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6시45분 할리우드의 한 쇼핑몰. 동 튼 지 채 한 시간도 안된 한산한 거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이 건물 4층에 있는 유명 나이트클럽 ‘옴(Ohm)’이다.
이곳에 ‘새벽만 되면 춤바람 난 사람들이 찾는다’는 제보가 있었다. 클럽 문을 열자마자 쿵쾅거리는 강한 비트 음악과 뜨거운 열기가 훅하고 밀려왔다. 클럽 안에선 댄스 플로어 위를 가득 메운 500여 명이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빠른 댄스 음악에 맞춰 한꺼번에 뛰는 통에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했다.
언뜻 전날 밤을 하얗게 세운 ‘올나이트족’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클럽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잔뜩 멋 부린 옷차림 대신 다들 가벼운 운동복 차림이다. 연령대도 어린아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했다. 댄스 플로어 한가운데에선 음악에 맞춰 단체 줄넘기가 한창이다.
이날 댄스파티는 일명 ‘데이 브레이커(Day Breaker)’로 불린다. 우리말로는 ‘새벽을 깨우는 이’다.
데이 브레이커는 최근 미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운동 문화다. 하루일과가 시작되기 전인 아침 6시쯤부터 시작해서 9시 전에 끝이 난다.
일반적인 댄스파티와 달리 술이나 약물, 비싼 입장료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오로지 건강을 위해 춤을 추고 땀을 흘리며 아침을 깨운다.
마침 기자가 찾은 날은 가주 예비선거날이었다. 심야 클럽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장면도 연출됐다.
데이 브레이커 중 한 명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의 얼굴을 높이 들고 춤을 추며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데이 브레이커 파티는 IT업계에서 일하는 두 청년인 라다 아그라왈(37)과 매튜 브리머(29)가 2013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해 화제가 됐다. 브리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의 밤문화는 어둡고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면서 “출근 혹은 등교 전 이른 아침에 누구나 신나게 놀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데이 브레이커는 미 전역으로 확산돼 많은 이들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있다. 7일 클럽에서 만난 그레이스 헥스(32)씨는 “조깅 대신 데이 브레이커에 왔다”면서 “밝은 분위기에서 춤을 추는 것이 즐거워 온몸이 땀에 젖을 때까지 정신없이 즐겼다”고 손가락을 추켜 올렸다.
데이 브레이커의 테마인 ‘건강함’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댄스파티 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요가 수업에도 등록할 수 있다. 요가를 하고나서 그 복장 그대로 춤을 추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원래 술을 파는 바는 유기농 커피와 생과일주스를 나눠주는 ‘주스바’로 탈바꿈했다.
유기농 과일로 만든 아침식사도 무료로 제공된다. 밝고 건강한 분위기 덕분에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댄스파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데이 브레이커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데이 브레이커의 마케팅 담당자인 디나 레자베니푸어씨는 인터뷰에서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한다”면서 “인종, 나이, 직업 모두 다르지만 모두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참가 희망자는 웹사이트(daybreaker.com)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데이 브레이커는 보통 2~3주에 한 번씩 열린다. 참가비는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을 하면 20달러, 요가수업을 함께 신청하면 40달러다.
취재 /조원희 기자
사진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