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애팔래치안 산맥 주위 도시의 산업화로 혹사당하는 주민들을 위해, 큰 트레일을 건설하자는 멕케이(Benton MacKaye)의 제안이, 1922년 팰리세이드 파크웨이 커미셔너 웰치(William Welch)에 의해 실행에 옮겨졌다.

뉴욕 이브닝 포스트지에 “A Great Trail from Maine to Georgia!”라는 헤드라인으로 탄력을 받은 이 계획은, 1924년 1월 뉴욕 허드슨에서 라마포강까지 처음으로 20마일의 트레일이 만들어진 후, 1937년 Appalachian National Scenic Trail(AT) 전구간이 개통되었다.

이 등산로는 조지아(76마일), 노스 캐롤라이나(96), 테네시(288), 버지니아(550), 웨스트 버지니아(4), 메릴랜드(41), 펜실베이니아(230), 뉴저지(72), 뉴욕(88), 코네티컷(52), 매사추세츠(90), 버몬트(150), 뉴햄프셔(161), 그리고 메인주(281)까지 이어진다.

웨스트 버지니아주 하퍼스 페리에 있는 애팔래치안 트레일 보존본부는, 트레일에 산재한 250개의 쉘터 그리고 트레일 변경과 보수 등을 총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6개월이 걸리는 2천여 마일의 트레일 중 웨스트 버지니아 구간은 4마일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하이킹 코스 중 하나인 이 트레일에 매년 3백만 명이 부분적으로 참여한다. 조지아주를 출발하여 메인주까지 완주하는 하이커는 3천여 명 중 700여 명이고,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200여 명에 이른다.

하퍼스 페리 국립역사공원 방문자 센터에서는 셰넌도어강과 포토맥강이 만나는 지점의 로어타운으로 내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승객이 몇 명만 타도 바로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방문자들의 발이 되어준다.

포토맥강 철교 건너편은 메릴랜드주이고 셰넌도어강 남쪽은 버지니아주이다. 그 사이 삼각지대에서 1747년부터 나룻배 사업을 하던 로버트 하퍼의 이름으로 명명된 하퍼스 페리는 웨스트 버지니아주에 속한다.

1796년 워싱턴 대통령의 제안으로 무기 생산기지가 된 이곳에서 1859년 노예제도에 반발한 존 브라운의 봉기가 일어났다. 반란이 진압된 후 Storer 대학에 모인 지도자들은 “every single right that belongs to a freeborn American.”을 주장하며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다.

방문자들은 메인주까지 1,167마일, 조지아주까지 1,025마일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더 포인트’에서 관광을 시작한다. 철로와 평행선으로 나 있는 B & O Railroad 인도교를 건너, 메릴랜드주 AT로 들어가면 메인주로 트레일이 이어진다.

시내를 통과하는 AT 선상에 1862년 남군 장군 토머스 잭슨이 최다의 북군 항복을 얻어낸 Bolivar Heights가 있다. 존 브라운 포트, 스토러대학, 제퍼슨락, 세인트 피터스 가톨릭 처치 등을 찾아 미국역사의 변곡점들을 돌아본다.

버지니아 쪽 AT로 가려면, 340번 도로인 셰넌도어강 다리를 건너기 직전 주차장에 국립공원 패스 넘버를 적어 함에 넣고, 쪽지를 떼어 데시보드에 보이도록 놓아야 한다. 국립역사공원 입장료를 내지 않은 사람은 20불을 넣어야 한다.

다리 반대편 끝 아래로 내려가 트레일이 계속 이어지고 32번 도로를 횡단한 후, 반마일을 지나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애팔래치안 트레일이 계속된다. 좌회전하여 0.7마일 전진하면 Overview가 나오고, 0.9마일을 더 가면 Split Rock Overlook에서 그림엽서같은 비경을 즐길 수 있다.

대륙 분계선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 CDT)및 태평양 연안 트레일(Pacific Crest National Scenic Trail, PCT)과 함께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미국의 트리플 크라운 하이킹(Triple Crown of Hiking in US)으로 불린다. 이 트레일들을 완주하며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받고 재충전한다.


글, 사진 / 박명애 (세계여행 전문가)

박명애 씨는 마일리지와 포인트로 항공권과 호텔을 해결하며, 기적처럼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몸소 체험하며 얻은 정보와 사연들을 책과 블로그를 통해 공유한다. 저서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수상한 세계여행’ 1, 2, 3권이 있다. 그의 알뜰한 세계여행은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