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팬들에게 최고의 게임회사라고 인정받는 너티독. 영화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실감나는 너티독의 게임 제작과정에 한인 캐릭터 아티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캐릭터 아티스트 이소아 씨는 게임업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 ‘라스트 오브 어스’의 캐릭터들을 제작한 바 있다. 영어 한 마디도 못하던 이소아 씨가 실력 하나만으로 최고의 게임회사에 입사해 명작에 참여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너티독에 입사하기까지

이씨는 한국에서 활동할 때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서양화를 전공하던 대학교 때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배우기 시작한 3D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물감이나 포토샵을 통해서 일러스트를 그릴 때 그는 3D로 일러스트를 그렸다. 다양한 광고에 이씨가 만든 이미지들이 쓰였고 일러스트와 관련된 미국의 사이트에도 그림이 게재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그녀가 회사에 소속 돼 캐릭터 아티스트로 일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당시 가족의 건강문제로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던 이씨는 함께 프로젝트를 하던 미국친구의 소개로 너티독에 지원을 하게 됐다.

이씨는 ‘영어울렁증’이 있던 자신이 너티독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은 ‘실력’을 중시하는 너티독의 문화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너티독에서는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보여줘 입사한 영국인 동료가 있었고 그 동료가 1년 만에 팀장에 오르는 등 고속승진을 했다고 덧붙였다. 철저하게 실력만을 고려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예시다.

아트테스트와 면접을 거친 이씨는 이후 2011년 미국으로 건너와 정식으로 ‘캐릭터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많은 캐릭터들을 창조하는 작업이 보람있다고 말한다.

캐릭터를 살아 숨쉬게 하는 법

물론 리얼한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너티독은 게임팬들로부터 ‘디테일에 집착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작은 부분에까지 신경을 쓴다. 이씨는 “캐릭터의 볼에 찍히는 주근깨 개수나 주근깨 모양을 가지고도 몇 시간에 걸친 회의를 할 정도다”라고 말한다. 실제 이소아씨의 작업대 위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 피부 위의 잡티나 뾰루지까지 섬세하게 재현해낸다.

리얼한 캐릭터를 추구하다 보니 라스트 오브 어스의 주인공 캐릭터가 실제 배우 엘렌 페이지와 너무 닮아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이후 디자인을 변경해서 오해를 피했지만 그만큼 너티독의 캐릭터가 독보적이란 의미다.

캐릭터 디자이너란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소아씨는 “하루에 몇 시간을 연습하라거나 캐릭터 몇 개를 만들어보라는 식의 충고는 할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 디자인을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차분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그는 얼마전 제작 공개된 ‘라스트 오브 어스2’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1편에서는 소녀였던 엘렌이 성장한 모습을 그릴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는 그의 고백에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배어난다.

너티독은?너티독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게임회사다. 규모나 매출면에서 다른 게임회사를 압도하진 못한다. 오히려 소규모 게임회사에 가깝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 크래프트와 디아블로를 만든 게임회사 블리자드는 5000명의 고용인원을 자랑하지만 너티독은 200명 규모다.

너티독이 최고로 불리는 이유는 ‘양보단 질’이다. 만드는 게임마다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 너티독은 30년에 가까운 역사 동안 거의 발매하는 모든 게임마다 극찬을 받아왔다. 너티독 게임들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너티독의 게임들이 받은 GOTY를 보면 알 수 있다.

GOTY는 Game of the Year의 약자로 올해의 게임상을 의미한다. 영화의 아카데미상이나 음악의 그래미상처럼 절대적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은 게임업계에 없지만 다양한 전문매체에서 뽑은 ‘올해의 게임’을 합산해서 GOTY를 결정한다. 너티독은 언차티드2와 언차티드4 그리고 라스트 오브 어스까지 세 작품이나 GOTY에 올려놓으면서 게임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중이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트레일러


취재/ 조원희 기자
영상/ 송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