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은 항상 경쟁이고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있다. 단지 상을 받거나 놓친 것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진 않는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몰리는 시상식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번 그래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승자와 패자를 통해서 알아본다.
Winner: 브루노 마스 (Bruno Mars)
복고풍을 좋아하는 그래미의 입맛에 딱 맞는 노래와 음반을 내놓은 브루노 마스. 결국 그는 ‘사회적 메시지가 약하고 지나치게 가볍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음반 등 주요부문 세가지를 휩쓸면서 자신이 최고의 대세임을 입증했다.
2017년 최고의 여성 래퍼였던 카디비(Cardi.B)와 함께한 무대도 90년대 느낌을 그대로 보여줘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Winner: 켄드릭 라마 (Kendrick Lamar)
아쉽게도 주요 부문에서는 수상하지 못한 켄드릭 라마.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브루노 마스에게 빼앗겼다. 발매하는 모든 음반을 그래미 올해의 음반상 후보에 올린 진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번째 수상실패가 더 뼈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는 랩부문에서 모든 상을 휩쓸면서 자신이 현재 힙합계의 최고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의 공연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상식의 서두를 장식한 그의 공연에는 게스트로 전설적인 밴드 U2의 보컬 보노가 함께 해서 모두를 열광시켰다.
Winner: 알레시아 카라 (Alessia Cara)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평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수상소감도 화제가 됐다. 그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그래미는 없을 것이다.
래퍼 로직(Logic), R&B 가수 칼리드(Khalid)와 함께 한 무대도 지지를 받았다. 자살방지 핫라인 번호를 제목으로 쓴 ‘1-800-273-8255’의 공연에는 자살 시도를 했다 살아난 사람들이 참여했다. 지난 해 안타깝게 자살로 생을 마감한 린킨 파크의 보컬 체스터 배닝턴을 추모한다는 메시지 직후에 공연을 해서 더 의미가 깊었다.
Winner: 케샤 (Ke$ha)
그래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공연은 단연 케샤의 무대였다. 작곡가 닥터 루크와 고통스러운 소송을 거치면서 자신이 느꼈던 점을 그려낸 노래 Praying을 부르는 모습은 연예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미투 캠페인’을 연상시켰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이라도 하듯이 많은 여가수들이 무대에 함께 섰다. 신디 로퍼(Cyndi Lauper),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안드라 데이(Andre Day),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acheals), 베베 렉사(Bebe Rexha)가 케샤를 도우면서 감동적인 순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케샤의 음반은 팝 보컬 앨범과 팝 솔로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을 하지 못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Loser: 닐 포트노우 레코딩 아카데미 회장 (Neil Portnow)
레코딩 아카데미는 그래미를 주최하는 곳이다. 지난해 회장 자리에 오른 닐 포트노우는 연설 도중 실수를 해 구설수에 올랐다. 미투 캠페인 등으로 인해서 그 어느 때보다 남녀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여성들이 그래미 후보에 더 많이 오르고 더 많이 수상하려면 ‘스스로 분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강한 비판을 받았다. 여성에게 더 불리한 음반계의 상황을 말하기 보다는 개인적 문제로 돌리려 했다는 이유다.
Loser: CBS
그래미 시상식은 올해 1981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악의 시청률이었다. 지난 해 그래미 시상식에 비교하면 24%나 떨어진 것이고 2009년 CBS가 그래미를 맡은 이후로 최저 시청률이다.
시청률의 또 다른 지표라고 할 수 있는 19세부터 49세 사이의 시청률도 24%나 떨어졌고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시청률이었다. 시청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형 시상식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그래미 시상식이 열리던 날 CBS의 웹사이트는 역대 최고의 접속률을 기록했다.
Loser: 제이지 (JAY-Z)
그의 최신 음반 ‘4:44’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실제로 그는 주요부문과 랩부문 모두에 이름을 올리면서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단 한 개도 수상하지 못했다.
한편 제이지만이 아쉽게 수상을 하지 못한 스타는 아니었다.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R&B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시저(SZA)는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따내지 못했다. 루이스 폰지(Lusi Fonsi)와 대디 양키(Daddy Yankee)는 멋진 공연을 보여줬지만 자신들의 최고 히트곡인 ‘Despacito’를 통해서 단 한 개의 상도 수상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