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와인에 대한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됩니다.
프랑스 와인이 미국 와인보다 더 뛰어난다든가 비싼 와인은 비싸지 않은 와인보다 더 맛이 좋다든가 아니면 오래된 와인은 새로 출시된 와인보다 더 가치있다는 것이 편견의 내용인데 근래에는 또 한 가지의 편견이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와인 병마개로 쓰이는 콜크마개와 인조마개에 대한 편견입니다.
콜크참나무 (Cork Oak)의 껍질을 벗겨서 만드는 천연 콜크마개는 와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 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와인 오프너로 병을 따고 콜크마개의 냄새를 맡는 것이 와인을 시음하는 절차의 일부분으로 인식된 지 오래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콜크마개를 수집하여 장식용으로 큰 유리병에 넣어두기도 합니다.
1950년대 후반에 와인병을 막는 마개로 콜크 대신 인조 물질로 만든 인조마개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점차 천연 콜크마개에서 인조마개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와인을 취급하는 마켓에 가보면 화이트 와인 섹션에 진열된 와인들은 대부분 인조마개를 사용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병마개는 대부분이 틀어서 여는 스크루캡 (screw cap)입니다.
소비자들은 와인 오프너없이 쉽게 병을 딸 수 있고 콜크마개처럼 간혹 여는 도중에 부셔져서 병 안으로 조각들을 떨어뜨릴 일이 없으니 매우 편리하고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들은 콜크마개보다 인조마개가 단가가 싸니 수익을 높일 수 있고 콜크 곰팡이로 인해 천연 콜크마개를 사용한 와인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장시간 보관되어야 하는 프리미엄 레드 와인들의 병마개는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콜크마개를 사용하여 떫은 태닌의 맛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오래 묵힐 필요없이 지금 마실 수 있게 만들어진 레드 와인이나 상큼한 맛을 보존해야 하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인조마개가 적합하다고 합니다.
병마개에 따라서 비싼 와인인지 싸구려 와인인지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젠 와인의 종류와 보관 필요성에 따라서 와인 병마개가 사용되기에 스크루캡이라고 싸구려 취급 받거나 천연 콜크마개라고 해서 비싸고 좋은 와인이라는 편견은 버려야합니다.
$100이 넘는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어내는 나파밸리의 Plumpjack Winery가 스크루캡을 사용하는가 하면 단돈 몇불짜리 와인에 천연 콜크캡이 사용되는 것을 볼 때 와인은 포장이나 이름이 아닌 맛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글/사진 캔디스 박
중가주와 북가주의 와이너리를 옆집처럼 드나들며 이십여년 와인매니아로 살고 있는 캔디스 박 님이 초보자를 위한 와인 입문 정보를 조곤조곤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