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모래다. 공원입구 모래능선은 모래 썰매를 타는 아이들과 행락객이 점령했다. 이들이 밞아놓은 모래사장은 처참하게 짓밟혀 일그러져 있었다. 또 다른 이들은 무리를 피해 사막의 속살로 들어가고 있었다.

태양이 작렬하는 눈밭 같은 모래사막을 사람들은 순례하듯 걷고 있었다. 더운 탓에 하나같이 머리를 떨구고 시선을 모래에 뒀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하얀 살 같은 모래를 밟고 터벅 터벅 걷고 있었다.

화이트샌드 국립기념지는 1년에 60여만 명이 찾아오는 최고의 관광지다.

고단한 삶을 위로 받기라도 하려는 듯 사막의 우물을 찾아나선다. 하얀 모래사막은 희망을 찾는 곳이었다. 어느새 하얀 모래는 떨어지는 태양에 물들어 노랗게 변하고 있었다.

하얀 사막은 말 그대로 하얀 모래로 가득한 곳이다.

화이트 샌드 기념지가 자리 잡은 툴라로사 분지는 약 2억5000만 년 전 얕은 바다였다. 7000만 년 전 융기 현상으로 고원지대가 됐고 1000만 년 전에 다시 가라 앉아 분지가 됐다.

동서 양쪽의 산에서 흘러들어오는 개울물에 녹아서 들어오는 석고물질이 분지에 있는 호수로 들어왔다. 분지가 돼 호수에 들어온 물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갇혔다. 여름에도 가뭄이 심한 까닭에 호수가 증발되고 물속에 녹아 있던 석고는 투명석고라는 수정체가 돼 바닥에 남게 됐다.

단단한 투명석고가 풍화작용으로 깨어지고 부서져서 흰 석고 모래 언덕이 탄생했다. 원래 수정 유리처럼 투명한 결정체였으나 입자끼리 부딪치고 긁혀서 표면이 부옇게 모래같이 됐다.

해발 1218미터의 고원지대며 여름의 경우 평균기온이 95도에 달할 정도로 무덥다.

그런 까닭에 흰 모래라고 말하지만 엄격히 말해서 이것은 전혀 보통 말하는 모래와는 무관하다. 모래 언덕은 지금도 바람에 의해서 매년 30피트 정도씩 이동하며 언덕의 모양도 계속 변하고 있다. 면적은 무려 275스퀘어마일이 되며 약 40%가 기념지에 속한다.

공원안내소를 출발해 모래사막을 관통하는 8마일 길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듄스 드라이브 끝에는 주차공간과 해를 피할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들이 있다. 이른 아침이나 해지기 두 시간 전쯤에 사막 풍경 사진찍기 좋은 왕복 4.5마일 코스 알카리 프랫 트레일 등이 인기 있다.

남쪽 입구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빅듄 내처 트레일은 1마일 정도 되는 쉬운 코스다.

트레일을 벗어나 하이킹을 할 경우에는 GPS나 나침반을 휴대하고 가야한다. 모래밭 안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한 곳을 맴도는 위험한 링반테룽 현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과 선글라스는 필수다.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동북쪽으로 100여 마일 가면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이 나온다. 화이트 샌드를 지나는 70번 도로는 군사지역이다.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경우 70번 도로가 몇 시간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막의 우물은 고통, 근심, 걱정이 없는 곳이다. 화이트 샌드를 걷다 보면 사막의 우물은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함을 알려준다.

기념지 내부에는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비지터 센터가 있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