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집중 보도
환경보호국 단속 당국, ‘알고도 모르쇠’
전문가들 “각 주민회가 정부에 오염 실태 공개 요구해야”.
미국 거주민 1800만 명 이상이 전국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5000여 개 이상의 수도 시설이 수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다.
CNN 뉴스는 28일 “환경보호국 수질관리단속팀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단속조차 벌이지 않고 있어 더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수도 시설 5000여 곳은 수질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수도 시설은 배관 시설이 납이나 구리로 돼 있다. 하지만 배관이 낡고 녹이 슬면 구리나 납 성분이 물에 섞이게 된다. 때문에 각 시설은 중금속 성분 조사를 반드시 하도록 연방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질 검사에서 중금속 성분을 검출할 수 있는 장치를 제거한 채 검사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에릭 올슨 위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각 지역 주민들은 환경보호국에 수도 시설의 오염 실태를 조사해 공개하라고 강하게 요구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더 있다. 수질 점검에서 수돗물 중금속 오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당국에 보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각종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환경보호국 단속팀은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올슨 위원은 “경찰이 스탑 사인을 지키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을 잡지 않거나, 주택가에서 시속 90마일 속도로 운전하는 사람을 보고도 붙잡지 않은 것과 같다. 안타깝게도 이게 우리의 현재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자,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 회의를 조직한 사례도 있다.
필라델피아 주민 조나단 킹스는 2014년 지역 수도 시설에서 납 함유 수치가 높은 물을 주민에게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최근 수질 검사를 위한 주민회를 결성했다. 시정부 단속팀을 믿을 수 없어 주민들이 직접 사설 기관을 통해 수질 검사를 하겠단 의도였다.
킹스는 “딸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납이 든 물을 마셨다. 매우 화가난다”며 “정부 단속국은 합당한 단속 방법을 쓰지 않고 있다. 법을 따르고 있지도 않는 것 같아 매우 염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경보호국과 각 지역 수도 시설의 유착 관계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천연자원보호국 올슨 위원은 “매우 친한 친구사이라고 보면된다. 한 배를 탄 것과 같다. 그러니 위법 행위를 봐도 눈감아 주는 건 별일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보호국에서 일 했던 직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환경보호국 수질검사팀에서 은퇴한 앨랜 모리세이는 “노골적인 위법 행위는 처벌 없이 수년간 이어졌다. 환경보호국 직원들은 이미 수돗물 수질을 믿지 않는다. 모두가 집에 필터를 달아놓고 사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올슨 위원은 “재차 강조하고 싶다. 주민들은 각 시정부에 수도 시설의 오염 정도를 확실히 공개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