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친구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부모님과 누나와 미국에 온 지 15년. 어느 날 경찰관인 지인의 모습에 감명받아 셰리프의 꿈을 키웠다. 스물한 살 되던 해에 처음 도전해 두 번의 탈락을 맛보며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응원해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얻어 결국 그 꿈을 이뤘다. LA카운티 셰리프 1년차인 한인 1.5세 고영재 경관(26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살아온 배경과 미국으로 오게 된 이유는
“누나와 저의 교육을 위해 처음 미국에 오게 됐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부모님께서는 ‘의사해라’ ‘변호사해라’ 했습니다. 그런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지라고 하셨는데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공부도 힘들었고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좋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아는 분이 경찰관으로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거기서 감명을 받았어요. 그 다음부터 경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셰리프를 지원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스물한 살 되던 해에 처음 도전을 했었어요. 처음에는 준비도 덜 되고 탈락도 몇 번 했어요. LA 카운티 셰리프가 되고 싶어서 계속 지원했다가 세 번째에 붙었습니다. 몇 번 떨어지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계속할 수 있는 건가. 안되면 어떻게 하지. 그게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지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포기하고 싶었는데 그냥 꿈을 좇아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무조건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하면서 진짜 뭐에 홀린 사람처럼 이것만 팠거든요. 가장 힘이 됐던 것은 가족이 면접 보고 오면 ‘잘됐냐 안됐냐’ 하는데, 제 얼굴 표정이 안 좋으면 눈치를 먼저 채시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세요. ‘너는 꼭 할 수 있다. 네가 아니면 누가 경찰 하겠느냐’ 이런 말씀을 해주신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게 있어서 제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LAPD도 있는데 셰리프를 택한 이유
“LAPD와 LA카운티 셰리프를 헷갈려 하시는 분이 굉장히 많으세요. 제일 다른 점은 LAPD는 LA시에서 고용한 경찰들이고 LA 카운티 셰리프는 LA카운티 42군데 도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부터 교도소, 병원, 그리고 커뮤니티 칼리지와 공원도 저희가 순찰을 돌고 교도소에서 일하고 법원 시큐리티도 맡고 있어요. 저에게 LA 셰리프는 매일 봐오던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저 유니폼을 입고 저기서 일을 하면 두 배로 보람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기 때문에 셰리프를 택하게 됐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인지
“지금 교도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교도소에 있는 죄수를 관리하고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관리 통제하고 안전하게 지키는 일을 합니다. 교도소에서는 죄수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활동을 해야 하니까 긴장 안 되고 편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항상 같이 일하는 파트너와 협동해서 일해요. 위험해도 저희끼리 똘똘 뭉쳐서 해야 할 일 해나가고 항상 옆에 파트너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어요. 그 덕분에 조금 덜 긴장하고 더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시안으로서 차별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지
“제가 여기서 일하면서 아시안이라고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은 없던 것 같아요. LA 카운티라는 곳이 히스패닉도 많고 흑인도 많고 백인, 아시안 다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보니까 차별은 없어요. LAPD에는 한인이 늘어나고 있는데 LA 카운티 셰리프는 잘 모르는 분들이 있어요. 한인 분들도 LA셰리프에 관심을 많이 가져서 이쪽으로도 지원해보시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셰리프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
“경찰이 되고 싶은 분이 굉장히 많아요. 주변 사람들 얘기 들어도 ‘관심은 있는데 도전할 엄두가 안 난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저처럼 노력만 하셔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너무 겁내지 마시고 자신감 잃지 마시고, 항상 자신감 있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면 좋겠어요. 필요한 정보는 저희 웹사이트(LASDcareers.org)에서 보실 수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지금 하는 일을 끝까지 매듭 잘 지을 수 있게.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까 남들이 봤을 때 되게 멋있는 사람이구나, 어린 친구들이나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롤모델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미래 계획입니다. 열심히 하고 초심 잃지 않는 모습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 같아요.”
취재/편집 송정현 기자
촬영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