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거리가 멀어서, 혹은 비싼 입장료 때문에 관심은 있어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쏟아지는 CES 관련 기사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된다. 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 가운데 현장의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기사는 사실 흔치 않다. 전시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4일 동안 ‘거의’ 모든 부스를 돌아보고 발견한 5가지 팩트를 통해 CES의 맨 얼굴을 공개한다.

  1. 아직 대세는 중국이 아니다. 하지만 머지않았다
많은 화제를 모았던 중국IT기업 샤오미의 전시관
많은 화제를 모았던 중국IT기업 샤오미의 전시관

2017년의 CES의 키워드 중 하나는 중국의 급부상이었다. 3800여 개의 참가기업 중 30% 이상이 중국기업이었단 통계도 있을 정도. 확실히 매년 CES에는 더 많은 중국기업과 중국인들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시관들을 둘러 보았을 때는 중국이 대세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숫자로는 많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대형전시관은 한국, 일본, 미국, 독일이었다. 중국전시관 중에 가장 크고 화려한 곳은 화웨이와 TCL이었지만 컨텐츠는 물론 내부장식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숫자로는 많지만 아직 CES라는 거대한 전시회를 이끌어 나가기에는 여러 면에서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과거 CES에서 중국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것은 확실했다. 중국이 CES를 지배할 날은 멀지 않은 것 같다.

  1. AR보다는 VR이다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던 VR 성인용 콘텐츠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던 VR 성인용 콘텐츠

CES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기술은 가상현실(VR)이었다. 지난 해 포켓몬스터의 등장으로 증강현실(AR)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대중화 된 상품은 여전히 VR쪽이 훨씬 많았다. 오히려 AR과 관련된 기술은 쉽게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현대자동차의 전시관에서도 VR을 이용한 자율주행차 체험이 가장 큰 인기였으며 소니의 전시관에서는 VR을 이용한 게임체험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섰다. 중소업체 중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VR을 이용한 성인용 콘텐츠를 만들던 곳이었다. 역시나 체험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인해 장사진을 이뤘다.

  1. 프랑스는 ‘스타트업의 나라’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프랑스관을 세련되게 만들어줬던 로고
프랑스관을 세련되게 만들어줬던 로고

국가별 전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프랑스관이었다.  프랑스의 국가상징인 닭을 멋들어지게 재해석한 로고부터 눈에 띄었다.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CES에서 마련한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 파크에 가장 많은 기업을 진출시킨 나라는 프랑스였고 이러한 사실을 주요언론에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하기도 했다. 프랑스관에 함께 하지 못한 업체들에도 커다란 스티커를 붙여서 통일감을 주었다.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느낌이 들었다. 참가업체들 또한 다양하고 훌륭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스타트업을 국가지원의 모범을 보여줬다.

  1. 자동차는 가전제품이 될 것이다
전기차 패러데이 퓨처의 전시관
전기차 패러데이 퓨처의 전시관

올해 CES에서 가장 뜨거웠던 곳은 가전업체가 모여있는 센트럴 홀이 아니었다. 자동차 업체들이 모인 노스홀이었다. 인공지능, VR, 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들이 어떻게 자동차와 결합되는 지에 대한 대답을 알 수 있었다. 최첨단 기술이 자동차로 모이면 결국 자동차는 가전제품이 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 되면 탑승자는 운전에서 해방된다. 그러고 나면 차는 ‘집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는 차량내부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고 이런 모든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는 차들도 당연히 나올 것이다. 거대한 복합가전제품이 될 자동차의 모습이 그려졌다.

  1. 대형 가전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품고 있다
소니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모두 소니의 전시관 안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였다
소니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모두 소니의 전시관 안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스타트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CES에서는 이런 사내 스타트업들이 뭉쳐서 ‘C-Lab’이라는 전시관을 만들었다. 건강과 관련된 기능을 탑재한 벨트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들이 많았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150만 달러 이상 모금한 삼성 사내 스타트업 ‘이놈들 연구소’의 스마트 시계줄은 전시관을 벗어나서 단독부스를 차렸고 많은 호평을 받았다. 소니는 아예 전시관 내에 스타트업과 관련된 코너를 따로 만들어서 적극적인 홍보를 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은 대기업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한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글 사진 /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