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이 대세다.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현재 가장 ‘핫한’ 장르는 단연코 힙합이다. TV 프로그램은 힙합경연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무한도전’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힙합의 요소를 차용한다. 이제 힙합은 모르면 남들과 대화가 잘 안 되는 문화코드가 됐다. 힙합 중에서도 사람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소는 디스다. 다른 장르와는 달리 힙합은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맘에 들지 않는 상대는 랩을 통해서 바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격하는 디스는 힙합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스를 통해서 힙합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2라운드 카니예 웨스트 VS 테일러 스위프트

시작은 2009년 MTV의 시상식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였다. 여성 최고 비디오 부문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가 수상소감을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카니예 웨스트가 무대에 올라왔다. 수상소감을 말하려는 테일러의 마이크를 뺏은 뒤 속사포 랩을 쏟아내듯이 “테일러 난 니가 수상해서 기쁘고 수상소감을 끝내게 해줄 거야. 그런데 비욘세의 비디오는 사상 최고였다고! 사상 최고!”라고 말했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마이크를 넘겨준 카니예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스위프트는 당연히 수상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곤란하다는 표정의 비욘세가 포착되기도 했다.

후폭풍은 엄청 났다. 모든 비난은 경솔한 카니예 웨스트에게 몰렸다. 심지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프더레코드로 ‘카니예는 멍청이다’라고 말했다. 카니예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더 큰 비판을 불러왔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큰 상을 타고도 수상소감을 말하지 못한 ‘불쌍한 소녀’가 됐다. 적어도 이 때까지는.

 

2010년에 둘 사이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카니예는 트위터를 통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을 밝히고 테일러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을 선물하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용서를 이야기하는 내용의 Innocent라는 곡을 발매한다. 카니예 또한 반성의 의미를 담은 가사를 몇 차례 선보이면서 모든 것은 마무리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6년 카니예가 새 앨범과 함께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면서 다시 한 번 전쟁이 시작된다.

 

카니예 웨스트의 2016년 발매한 앨범 Life of Pablo의 수록곡인 Famous는 힙합 특유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노래다. 그런데 노래 중에 논란이 된 가사가 있었다. ‘난 지금도 테일러랑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걔를 정말 유명하게 해줬거든’ 라는 가사였다.

곡의 뮤직비디오는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비디오는 커다란 침대에 많은 사람들이 나체로 누워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옆에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누워있다. 후에 모든 장면은 인형과 함께 촬영된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인형이라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누드를 이용해서 촬영을 한 카니예 웨스트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몰렸다.

카니예는 이에 대해서 이미 테일러와 합의된 내용이라고 주장했고 테일러 측에서는 동의를 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테일러 측은 대변인을 통해서 이런 가사와 비디오를 ‘인격 살인’이라고 규정하면서 맹비난을 퍼부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6년 그래미 시상식을 통해서 “당신의 성공을 깎아 내리거나 명예와 성과를 빼앗아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집중하라”라고 말하며 카니예 웨스트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모두가 테일러 스위프트를 응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보다 못한 카니예의 아내 킴 카다시안이 나섰다. 킴 카다시안의 본인의 스냅챗을 통해서 카니예 웨스트가 테일러 스위프트와 통화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테일러는 카니예가 얘기해주는 가사를 듣고 ‘칭찬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는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카니예는 통화를 하면서 “너를 상처 주는 내용은 절대 쓰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등 정중한 모습을 보이고 테일러 스위프트 또한 “만약 가사가 논란이 되면 나중에 우리가 합의했다는 걸 공개하자”는 식으로 화답한다.

대중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미지는 추락했고 인터넷 상에서는 테일러가 교활하다며 테일러 스네이크라는 별명이 생겼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당황한 테일러 측은 ‘가사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쓰인 욕설이 문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에 가사에 대한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힌 테일러 스위프트가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부각돼 비판을 받았다.

사건을 지켜 본 네티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한가지 더 있었다. 카니예 웨스트, 결혼 참 잘했다.


디지털부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