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차 맛’을 알기 시작했다. 미국인의 80%가 가정에서 차를 즐기고 있고, 특히 외식 차(tea) 시장은 젊은층 고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차 시장 규모는 약 27억 달러. 양으로 따져보면 어마어마하다. 약 4만1000톤을 소비하고 있다.

차 종류도 다양해 지고 있다. 여전히 전체 미국 차 시장의 57.7%를 홍차가 차지하고 있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효능을 가진 허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허브차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기준 19.8% 정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미국인이 차를 즐기는 방법은 아시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핫 티(hot tea)’가 아닌 ‘아이스 티(Ice tea)’ 형태로 즐긴다.

베니스 비치에 있는 ‘슈하리 말차카페’의 말차. [슈하리 말차카페 웹사이트 갭처]
미국 차 시장이 성장한 데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의 커피전문점들이 한몫 했다. 이들 커피점들이 커피와 함께 다양한 차를 제공하면서다. 스타벅스는 2014년 전세계 300개 매장이 있는 ‘티바나(Teavana)’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커피점을 통해 차와의 접촉점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차 전문 카페(tea cafe)들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티카페에서는 일반 커피점과 차별화를 위해 차의 종류와 마시는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LA에도 수십 수백 종의 차를 소개하는 티카페 전문카페들이 있어 소개한다.

거리에서 본 아메리칸 티룸의 패티오.

◇아메리칸 티룸(American Tea Room)
아메리칸 티룸은 LA지역의 대표적인 차 전문 카페다. 인기를 끌면서 이미 LA다운타운 아트디스트릭트(Art District)와 뉴포트 그리고 베벌리힐스에도 매장을 두고 있다.

아트디스트릭트 샌타페 애비뉴에 위치하고 있는 매장을 찾아가봤다. 매장에 들어서자 짙은 커피향 대신 은은한 허브향이 풍겨나왔다. 분위기도 커피숍하고는 왠지 모르게 다르다. 모던한 인테리어인데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티룸은 차 전문숍인 만큼 취급하고 있는 차 종류가 다양하다. 직원은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바에서 제공하는 차는 50가지 정도, 팩으로 판매하고 있는 차까지 합치면 100가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차 전문숍답게 차만이 아니라 차를 우려먹을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기본적인 찻주전자나 컵 외에도 커피 핸드드리퍼와 비슷한 차 추출기와 대나무로 된 말차 거품기 등도 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카페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티존(Tea Zone)이다. 이곳에는 화학시간에나 보던 시험관에 차 샘플들이 담겨 있고 바코드가 찍혀 있다. 원하는 차를 골라 바코드를 스캔하면 그 앞에 있는 모니터에 차의 성분과 지역, 분위기와 맛 프로파일, 차 우리는 시간, 온도, 카페인 레벨 그리고 가격까지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매용 차팩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3.5 oz에 10달러 정도 하는 저렴한 차도 있지만 ‘앤션트 스노 스프라웃 오개닉 그린티(Ancient snow sprout organic green tea)’의 경우 3.5oz에 80달러나 한다. 메뉴바에서 제공하는 차는 4~10달러 선이고 컵이나 팟으로 마실 수 있다. 팟을 시킬 경우 2달러 더 비싸다.

▶주소: 909 S Santa Fe Ave, LA.

아메리칸 티룸의 말차 라테.
아메리칸 티룸의 티존. 티가 든 시험관을 스캔하면 모니터를 통에 해당 티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메리칸 티룸에서 판매하는 티팩들.

◇루비스+다이아몬즈(Rubies+Diamonds)
할리우드에 있는 R+D는 세련된 느낌의 티전문 카페다. 커피도 판매하고 있지만 티에 더 전문성을 두고 있다. 특히 크리미하면서도 곱고 부드러운 니트로 스타일의 차가운 티는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다. 니트로 커피가 유행하면서 차에 도입한 것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생강에일 그린티(Ginger ale green tea)나 강황티(turmeric tea), 크리미한 말차(match) 등은 독특한 향을 혼합해 차별화된 맛을 제공한다. 만약 어떤 차를 먹을지 정하지 못했다면 다양한 니트로 티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샘플 메뉴를 시도해 것도 좋다.

다만 니트로 티는 찬 음료지만 얼음이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라면 권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니트로 메뉴는 일반 차보다 살짝 더 비싸다. 일반 차가 4~5달러 선인데 비해 니트로 티는 5.50~7달러 선이다. R+D는 티 이외에도 와인과 맥주 그리고 샌드위치, 브리토 등 간단한 식사 메뉴도 제공한다.

이 카페는 90분 무료주차 밸리데이션을 제공하고 있고 길가에도 코인파킹이 있다.

▶주소: 6115 Sunset Blvd #150, LA

할리우드에 있는 티전문 카페 루비스+다이아몬즈의 내부.
루비스+다이아몬즈의 니트로 히비스커스 티.
루비스+다이아몬즈의 직원이 니트로 티를 뽑아내고 있다.

◇슈하리 말차카페(Shuhari Matcha Cafe)

LA한인타운에서 서쪽으로 13마일, 베니스에 위치한 슈하리 말차카페는 그린티 매니아의 파라다이스다. 그린티 종류만 40여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카페 이름처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말차를 대표 메뉴로 한다. 말차아메리카노, 말차라테, 유즈말차, 베리마차 등 평소 맛보지 못했던 다양한 말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소:1522 Abbot Kinney Blvd. Venice

※말차는 시루에서 쪄낸 찻잎을 그늘에서 말린 후 잎맥을 제거한 나머지를 맷돌에 곱게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들어 이를 물에 타 마시는 차다.

슈하리 말차카페의 아이스 말차. [슈하리 말차카페 웹사이트 캡처]
◇차도 티룸(Chado Tea Room)
차도 티룸 역시 대표적인 차 전문 카페 중 하나다. 인도, 중국, 일본, 스리랑카, 네팔, 대만과 국내에서 생산된 300여 가지의 다양한 티를 맛볼 수 있다. 컵이 아닌 팟으로 서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 역시 차는 물론 다양한 차 관련 액세서리들도 구입할 수 있다. 할리우드 외에도 리틀도쿄와 패서디나, 토런스에도 매장을 두고 있다.

▶다운타운 매장 주소: 369 E 1st St,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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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오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