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의 추억이 아직도 주황색 모래사막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늠름하게 서 있는 거대한 파라오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젖줄 나일강을 따라 아직도 그 위용을 자랑하는 수많은 신전들, 왕들이 비밀스럽게 누워 있는 계곡,  물 위로 건져낸 아부 심벨(Abu Simbel), 수천 년 된 상형문자와 아직도 색깔이 남아 있는 벽화들, 수많은 이야기가 새겨진 조각들, 문화와 역사가 겹쳐진 신화들, 인류 역사, 문명의 발상지에서 아직도 파라오를 지키고 있는 늠름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나고 왔다.

‘이집트’라는 단어는 나일강 삼각지의 검고 기름진 흙 ‘이집토스’에서 비롯한다. 나일강은 이디오피아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되는 Blue Nile과 수단에서 시작되는 White Nile이 합쳐져 장장 4,200마일의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의 하나이다. 이집트는 95%가 사막이고, 5%만이 경작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1년에 한 번씩 쏟아지는 홍수와 범람은 신의 축복이고 기름진 흙을 만든다.

나일강의 동쪽은 살아 있는 자의 땅으로 신전이 있고, 서쪽은 죽은 자의 땅으로 왕의 계곡, 장제전, 피라미드 등이 있다. 나일강이 생명이고 모든 것은 나일강 가까이 있어 거대한 돌, 재목, 생활필수품 운송을 가능케 했다. 신의 아들 파라오의 운명도 나일강에 달렸으며, 수천 명의 제사장들은 나일강의 은총을 위하여 기도드렸다. 5천여 년 전에 나일강의 수위를 재던 나일로미터(Nilometer)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5천 년에 걸친 이집트 왕국의 연대를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도시국가 역사와 같이 보면 구약성경의 아브라함부터 출애굽, 이스라엘과 남유다의 멸망보다 더 오래 계속된다. 아브라함 시기가 한국의 전기 단군조선 때에 해당한다.

고대 역사 연대표 Source: Google

파라오의 부활과 내세를 위한 무덤 피라미드, 이집트 전국에 약 900개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기자(Giza)의 3개 피라미드: 제 4왕조 쿠푸왕(Khufu, BC 2589-2566), 카프라왕(BC 2558-2532)와 멘카프라왕(BC 2532-2504)의 피라미드 이다. 그중에서 제일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원래 높이가 146.5m이며 완벽한 경사 각도 52도, 각 변의 길이가 248m, 평균 무게 2.5톤짜리 돌 250만 개가 소요되었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피라미드의 튼튼한 암석 기반, 지난 5천 년 동안 단지 1.25cm만이 침강했다. 저변은 각각 정동, 서, 남, 북을 향하고 있으며 모든 문은 북극성을 향해 있다. 피라미드의 건축은 돌 수송로를 만드는 데 10년, 피라미드를 쌓는 데 20년이 걸렸고, 단순한 지레나 굴림돌, 밧줄을 이용하여 돌을 날랐다고 한다.

250만 개의 돌, 돌 하나가 자동차 한 대 무게
왕의 무덤까지 굴을 따라 내려가기 위해 입구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덤 내실까지 돌벽으로 된 좁은 통로를 한참 몸을 구부리고 내려가야 한다.

기자의 스핑크스는 높이 20m, 길이 73m, 넓이 4m로 통바위 언덕을 깎아서 만들었고, 인간의 머리(지혜)와 사자의 몸통(용맹)을 상징하고 부활의 세계인 해 뜨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기자 지역 외에도 룩소, 카이로 박물관 등에도 스핑크스가 있으며, 기자 스핑크스에서 떨어져 나간 코와 턱수염은 현재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파라오들은 사후 세계를 위하여 자기의 안식처로 거대한 미라미드를 건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이라는 제집에 있지도 못하고 박물관에 안장되었고, 수많은 소장품은 도굴되어 버렸다. 그래도 이제는 파라오의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온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그들의 후손을 먹여 살리고 있다.

파라오의 피라미드를 지키고 서있는 스핑크스
통바위 언덕을 깎아서 만들었는데, 떨어진 코와 턱수염은 현재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3개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상당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보이는 피라미드는 표면의 바위들이 많이 벗겨져 나간 모습이다. 상부에 남아 있는 매끈한 면이 원래의 모습이었는데, 이 표면에 붉은 색갈이 입혀져 있었는데 아직도 희미하게 색깔이 남아 있다. 끝없는 황색 사막 배경에  붉은 색깔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상상하면 그 위용이 대단했을 것이다.

상부에 남아 있는 매끈한 면이 원래의 모습
장제전: 미이라를 만들고 제사 지내던 검은 돌로 만들어진 제단
바위들이 계단처럼 되어 있지만 올라갈 수는 없다.
세 개의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인증샷

초기의 피라미드는 단층으로 된 “마스타바식 무덤”이었으나, 후에 계단식으로 발전했다. 사카라에 재상, 건축가, 의학자인 임호텝(Imhotep)이 만든, 높이 65m에 이르는 제3 왕국 조세르왕(BC 2690-2670)의 계단식 피라미드가 신전과 함께 남아 있다.

계단식 피라미드 옆에 신전이 위치했다.
파라오의 상징 코브라가 지키고 있다.

Note: 여기 연재되는 이집트 이야기는 고 강길원 박사의 원고 “나일강이 들려주는 삶과 죽음, 그리고 영생의 이야기”에 기초하여 시내산 김정선이 발췌, 수정, 시내산의 사진과 함께 편집되었다. 인샬라! (Inshallah! 신의 뜻대로)


글/사진 시내산 김정선 (세계인문기행가)

시내산 김정선 씨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대학 교수로 10년, 90년대에 교육연구 회사를 세워 20년 이상 미정부 K-20 STEM 교육프로그램 연구 사업에 기여했다. 연구를 위해 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은퇴 후에도 세계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