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젤란 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호텔에서 탐험팀을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Sara Braun Palace에서 환영파티를 가졌다. 분위기 있는 식사가 끝나갈 무렵, 관제소로부터 내일 출항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난기류로 결항이 잦아 초조해 하던 탐험대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푼타 아레나스를 출발한 전세기가 Drake 해협을 건너는 동안 발아래로 남극해에 흩어져있는 빙산들이 보였다. 2시간 후 남극 반도 최북단 킹 조지 섬 Teniente R. Marsh 공항에 도착하여 임시 청사 바람막이 천막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탭들은 바다 쪽으로 짐을 날랐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눈길에 뒤뚱거리는 펭귄처럼, 러시아와 칠레의 남극연구기지를 지나 해안 쪽으로 1마일 정도 걸어 내려갔다.

 

조디악(고무보트)으로 거친 남극해의 파도를 헤치고 6박 7일 동안 숙식을 제공 받을 Ocean Nova에 올랐다. 화재에 대비한 비상탈출훈련을 마치고, 저 멀리 한국 극지연구소 세종기지가 멀리 보이는 해안을 지나, Brakesfield 해협을 건넜다. 남극반도에 가까워지자 온통 황금색으로 물든 바다에 10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빙산이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꽁꽁 얼어붙은 설산과 거대한 빙산 등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남극에서는 바다사자, 남극새, 고래가 주인이다. 펭귄들은 사람이 나타나면 피하기보다는 왜 이곳에 들어왔느냐며, 멀거니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길을 내준다.

 

푸른빛을 발하고 있는 빙산들은 우리가 요정의 집이라 부르면 금세 모양을 바꾼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조디악 바닥에 주저앉아, 저마다 숨을 죽인 채 촬영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구도자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환경 보존을 위해 국제법 상 100명 이하인 소형 익스페디션 크루즈만 남극땅을 밟을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고무보트에 10명씩 타고 여러 섬과 남극대륙에 내려 바다사자와 펭귄을 가까이 만난 다음 모선으로 돌아온다. 해양생물학자들의 강의가 끝난 후 탐험팀의 질문에 궁금증을 함께 푸는 리캡으로 공식일과를 끝내고, 칵테일 한잔과 라이브 음악을 즐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스노우슈잉과 카누 옵션 중에 일정 중 네 차례 있는 Snowshoeing에 200불을 내고 64명의 탐험팀 중 12명의 스키 메니아와 함께 도전했다. Enterprise 섬에서 펭귄 서식지를 가로질러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나자,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떨려왔다. 절벽 아래로 미끄러진 팀원을 구조하느라 잠시 가려졌던 나의 저질 체력은, 절벽 끝에서 겨우 멈추어 절망과 고독을 맛보며 절정을 이루었다.

 

체중을 실어 설상화를 세게 내려찍어 스파이크를 눈에 박아야 하는데, 남극의 눈은 차고 건조한 기후에 부드럽고 가벼워 자꾸 미끄러진다. 일행과 점점 더 멀어져 팀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려 하니, 안전상 안 된다고 한다. 북극탐험 때에는 11일 비상보험료가 600불, 남극은 7일에 1,200불이었으나, 북극처럼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승선 서류심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앰블런스 헬기만 제공되는 140불의 EA+를 샀다.

남극탐험에서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유언을 남겼다. 남극을 South Pole로 이해한 딸아이가 “나쁜 일이 생겨도 좋아하는 여행을 하다 행복하게 가셨다고 생각할게요. 그러나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으니, 조심하셔서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한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목이 메워 왔지만, 아이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등을 돌려 “네가 보고 싶어서라도 꼭 돌아올 것이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남위 60도에서 남극점까지의 남극대륙은 지구 육지의 9.2%를 차지하는 지구상의 마지막 원시 대륙이다. 연평균 강수량이 166mm에 불과한 가장 넓은 사막으로, 99.6%가 눈과 얼음으로 덮혀있는 남극대륙 만년빙은 평균 두께가 2,500m에 달하며, 가장 두꺼운 얼음은 4,775m에 이른다.


글, 사진 / 김인호 (하이킹 전문가)

글, 사진 / 박명애 (세계여행 전문가)

박명애 씨는 마일리지와 포인트로 항공권과 호텔을 해결하며, 기적처럼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몸소 체험하며 얻은 정보와 사연들을 책과 블로그를 통해 공유한다. 저서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수상한 세계여행’ 1, 2가 있다. 그의 알뜰한 세계여행은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