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은 스니커다. 구찌나 발렌시아가 같은 명품 브랜드까지 앞다투어 스니커를 발매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져 가고 있는 스니커 시장에 놀랄만한 뉴스가 하나 나왔다. 지금까지 스니커 매출순위에서 줄곧 3위에 머물렀던 아디다스가 2위로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최근 엄청난 매출상승을 보이면서 나이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승세의 중심에는 래퍼 칸예 웨스트가 있다. 그는 어떻게 아디다스를 ‘핫하게’ 만들었을까?

 

스포츠 마케팅의 전설, 마이클 조던

스니커 브랜드하면 바로 떠오르는 양대산맥이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아디다스는 북미에서 줄곧 3등에 위치해왔다. 바로 마이클 조던이 설립한 ‘조던 브랜드’에 계속 밀렸기 때문이다.

물론 조던은 나이키의 자회사다. 신발도 모두 나이키와 함께 생산한다. 하지만 조던은 나이키와는 다른 브랜드로서 차별화를 해왔다.

조던은 스포츠 마케팅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모두 스포츠 브랜드기 때문에 운동선수와 계약을 맺고 스니커를 발매한 뒤에 스포츠를 통해서 마케팅을 하는 방식이 이미 널리 쓰이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은 전후무후한 최고의 스타였기 때문에 스포츠의 기능성을 뛰어넘은 ‘전설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고 결국 하나의 아이콘은 브랜드로 진화해 아디다스를 압도했다. 1985년 처음으로 에어 조던이 발매된 후로 조던 브랜드는 성장을 거듭했다. 조던의 메인 라인인 에어 조던 시리즈가 패셔니스타들에게 각광받았었다.

마이클 조던이 자신의 시그니처 스니커 에어 조던 1을 신고 덩크를 하는 모습. 이 모습은 이후 ‘점프맨’ 이라는 로고로 만들어졌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서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방식은 너무나도 일반적인 것이 됐고 스포츠 스타들은 자신만을 위한 스니커인 ‘시그니처 스니커’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스니커업계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칸예 웨스트였다.

 

칸예 웨스트가 나이키를 떠난 이유

래퍼이자 작곡가인 칸예 웨스트는 2009년 나이키와 계약을 맺었다. 언뜻 보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같다. 당시 칸예 웨스트는 당시 이미 4장의 음반을 모두 성공시킨 슈퍼스타였다. 대부분의 음악을 자기가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수많은 가수들에게 히트곡을 제공한 작곡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아이콘이었다.   펑퍼짐한 바지와 티셔츠 일색이었던 래퍼들의 패션은 핑크색 스웨터와 루이비통 백팩을 메고 등장한 칸예 웨스트에 의해서 변했다.

하지만 ‘스포츠 브랜드’로서 나이키의 입장에서 이 계약은 모험이었다. 사상최초로 운동선수가 아닌 아티스트와 시그니처 스니커를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게다가 칸예 웨스트는 최고의 디자인과 최고의 기능성을 고집했다. 2009년 그는 ‘에어 이지’라는 이름의 스니커를 발매하게 된다. 245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에 소량발매였지만 큰 인기를 얻었다. 스니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고 싶은 신발이었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1000달러에 가까운 웃돈을 얹어서 거래됐다.

나이키 에어 이지 2. 이 신발은 현재 30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2012년까지만 해도 나이키와 칸예 웨스트의 협업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최고의 브랜드와 최고의 아티스트가 최고의 신발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내부적으로 이 때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칸예 웨스트가 재계약 조건으로 한 요구가 문제가 됐다.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강조하면서 나이키 측에 판매액의 일정금액을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다.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와 한 것과 비슷한 계약조건이었다. 하지만 나이키는 운동선수도 아닌 아티스트에게 이러한 조건을 허락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결국 칸예 웨스트는 나이키를 떠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칸예 웨스트가 나이키를 떠난 직후 에어 이지의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칸예와 나이키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기 때문에 에어 이지는 절대 재발매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졌고 희소성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한 번도 신지 않은 에어 이지의 경우 30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칸예와 아디다스의 만남

아디다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칸예에게 계약금 1000만 달러에 지분을 약속해 아디다스에서의 시그니처 스니커 발매를 성사시켰다. 아디다스가 개발한 신소재 ‘부스트’를 사용한 신발 ‘이지 부스트’는 그렇게 발매됐다.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로 불리는 칸예 웨스트의 이지 부스트는 발매하자마자 최고의 신발이 됐다. 정가는 200달러지만 1000달러를 줘야만 살 수 있었다. 대량발매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모두 아디다스라는 브랜드에 다시 주목했고 브랜드 가치는 올라갔다.

칸예 웨스트가 ‘이지 부스트 350 V2 지브라’를 신고 공연하는 모습.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자 부스트를 사용한 다른 신발들도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울트라 부스트나 NMD 등의 신발은 칸예 웨스트라는 스타의 후광을 입지 않았지만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NMD는 2016년 가장 많이 팔린 신발 중 하나였다. 아디다스 전체의 매출 또한 올라갔다. 2016년 아디다스는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패션전문매체 ‘하입비스트’는 2016년 최고의 브랜드로 아디다스를 선정하면서 이런 상승세를 대변했다.

‘칸예 효과’는 매출로 연결됐다. 아디다스의 2017년 1사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8.9%가 상승한 60억 달였고 영업이익 또한 28.8%가 상승해 6억 3730만 달러에 달했다. 특히나 북미와 중국에서 30%에 달하는 매출성장을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

아디다스의 매출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NPD의 스포츠산업 전문가 맷 파월은 2020년까지 북미에서 아디다스의 매출이 53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북미에서 아디다스의 매출이 36억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파월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아디다스가 조던 브랜드를 제치고 제치고 2위에 안착한 사실을 전하며 “평생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특히나 8월달의 아디다스 판매량은 경이적이었는데 작년 8월과 비교하면 50%이상의 매출신장이 있었다.

2016년 가장 많이 팔린 신발 중 하나인 아디다스의 NMD.

 

아티스트의 브랜드 파워

칸예 웨스트가 아디다스를 성공으로 이끌자 비슷한 시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포츠 브랜드 퓨마는 최고의 R&B 스타인 리애나와의 협업을 통해서 주가를 5% 이상 끌어 올리기도 했다.

현재 패션계와 음악계를 모두 평정한 칸예 웨스트는 중요한 변화들을 가져왔다. 운동선수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서 아예 업계 판도를 뒤바꿔 놨다. 칸예 웨스트는 이지 부스트가 에어 조던보다 더 큰 인기를 얻자 ‘내가 마이클 조던을 뛰어 넘었다’는 가사를 썼다. 신발 하나로 마이클 조던을 뛰어 넘은 그는 더 나아가서 아디다스가 조던을 뛰어 넘게 만들었다.

칸예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통해서 의류와 신발을 발매하면서 계속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칸예 웨스트라는 브랜드 파워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