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블랙 팬서

‘블랙 팬서’는 개봉 일주일 만에 3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기존에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기록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블랙 팬서가 개봉주에 올린 2억 200만 달러의 매출은 역대 2월 개봉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전에 ‘데드풀’이 가지고 있던 1억 3,243만 달러를 아득히 추월했다. 프레지던트 데이에는 역대 최고의 월요일 성적을 올리면서 ‘스타워즈’가 가지고 있던 기록을 깨버렸다. 대세는 블랙 팬서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는 ‘어벤저스’에 이어서 2위다. 닥터 스트레인지, 토르, 앤트맨, 캡틴 아메리카, 인크레더블 헐크 등의 전체 흥행 기록도 단 한 주 만에 넘어섰다. 역대 최고의 오프닝 성적에서 5위에 올랐다.

재미있는 기록은 감독 라이언 쿠글러가 역대 최고의 성적인 올린 흑인 감독이 됐다는 것이다. 블랙 팬서 전체에 아프리카를 비롯한 흑인 문화가 흩뿌려져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가 깊다. 블랙 팬서는 할리우드의 최첨단인 수퍼 히어로가 흑인 문화를 만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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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는 블랙 필름인가?

블랙 필름. 미국에서는 흑인들의 문화를 주제로 삼은 영화를 지칭할 때 쓰는 용어다. 60년대부터 생겨난 블랙 필름은 다양한 장르를 거쳐왔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은 올해로 개봉 30주년을 맞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일 것이다. 전형적인 블랙 필름은 아니지만 흑인 감독이 흑인 배우들과 만든 ‘문라이트’도 블랙 필름으로 분류된다. 물론 주연급 배우가 흑인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블랙필름은 아니라는 논쟁이 붙는 영화도 간혹 있다.

블랙 팬서는 아주 확실한 블랙 필름이다. 일단 대부분의 배우가 흑인이며 감독과 각본도 흑인 라이언 쿠글러가 맡았다. 게다가 흑인 특유의 문화가 작품 전체에 녹아있다.

작품 제목 ‘블랙 팬서’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동하던 흑인 무장 조직의 이름에서 따왔다. 흔히 흑표당으로 불리는 이 단체는 시위 등의 정치적 활동은 물론 무료 아침 배급소와 건강 진료소 등의 시민운동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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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살아라’는 블랙 필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흑인 사이에서 일어난 ‘아프리카로 돌아가서 문화적 뿌리를 되찾자’는 이념 또한 영화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아프리카 전통 문화가 등장 인물의 의복과 행동에서 보이고 부족들이 연합해서 왕국을 세우는 아프리카 특유의 정치 체제 또한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 블랙 필름의 요소들을 수퍼 히어로 영화에 접목시킨 것이다.

 

완성도와 신선함

마블의 영웅들은 지구에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주요 인물들이 모두 백인이라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사상 최대 흥행을 기록한 수퍼 히어로 영화 어벤저스에서도 토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등이 모두 백인이었다. 블랙 팬서가 마블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유는 백인 위주의 마블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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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의 주요인물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사실 블랙 팬서는 서사가 약하고 완성도 면에서 뛰어나진 않다. 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 와칸다에서 여전히 몸싸움으로 지도자를 정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라이온 킹에서 빌려온 듯한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아들이 왕위를 놓고 경쟁하는 이야기 구조도 허술하다. 마지막 대결씬 또한 비주얼적인 면에서 식상하다. 들판에서 몇 십 명이 육탄전을 하는 모습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다.

블랙 팬서가 시종일관 고민하는 것은 ‘기술을 바깥 세상에 알릴 것이냐’의 문제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가 영웅의 역할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했던 것에 비하면 유치하다. 그래서 주인공인 블랙 팬서보다 악역 킬몽거가 더 매력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타 다른 마블 영화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크게 흥행하고 있는 것은 ‘신선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흑인 문화가 적절하게 녹아 들어서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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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블랙 팬서가 필요하다

블랙 팬서를 보는 한인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산에서 촬영된 장면들일 것이다. 부산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낯익을 풍경들이 펼쳐졌다.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한글을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아쉽기도 하다. 배우들의 한국어가 사람들에게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항상 지적받듯이 아시아의 문화는 할리우드에서 제대로 보여진 적이 없다. 흑인 문화를 제대로 그려낸 블랙 팬서가 더 없이 부러운 이유다.

마블 영웅들의 원작 만화에 아시아인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아마데우스 조라는 한국인 캐릭터가 헐크 만화에 등장했다. 헐크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르다가 최근에는 브루스 배너에 이은 헐크가 돼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블랙 팬서를 보면 아시아 문화도 제대로 소개해줄 만한 캐릭터가 마블에 없다는 것이 유독 아쉽게 느껴진다. 우리에게도 블랙 팬서와 같이 우리의 문화를 대변해 줄 캐릭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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