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로맨틱한 날이라는 밸런타인스 데이. 연인들의 날인 만큼 어딜 가도 만원이다. 근사한 레스토랑도 화려한 쇼핑몰도 사람으로 가득하다. 반드시 남들이 하는 일을 모두 해야만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만큼 로맨틱한 일은 흔치 않다. 물론 영화의 선택이 중요하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펑펑 나는 멜로 영화나 지저분한 농담으로 점철된 코미디 영화가 아닌 산뜻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낭만적 영화 한편이면 완벽한 밸런타인스 데이를 꾸밀 수 있다.


 

어바웃 타임

감독: 리처드 커티스

주연: 돔놀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팀(돔놀 글리슨)은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충격적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연애에 서투른 그는 한눈에 반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사용한다.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행복한 연애를 한 끝에 결혼에 이른다. 이 외에도 인생의 고비마다 중요한 시점으로 돌아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재설정’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현재에 충실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어바웃 타임은 노팅힐과 러브 액츄얼리 등을 만든 영국의 제작사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한 영화다. 하지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진부함은 찾아볼 수 없다. 남자주인공이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 설정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 설정을 통해서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는 물론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와 같은 생활밀착형 이야기들이 물흐르듯이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엔 삶의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About Time trailer - video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 주걸륜

주연: 주걸륜, 계륜미

예술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은 우연하게 샤오위(계륜미)라는 소녀를 만난다. 피아노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애틋한 관계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샤오위에게는 비밀이 있음이 밝혀진다.

중반부까지는 전형적인 청춘멜로영화처럼 보이지만 깜짝 놀랄 반전이 후반부에 숨어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잔잔하게 이어지는 줄거리가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영화. 2008년 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개봉 초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들을 만들어냈다. 팬들의 요청으로 2015년에 재개봉을 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영화다. 심지어는 이 영화가 인기를 얻은 이후로 피아노를 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할 정도. 영화의 마지막에 주걸륜이 보여주는 신들린 피아노 연주는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Vday5

페이스 오브 러브

감독: 아리 포신

출연: 아네트 배닝, 에드 해리스, 로빈 윌리엄스

니키(아네트 배닝)는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여겼던 남편이 사고로 죽은 이후에 공허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죽은 남편과 똑같이 닮은 톰(에드 해리스)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접근을 해 연인 사이가 된다. 하지만 톰이 니키가 자신을 사랑한 이유를 알게 되면서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사랑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년의 혹은 노년의 연애도 얼마든지 애틋하고, 정열적이고,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 페이스 오브 러브는 중년의 연애를 아름다운 LA의 풍경과 함께 보여준다. 특히나 주인공 둘이 처음 만나게 되는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의 장면들은 눈부시다. 이 영화는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로에게 반하고 감정이 싹트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들이 잔잔하게 묘사되는 와중에 스릴러와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섞여 들어간다. 로빈 윌리엄스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출연한 작품 중 하나로도 유명세를 탔다.

Vday4

비긴어게인

감독: 존 카니

주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와 함께 곡을 만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데이브가 대형 음반사와 계약을 맺게 되면서 서로에게 소원해 진다. 데이브가 결국 바람을 피우면서 둘은 헤어진다. 실연의 나날을 보낼 즈음에 한때 스타 제작자였던 댄(마크 러팔로)이 작은 클럽에서 그레타를 ‘발견’하면서 그레타는 새롭게 음악을 만들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슬픔을 극복해간다.

원스를 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존 카니 감독이 음악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 뉴욕의 음악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매끄럽다. 음악을 듣고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든 장면들이 마치 보석과도 같이 빛난다. 이런 노래들은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설렘, 즐거움, 슬픔, 애틋함, 안타까움과 같은 여러 감정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vday2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주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팻(브래들리 쿠퍼)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이성을 잃어 결국엔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8개월 만에 태어난 그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새 삶을 살고 싶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를 만난다. 팻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티파니가 부담스럽지만 전부인과의 결합을 도와준다는 제안에 솔깃해 함께 댄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시작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인다.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곳곳에 깃들어 있는 가족 코미디 영화에 가깝다. 로버트 드니로와 같은 베테랑 배우들이 조연으로 활약하면서 코미디적인 요소를 부각시킨다. 쉴새없이 터지는 소소한 에피소드에 즐겁게 웃다 보면 어느새 감동적인 메시지가 가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vday3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