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 락카 페인트로 한국미 물씬한 벽화를 그리는 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30)씨. 2016년 LA 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트의 ‘컨테이너 야드(800 E 4th St, LA)’에서 한복을 입은 흑인 여성을 그린 대형 벽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발표해 크게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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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만에 그가 다시 LA를 찾았다. 이번엔 아시안, 백인, 흑인 세 여성이 한복을 입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 기획했지만 무산돼 그리지 못한 작품의 아쉬움을 풀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락카’라고 하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벽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을 그려서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주로 한복 입은 여성의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한복 입은 여성을 그리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예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선택한 소재였지만 누구에게는 굉장히 힘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굉장히 큰 즐거움을 얻더라고요. 그래서 이왕이면 사람들이 봤을 때 힘을 얻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더 많이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작업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작년 12월에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해서 관련된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이 들어와서 준비를 무척 오래했었어요. 한복을 빌려서 촬영도 하고 메이크업도 협찬을 받아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취소가 됐어요. 제가 두 달 동안 기다렸거든요. 오래 전부터 한국인, 흑인, 백인 세 인종이 한복 입은 모습을 올림픽에 꼭 그리고 싶다 생각을 했었는데 (취소가 돼서), 그 그림을 꼭 그리고 싶어서 지금 컨테이너 야드에 작업을 하고 있는 거에요. (취소가 되는 바람에) 너무 많이 실망을 해서 더 잘 그리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해서 세 인종이 한복을 입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한복 입고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그림을 그렸던 벽과 같은 건물 옆 벽면이에요. 제가 여태까지 그렸던 벽 중에 제일 그리기 어려운 벽이면서 동시에 제일 좋은 위치에 있는 벽이기도 해요. 제가 매우 좋아하는 작가가 그림을 그렸던 벽인데 그 위에 그림을 그리게 돼서 좀 마음이 아프지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컨테이너 야드’라는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여기가 원래 컨테이너 박스들이 많이 있던 창고 건물이었어요. 모찌 공장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아무나 와서 그림을 그리는 공터 같은 곳이었는데 부지를 사서 사유지가 되고, 사람들을 불러서 행사도 하면서 스트리트아트 갤러리처럼 운영을 하고 있어요. 현재는 닫힌 상태인데 다음달부터 건물들을 하나씩 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플러스피플로 소개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 그림이 늘었어요. 작년보다 그림이 좀 늘어서 빨라졌고, 한복을 처음 그렸을 때는 ‘왜, 어떻게 한복을 그릴 생각을 했느냐’, ‘어떻게 한복 입은 흑인을 그릴 생각을 했느냐’라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이 없었어요. 그냥 진짜 아무 생각 없었거든요. 예쁠 것 같아서 그냥 그렸는데, 지금은 점점 이유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저한테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원하는 게 있고, 그분들이 그림을 통해서 얻는 것들이 있고, 그림을 통해서 얻는 힘들이 있고, 또 그림을 통해서 갖게 되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아서 더 거기에 힘을 실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제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주셔서 도와주신 분들 이름을 적는 게 점점 많아져요. 되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 (한복 디자이너인) 박술녀 선생님께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다짜고짜 연락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지금 다양한 한복을 많이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포토샵으로 어울릴만한 사진을 붙여서 그림을 그렸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다 촬영을 해서 작업을 하고 있고, 촬영해주시는 분도 도움을 주고 계시고, 모델분들도 다 참여하고 싶다고 지원을 해서 작업을 하는 거라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예쁘게 그림을 그려서 그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어요. 제가 여태까지 개인전을 두 번을 했는데 제대로 된 개인전, 딱 만족스러운 개인전을 한적이 없어서 ‘서른 됐을 때 꼭 제대로 하고 싶다.’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개인전을 꼭 크게 하고 싶고, 제대로 한번 하고 싶어요. 그리고 원래 아프리카 선교사가 꿈이었거든요. 서른 다섯 살이 되면 아프리카로 가겠다고 계속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원래는 흑인을 그렸던 이유도 아프리카 소년, 소녀들이 한복 입은 그림을 꼭 그리고 싶어서였고, 그게 또 그 친구들한테 힘이 될 수 있다면 더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저한테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LA에 계신 한인들에게
길을 가다가 우연히 제 그림을 보시면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에 그런 그림을 발견하신다면 ‘이게 이런 사람의 그림이구나.’라고 알아보실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컨테이너 야드에 한번 오셔서 그림을 보시고 하루의 작은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편집 송정현  촬영/편집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