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틱 캐년(Rustic Canyon)은 산타모니카 해변과 가까운 윌 로저스 주립 공원에 있습니다.

러스틱 캐년은 물이 흐르고 햇빛을 가리는 수풀로 뒤덮여 LA 도심지에서 진취적인 등반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원을 그리며 돌아 나오는 등산로는 4.6마일이며 약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하지만 숲이 깊고 시내를 건너 뛰어야 하는 곳이 있어서 많은 방문자가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먼저 선셋 블러바드(Sunset Blvd)를 따라 윌 로저스 주립공원으로 갑니다.

LA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폴로(Polo) 경기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인스퍼레이션 포인트로 올라가게 되는데 거의 모든 길이 이곳으로 연결됩니다.

인스퍼레이션 포인트에서는 LA 도심지와 산타 모니카 해안의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후 백본 트레일(Backbone Trail)을 따라 좀 더 오르면 철제로 된 다리를 지나고 얼마 후 우측으로 러스틱 캐년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옵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약 10여 분 내려가면 수풀이 우거진 계곡에 폐허가 된 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윌 로저스 공원으로 연결됩니다.

폐허가된 건물과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계속 만나는데 수많은 낙서로 도배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러스틱 캐년에 있는 머피 랜치는 1930년대 1차 세계 대전 이후 나치 추종자들이 그들의 아지트를 만들었던 곳입니다.

건물과 발전소 물탱크를 만들고 이곳에서 훈련도 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적군인 나치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본거지였다니 다소 아이러니합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예술인들의 모임 장소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폐허가 되면서 건물마다 온통 낙서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예술적인 모습을 지닌 장소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서 왼편으로 포장도로를 올라가면 계단이 있는 설리번 릿지 소방도로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윌 로저스 공원에 주차했으면 오른편의 러스틱 캐년 물줄기를 따라 가야 합니다.

가는 곳마다 집터 흔적이 있는데 바닥 기초와 벽난로가 남아 있습니다. 거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각종 색으로 마음껏 페인트칠을 해놓았습니다.

깊은 숲속 물길을 건너느라 쉽지 않은데 초보 하이커들에는 좀 무리입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머피 랜치에서 러스틱 시내가를 따라 와야 출발점인 폴로 경기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야생화도 많이 피어있는 러스틱 캐년은 LA 도심지에서 멋진 산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글, 사진 / 김인호 (하이킹 전문가)

김인호 씨는 미주에서 활동하는 등반, 캠핑, 테마 여행 전문가로 미주 중앙일보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에 등산 칼럼을 연재하면서 초보에서 전문가까지 미주 한인들에게 유용한 실전 하이킹 정보를 꾸준히 소개해오고 있다. 저서로 ‘남가주 하이킹 105선’ ‘하이킹 캘리포니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