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갠지스강 화장터의 타오르는 불길이 어두운 강물 위에 길게 비치고 있다. 어떤 장작더미는 망자의 몸을 감싸며 한참 이글거리며 솟아오르고 있고, 다른 한쪽은 화장을 다 끝내고 뿌연 연기와 함께 사그라들고 있다. 힌두교인들은 갠지스 강물(강가잘 Gangaajal)에 몸을 담그면 죄와 업이 씻겨나가 고달픈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갠지스강에 화장한 재를 뿌리면 그 영혼이 열반에 들어간다고 믿고 있기에 강가에서의 화장은 하나의 큰 축복이다.

갠지스 강가의 마니카르니카 가트 화장터

3000년 전에 세워진 고도시 바라나시, 아주 복잡하고 가난하고 지저분하지만 종교적, 사회적으로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갠지스 강가를 따라 중세 성채 같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강으로 내려가는 넓은 계단 가트(Ghat)가 있다. 보트를 타고 도착한 곳은 화장터로 사용되는 두 가트 중의 하나인 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였다.

갠지스 강가의 가트

막 화장터 계단을 따라 장정 4명이 들것 위에 성스러운 메리골드(Marigold) 노란 꽃에 덮여 있는 하얀 천에 쌓인 시신을 모시고 내려온다. 우선 갠지스강 물에 시신을 적시고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이곳은 24시간 화장하는 불길이 오르기에 연기와 메케하게 타는 냄새가 온 바라나시를 덮고 있다.

10개 이상의 타오르는 화장불 주위에 흰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 상주들, 불을 지피는 천민들, 그리고 소와 개들이 마치 렘브란트의 어두운 밤 배경 그림과 같이 다가온다. 상주들이 울면 고인의 영혼이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아무도 우는 사람이 없다. 가트에서 장작을 쌓고 태우고 화장을 관리하는 이들은 불가촉천민으로 평생직이다. 무질서한 화장터 주위를 서성거리는 소와 개는 시신을 덮었던 노란 꽃을 먹기 위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부자는 화장에 쓰이는 나무를 많이 사용해서 완전한 재로 강에 띄워 보내지만, 가난한 이는 그렇지 못하고, 또한 어린이와 자살한 사람은 화장하지 않고 그대로 갠지스 강에 띄워 보낸다.

우리는 떠나는 영혼들을 위해 성스러운 매리골드 노란 꽃과 촛불을 강에 띄워 주었다.

우리가 띄운 노란 꽃과 촛불이 강을 따라 내려간다.
갠지스 강가를 따라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화장터 바로 아래 강가에는 성지순례 온 힌두교인 남녀노소들이 한데 물속에 몸을 담그고 의식을 치르고 있다. 탈의실도 없고 성소도 없어도 각자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며 특별한 나뭇가지로 이를 닦고 때로는 마신다. 바로 위에서 떠내려 보낸 화장터의 온갖 부유물에 개의치 않고 그저 경건한 예식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성스럽기만 하다.

죽은 이는 화장을 하기 위해, 살아 있는 이는 이곳에서 몸을 씻어 속죄받기 위해 연간 3백만 순레자들이 찾아오는 이곳은 힌두교인의 성지 메카이다. 갠지스강가 가트의 큰 광장에는 사방에 불을 밝히고 브라만 사제들이 수많은 순례자들을 위해 힌두신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예식 아르띠 뿌자(Arti Pooja)를 매일 저녁 성대하게 거행하고 있다.

힌두신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예식 아르띠 뿌자

이집트에 나일강이 있다면 인도에는 갠지스강이 있다. 가장 성스러운 강이며 바로 여신 강가(Ganga)이기도 하다. 힌두교 시바신은 죽음의 신으로 남자이고 갠지스강의 여신 강가는 어머니이다. 매년 11월이면 갠지스강과 강가 여신을 찬미하는 강가 마호차브(Ganga Mahotsav) 페스티벌이 5일 동안 대규모로 열린다.

왼쪽은 시바신 오른쪽은 갠지스강의 여신 강가

신화 속의 바기라트(Bhagirath) 왕은 왕좌를 버리고 히말라야로 가서 천상을 흐르고 있는 강가 여신에게 천년 간 고행을 하며 간청을 하자, 강가 여신은 조상들의 재를 깨끗이 정화시키고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였다고 한다. 갠지스강은 결국 신들과 세상을 연결시키는 성스러운 강이다.

강가에서 홀로 의식을 행하는 힌두교인

말없이 조용히 흐르고 있는 갠지스강은 묵묵히 흘러내려간 영혼들을 포용하고 삶을 용서하고 축복해 준다. 다음날 새벽에 다시 찾아간 조용한 일출의 갠지스강은 핑크빛 빛깔의 신선함으로 넓은 어머니 강물의 깊은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바라나시에는 현재, 미래, 과거의 영혼들이 같이 공존하고 있었다.

새벽 핑크빛의 갠지스강
인도 고유의 음악이 어울리는 갠지스 강의 아침
새벽을 맞는 우리 순례자들
갠지스 강가로 가기 위해 아주 복잡한 시내 한복판을 지나가야 한다

바라바라 바라바라 바라바라………. 나마스테!


글/사진 시내산 김정선 (세계인문기행가)

시내산 김정선 씨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대학 교수로 10년, 90년대에 교육연구 회사를 세워 20년 이상 미정부 K-20 STEM 교육프로그램 연구 사업에 기여했다. 연구를 위해 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은퇴 후에도 세계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