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 주도 샌타페에서 출발해 북쪽 약 35마일 떨어진 밴델리어 내셔널 모뉴먼트를 가고 있었다. 1000여 년 전 아나사지 인디언이 살던 유적지로 깊은 산속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곳이다. 

여행 중에는 RV용 GPS를 사용한다. 차의 길이, 높이, 폭, 무게 등을 입력하면 적당한 길을 찾아주지만 정확하지 않을 때도 있어 늘 신경이 쓰였다. 목적지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시골길답지 않게 넓은 도로와 톨게이트 같은 곳이 나왔다. 유료도로인 줄 알고 돈을 준비했는데 검문소였다. 경비원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꼬치꼬치 질문을 하더니 RV뒷문을 열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를 확인했다. 

화이트 샌드 미사일 시험장은 육군 NASA관련 연구도 수행한다. 박물관은 무료지만 입장하려면 신원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유를 알고 보니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를 관통하는 길이었다. 신원확인 후 통과를 허락하면서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되고 정지하지 말고 빠져나가라고 일러주었다. GPS의 오류로 유명한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를 지났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비밀 연구로 원자폭탄을 만든 곳이다. 1943년 목장이었던 곳을 정부가 구입해 비밀연구소를 설립하고 1945년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1945년 7월16일 뉴멕시코 남쪽에 있는 화이트 샌드 사막에서 첫 실험을 했다. 원자폭탄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와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됐다. 14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지금도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는 원전, 바이오, 에너지, 우주항공, 컴퓨터 등 미국 안보와 관련된 최첨단 과학분야를 비밀스럽게 연구하고 있다. 

1년이 지나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드 내셔널 모뉴먼트로 이동했다. 화이트 샌드에는 숙박시설이 없어 인근 조그만 도시인 알라모고도로 향했다. 

화이트 샌드는 모두 군사지역으로 시험이 있을 때는 몇 시간씩 도로가 통제되기도 한다.

텍사스주 엘파소에 뉴멕시코 알라모고도에 이르는 54번 국도는 허허벌판 사막이었다. 가끔 군시설물과 훈련 나온 장갑차들이 뽀얀 먼지를 내며 달리고 있었고 북쪽으로 곧게 뻗은 도로는 비어있었다. 

알라모고도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검문소가 나왔다. 군 시설물이 많기 때문에 군 검문소 인줄 알았는데 국경수비대의 검문소였다. 멕시코 국경이 가까워 밀입국, 마약문제가 심각한지 모든 차량을 검문하며 국적, 탑승인원 등을 확인했다. 

박물관 야외 전시장에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 케이스 모형이 전시돼 있다.

미국 전국에 다녀도 도로에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뿐인 것 같다. 사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 만든 원자폭탄을 시험한 트리니티 사이트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화이트 샌드 국립 기념물은 일반에 공개된 화이트 샌드 미사일 시험장의 극히 일부다. 넓은 사막지대가 전부 시험장이며 육군에서 제일 큰 군사 기지다. 

트리니티 사이트는 1965년 군이 기념비를 세웠다. 1975년에는 국립 역사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랜드마크에는 과학자와 군인들이 거주했던 베이스 캠프와 플루토늄 코어를 조립한 맥도널드 목장과 폭탄이 터진 그라운드 제로가 있다. 

트리니티 사이트는 화이트 샌드 국립 기념물에서 북쪽으로 약 6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4월과 10월 첫째 주 토요일 일 년에 이틀만 일반인에 공개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군부대에서 운영하는 화이트 샌드 미사일 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은 2차 대전에 사용되었던 V-2 로켓에서부터 과학적 자료와 우주 활동 자료, 과학자들의 업적을 전시하고 있었다. 

박물관 야외 전시장에는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케이스 모형을 비롯해 50여 종류의 로켓과 미사일을 전시하고 있었다. 시험장에서는 가장 앞선 미사일 기술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 1945년 이래 4만2000회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고 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국가다. 핵무기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것인가? 이 곳에서 연구하고 개발된 가공할 기술들이 미국의 세계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야외 전시장에는 50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이 곧 목표를 향해 날아갈 듯 하늘을 향해 있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