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도 오스틴을 떠나 달라스로 향했다. 중간에 위치한 섬뜩한 느낌의 웨이코 시를 의식적으로 외면하며 지나쳤다. TV로 생중계됐던 웨이코 사건의 처참한 진압과정이 다시 떠오를 것 같았다.

작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추모 전시관을 방문했다. 웨이코 포위공격 사건 동영상도 볼 수 있었다. 히틀러를 추종한 백인우월주의자 티모시 맥베이는 웨이코 사건을 연방정부의 과도한 공권력 개입으로 규정했다.

티모시 맥베이는 웨이코 사건을 복수하기 위해 2년 후 같은 날인 1995년 4월 19일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앞에서 사제 폭탄을 터뜨렸다. 폭탄테러로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무고한 시민 168명이 사망하고 68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금도 다윗파 교회로 쓰이고 있는 웨이코 사건 현장의 입구. 관리인이 있어 부정기적으로 철문이 열리고 위령 조형물까지 들어갈 수 있다.

오클라호마 연방 건물 폭파 테러 사건의 계기였던 웨이코 사건은 다윗파와 관련이 있다. 다윗파는 1930년대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에서 분파했다. 종말론을 주장했고 자신들이 성경에서 예언한 예수 그리스도의 두 번째 귀환하는 최후의 날에 살아남을 것 이라고 믿고 있었다.

몇 차례의 내분을 거쳐 새 지도자 데이비드 코레시가 다윗파를 장악했다. 코레시와의 주도권 다툼으로 다윗파를 떠난 일부가 코레시의 추악한 이면을 언론에 폭로했다. 코레시는 인류의 마지막 선지자로 자처했고 추종자들은 코레시가 자신들을 구원할 거라 믿었다.

연방정부는 다윗파가 불법 총기거래, 미성년 간음, 마약복용 등 갖가지 범죄 혐의가 짙다고 의심했다. 이들을 사교집단으로 규정하고 신도와 지역 안전을 우려해 1993년 텍사스주 웨이코 시 외곽에 자리한 다윗파 집단촌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희생자 추모 조형물.

연방경찰은 마운트 카멜 다윗파 본거지를 포위하고 영장을 집행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다윗파 신도 6명과 연방 총기 마약 단속국 요원 4명이 숨졌다. FBI는 장갑차, 헬기를 배치하고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연방경찰과 다윗파 교주 데이비드 코레시 사이에 협상이 벌어졌지만 지지부진했다.

대치 51일째 되던 1993년 4월19일 연방경찰이 최루탄 살포용 장갑차 등을 동원하여 시설의 외벽을 부수고 가스를 내부로 주입했다. 이어서 자동화기를 발사하며 강제 진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다윗파 측에서 화재를 일으켰고 시설은 전소됐다.

어린이 21명과 임산부 2명을 포함해 76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참사였다. 정권교체기에 일어난 이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연방정부는 아이들이 시설 내에 있는데도 군장비를 동원해 강경진압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마운트 카멜에 있는 다윗파 교회의 부지 전경.

티모시 멕베이 같은 민병대 옹호자나 반연방주의자들은 개인의 종교활동, 총기소지, 재산권을 짓밟는 폭정이라고 저항했다. 진압작전의 정당성과 과잉진압 여부, 사망원인 등에 대하여 조사가 이뤄졌지만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 사건을 재임 중 있었던 실패한 일 중 하나로 꼽았다.

텍사스를 여행하면서 웨이코시 북동쪽 10마일 외곽에 있는 마운트 카멜을 찾았다. 웨이코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널찍한 평원에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전형적인 텍사스 시골이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1마일 정도를 운전해 들어가니 다윗파 본거지가 나왔다.

마운트 카멜과 가까이 있는 텍사스 농촌의 풍경.

지금도 다윗파 교회로 쓰이고 있는 시설 철문을 지나면 추모 조형물이 있었다. 희생자 중 영아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흐린하늘만큼 공기는 무거웠다. 가끔 사람들이 찾아와 망연히 서있다 돌아갔다. 비극은 세월에 묻혀 있었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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