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SEARCHING

감독: 아니시 차간티
주연: 존 조, 데브라 메싱
개봉: 8월 25일

어머니를 일찍 잃었지만 비교적 평범하게 살고 있는 아버지 데이비드(존 조 분)와 외동딸 마곳(미셸 라 분). 마곳이 사라지면서 평화로운 일상은 깨져버리고 데이비드는 딸을 찾아나선다. 딸 마곳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데이비드는 온라인에서 자신이 모르던 마곳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자신의 딸에 대해서 모르는 일이 많았다는 생각에 더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도 미궁에 빠진다.

서칭은 고전적인 스릴러의 설정과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경우 영화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만듦새다. 서칭은 뛰어난 연출력과 연기력이 만나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는 데 성공했다.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마지막 반전까지 군더더기 없이 이어진다. 물론 여기서 끝난다면 전형적이란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칭은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매우 현대적이라는 것. 영화의 주무대는 온라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데이비드는 마곳의 노트북을 통해서 딸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본다. 딸의 소셜미디어 계정과 메일, 문자메시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내용 등이 차례로 단서로 나온다. 제작사에서 서칭을 소개하던 문구인 ‘하이퍼 모던 스릴러’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 온라인 활동이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보여주는 창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된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한국계 가족이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영화에는 ‘김치스튜’가 나오는 듯 한국문화의 요소들도 자주 보인다. 영화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반갑다. 차간티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문화를 영화에 차용한 것에 대해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존 조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에 한국문화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스릴러의 줄거리에 온라인 활동이라는 요소를 버무려서 현대적으로 만든 영화 서칭. 숨 쉴 틈 없는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한국 문화적인 요소에 더해 가족애라는 코드까지 함께하고 있어서 한인들에게는 각별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존 조가 아시안 배우라서가 아니라 좋은 배우라서 캐스팅 했다”
– 아니시 차간티 감독 인터뷰

존 조를 캐스팅하게 된 배경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존 조를 염두에 뒀다. 뛰어난 연기자라고 생각했지만 그에게서 최고를 끌어낸 감독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존은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직접 만나서 설득을 한 뒤에 겨우 출연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영화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아시아계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 이유는?

존 조가 좋은 배우였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나타내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일반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시아계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게 전혀 특별한 일로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솔직히 존 조 출연이 왜 큰 일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좋은 배우가 출연하는 스릴러 영화일 뿐이다.

제작기간 중 어려운 점은?

스턴트부터 군중이 나오는 장면까지 어려운 장면이 많았지만 13일 만에 촬영을 했다. 그리고 편집에 1년 반이나 걸렸다. 영화의 90%는 편집으로 만들어졌다. 촉박한 촬영기간도 힘들었고 아주 꼼꼼하게 접근해야 하는 편집도 힘들었다.

소셜미디어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이유는?

많은 영화들에서 소셜미디어는 안 좋은 일들에 도구로 쓰인다. 영화 속에서 소셜미디어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소셜미디어는 매우 중립적인 플랫폼이고 좋게 쓰일 수도 나쁘게 쓰일 수도 있다. 현대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꼭 필요했다.

 

“유색인종 배우들은 앞으로 좀더 큰 꿈을 가져야 한다”
– 존 조 인터뷰

처음에 출연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유튜브 비디오 같았다. 스릴러 영화의 주연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게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이 계속 제의를 했다. 감독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이게 ‘진짜 영화’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스릴러 영화에서 아시아계 배우로 주연을 맡는 것의 의미는?

보통은 유색인종이 악역으로 많이 나오는 장르에 아시아계의 얼굴로 나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촬영하면서는 아시아계 주연배우로서 특별한 점을 못 느꼈다. 하지만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때가 되니 아시아계 특유의 가족애가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평소 생각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 부모님과 연락을 자주 하는 것이 너무 좋다. 하지만 악성 댓글과 같은 안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소셜미디어는 내가 가진 모든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나쁜 감정도 좋은 감정도 소셜미디어를 통하면 더 커진다. 영화가 이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촬영기간 중 어려웠던 점은?

사람하고 촬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기를 하면서 항상 연기자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는 컴퓨터 화면을 보고 표정연기를 해야 하는 때가 많았다.

아시아계 배우로서 20년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내 처음 목표는 그저 집세를 내는 것이었다. 처음에 배우로서 일을 시작할 때 내 꿈은 크지 않았다. 40살에 부업 없이 배우로서만 활동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활동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느껴진다. 유색인종 배우들은 지레 ‘유리천장’에 겁을 먹고 꿈조차 크게 꾸지 않는다. 나는 물론이고 앞으로 활동할 배우들은 좀 더 크게 꿈을 꿔야 한다고 본다.


취재 /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