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대생이 게릴라 혁명가가 되었다.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공산혁명에 앞장섰던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 1928-1967)이다. 혁명의 제2인자로서 권력을 잡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상황에서도 1962년 소련이 미국 공격용 핵미사일을 쿠바에 설치하는 계획에 과감히 반대, 소련을 ‘제국주의적 착취의 공범’이라고 비난, 결국 쿠바를 떠나야 했고, 제3국 콩고, 볼리비아의 혁명을 돕는 투사가 된다. 미국 CIA 주도의 볼리비아 게릴라 전에 체포되어 재판도 없이 젊은 나이 39세에 처형당했다.

체 게바라의 초상  “Hasta La Victoria Siempre” – “승리의 그 날까지”

50년이 지났는데도 그는 Time이 선정한 20세기 영향력 있는 100인 중에 하나로 남아 있고, 쿠바 아바나(Havana)에는 그의 대형 실루엣이 혁명광장 건물에 부각되어 있었다. 체 게바라의 모습은 카키 군복에, 베레모,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수염, 날카로운 눈동자, 정열적인 모습이다.

체 게바라의 초상 Source: Wikipedia

원래 국적은 아르헨티나, 중산층 출신으로 194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대학 졸업, 1954년 멕시코 종합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 55년 망명 중이던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726 게릴라 조직에 가담하게 된다. 1956년 11월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게릴라전에 참여, 쿠바 공산 정권 수립에 공을 세운다. 혁명 후에 공적을 인정 받아 쿠바 시민이 되었다.

1960년 아바나 거리를 행진하는 카스트로(앞줄 맨 왼쪽)와 게바라(왼쪽에서 세번 째) Source: 나무위키

의대생일 때 모터사이클로 라틴 아메리카를 3번 돌면서 가난과 굶주림, 질병에 고통받는 서민, 소작농, 광부들을 보고 사회 정치적인 상황과 모순에 분노, 사회개혁을 추구하는 젊은 의대생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12,000km 이상 달린 그의 여행 노트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The Motocycle Diaries)’로 뉴욕타임스가 출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게바라와 같이 여행한 의대생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후에 쿠바의 의과대학을 세우는 데 기여한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게바라와 그라나도

여행 당시 아르헨티나는 페론 대통령과 둘째 부인 에바 페론 ‘에비타’가 집권하던 시기이다. 그는 라티노 문화권을 하나로 통합한 히스패닉 아메리카를 꿈꾸게 되었다. 의사 면허를 받고 떠난 세 번째 여행 중 과테말라의 쿠데타를 목격하고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지고 무장 투쟁의 혁명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게바라와 카스트로 Source: Wikipedia

혁명 직후 쿠바의 일반 대사로 UN 총회에 대표로 참여했으며 북한에서 김일성을 만나기도 했다.

UN 총회에 대표로 참여 Source: Wikipedia
쿠바 지폐 3페소에 그려져 있는 게바라의 초상

비밀리에 묻혔던 게바라의 시신은 1997년 쿠바 아바나에서 300km 떨어진 산타클라라에 안장되고, 그를 흠모하는 참배객들이 몰리고 있다.

산타클라라에 있는 The Che Guevara Mausoleum
“Hasta La Victoria Siempre”- “승리의 그 날까지”

현재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 사이에는 혁명 광장이 있다.

혁명 광장의 체 게바라
혁명광장
아바나 광장

체 게바라는 스타 혁명가이다. 좌파 우파 관계없이 사회의 모순을 대항하며 정의를 내세우는 집단들의 아이콘이 되어 있다. 그의 검은 베레모와 구겨진 군복, 텁수룩한 수염, 날카로운 눈빛의 사진은 혁명가의 초상으로 저항문화에 자주 사용되는 심볼이다.

Andy Warhol의 체 게바라 Pop Art

아름다운 항구 도시 아바나의 말레꼰 방파제에 부서지는 거대한 파도를 즐기는 쿠바인들을 보면서, 인간의 기본 권리, 자유를 추구하던 젊은 혁명가 코만단테 체 게바라의 전설을 생각해 본다.

쿠바 청년들이 쿠반 음악을 연주
아바나의 말레꼰 방파제에 부서지는 거대한 파도

글/사진 시내산 김정선 (세계인문기행가)

시내산 김정선 씨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대학 교수로 10년, 90년대에 교육연구 회사를 세워 20년 이상 미정부 K-20 STEM 교육프로그램 연구 사업에 기여했다. 연구를 위해 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은퇴 후에도 세계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