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이 대세다.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현재 가장 ‘핫한’ 장르는 단연코 힙합이다. TV 프로그램은 힙합경연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무한도전’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힙합의 요소를 차용한다. 이제 힙합은 모르면 남들과 대화가 잘 안 되는 문화코드가 됐다. 힙합 중에서도 사람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소는 디스다. 다른 장르와는 달리 힙합은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맘에 들지 않는 상대는 랩을 통해서 바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격하는 디스는 힙합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스를 통해서 힙합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1라운드  드레이크 VS 믹밀

2015년 힙합계는 드레이크와 믹밀의 디스전으로 떠들썩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믹밀이었다. 그는 7월 21일 트위터를 통해서 “나와 드레이크를 비교하지 말아줘. 걔는 자기 가사도 스스로 쓰지 않는다고. 그게 내 앨범을 홍보해주지 않는 거야. 우리 팀이 그걸 알아냈으니까.” 라고 올렸다. 이어서 “내 앨범에 피처링한 가사도 자기가 쓰지 않았어. 그걸 알았다면 내 앨범에서 빼버렸을거야. 팬들을 속이고 싶지 않거든”이라고 말했다. 가사를 대필해 준 사람이 쿠엔틴 밀러라는 래퍼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뜬금없는 공격이었다. 믹밀과 드레이크는 서로 친분을 과시하며 피처링을 해주던 사이었다. 게다가 믹밀의 여자친구인 니키 미나즈는 드레이크와 같은 음반사에 소속 돼있는 절친한 사이다. 치열한 디스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둘의 관계는 믹밀의 공격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먼저 쿠엔틴 밀러는자신이 드레이크의 가사를 대필해준 적이 전혀 없다면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드레이크는 트위터를 통해 “믹밀은 내가 니키랑 잤고 새 앨범 홍보를 안 해줘서 화난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drake

디스에는 철칙이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팬들이 실망한다. 드레이크는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인터넷은 믹밀과 드레이크를 비교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믹밀은 뛰어난 랩실력과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드레이크에 비하며 아직 커리어가 일천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10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과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드레이크는 최선을 다해서 디스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Charged Up. 자신은 충전이 다 된 배터리 같지만 믹밀은 다 떨어져 가는 배터리 같다는 내용으로 한껏 여유를 부리는 랩스타일이 인상적이다.

드레이크
드레이크

믹밀은 디스곡에 대해서 너무 부드럽고 조용하다며 특별한 반격을 하지 않았다. 랩은 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음원을 하나 공개하긴 했다. 드레이크는 믹밀의 반응을 4일 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믹밀은 디스곡을 발표하지 않았고 드레이크는 다시 한 번 공격에 나선다.

믹밀
믹밀

제목은 ‘Back to Back Freestyle’ 이었다. 연타석 홈런을 날리듯이 또 한번 공격을 해주겠다는 의미다. 두번째 곡은 훨씬 더 웅장한 느낌의 곡과 직설적인 가사로 채워져 있다. 믹밀을 여자친구 니키 미나즈에게 기생한다고 얘기하는가 하면 총구를 잡아야 할 손이 트위터나 하고 있다며 조롱을 한다.

곡과 함께 올린 이미지도 화제였다. 드레이크의 고향인 토론토 블루 제이스의 선수 조 카터가 믹밀의 고향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1993년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친 직후의 모습이다.

믹밀은 7월 31일 겨우 디스곡을 써서 발표했다. 여전히 대필논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끝까지 드레이크를 물고 늘어졌다. 돈과 인기가 ‘가짜’를 ‘진짜’로 만들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후 둘은 디스곡을 발표하지 않고 그렇게 디스전은 마무리됐다. 디스전은 드레이크의 완벽한 승리였다. 랩실력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났다. 드레이크는 재빠르게 곡을 발표해서 대필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

드레이크의 Back to Back Freesytle은 2016년 열린 5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랩 퍼포먼스 부분 후보에 올랐다. 그만큼 강력한 곡이었다. 켄드릭 라마에 밀려서 수상엔 실패했지만 그래미 후보에 오른 사상 최초의 디스곡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었다.

이후에도 드레이크는 59회 그래미에서 두개의 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믹밀은 그 이후 안타깝게 지지부진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2016년 여름 드레이크가 발표한 곡 ‘Summer Sixteen’으로 다시 한 번 서로 작은 디스전이 있었지만 이미 대세는 드레이크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월에는 믹밀과 니키 미나즈가 공식적으로 헤어졌음이 확인됐다.


디지털부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