구들이 코리아라고 불렀어요. 나라 이름을 달고 작품활동을 하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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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 코리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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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한국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지만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패서디나 아트센터로 유학을 왔다. 이후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1년 샌피드로에 위치한 갤러리 엘에스에서 첫번째 개인전 ‘Still Lives: Neighbors’로 데뷔했다. 이후 성남 아트센터 신진작가상, 서울–뉴욕 포토 페스티벌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진작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 작 ‘Still Lives: Eva’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