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타운 섬에서 23마일 거리의 콜로니얼 국립역사공원 요크타운 배틀필드에는, 1781년 독립전쟁시 미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영국군 7천 명을 포로로 잡은 승전 기념탑이 있다.

이곳에서 워싱턴 장군은 영국군의 보급을 끊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독립전쟁 사적지 요크타운은 초기 정착지인 제임스타운섬과 식민지 시대의 윌리엄스버그와 함께 버지니아의 역사 삼각지로 불린다.

차량 출입이 제한된 요크타운 구시가지는 300년 된 영국 스타일 건물을 돌아보는 산책로이다. 소박한 찻집 야외 테이블에서 차 한잔으로 휴식을 취하며, 대나무 숲 아래 요크강 해변으로 이어지는 트레일을 걸어볼 수 있다.

1861년 리치몬드를 수도로 한 남부연합은 북군의 링컨 대통령 대신 Davis를 초대 대통령으로 삼았다. 남군의 토마스 잭슨은 당연히 이길 줄 알고 북군 지휘관 부인들이 승전 파티까지 준비한 전투에서 북군을 격파한다.

돌담벼락(Stonewall)처럼 버티고 서서 전투를 지휘하여 스톤월 장군으로 불리게 된 그의 용맹함과 지략으로, 남북전쟁은 4년을 끌었고 60여만 명이 전사하였다. 그 연유로 잭슨은 남부연합 3인방 중에서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 되었다.

리치몬드 모뉴먼트 에비뉴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물들은 극단주의자들의 집요한 주장으로 철거 중이다. 나라를 분열시킬 뻔하였던 이들의 동상 중, 2020년 7월 스톤월 동상이 가장 먼저 철거되고 기단만 남았다.

리치몬드 출신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 US오픈(68년), 호주오픈(70년), 윔블던(75년)을 석권하고 68년과 75년엔 세계랭킹 1위였던 테니스 영웅 아더 애쉬의 동상이 금빛을 발한다. 방치된 채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는 남부연합 대통령 모뉴먼트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남부연합 총사령관 리 장군의 청동 기마상에는 그를 저주하는 수많은 낙서가 페허를 방불케 한다. 노예해방을 반대했던 그들의 신념은 역사의 혹독한 평가를 받아, 그들의 기념물조차도 철거 운명에 처해 있다.

리치몬드에서 버지니아주의 남쪽 끝 그레이슨 하이랜드 주립공원으로 가는 하이웨이에 미국의 경제 회복을 보여주듯 트럭들이 길을 가득 채우며 질주한다. Rhododendron 트레일에 들어서면 애팔래치안 트레일과 만난다.

해발 5,700피트의 로저스산으로 들어가는 트레일에서, 3월에 조지아를 출발하여 두 달 만에 이곳을 지나는 Thru hiker들을 만날 수 있다. 생일을 맞이한 ‘트래픽 라이트’라는 트레일 닉네임의 젊은이가 오랜만에 샤워와 식사다운 식사를 하겠다며 매시갭 마을 식당으로 내려간다.

야생화에 매달려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을 감상하며 왕복 5마일의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하다 보면 리치몬드에서 300마일을 달려온 피로는 눈 녹듯 없어진다. 트레일 중에 이 주립공원의 상징인 야생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주립공원 끝 로저스산 입구에는 험지를 예고하듯, 조난사고에 대비하여 철제박스에 기록을 남기는 장부가 있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9월 말 메인주의 북쪽 터미너스 카타딘산에 도착한 하이커들은,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Mile 500의 근처 Damascus에 있는 Mt. Laurel Inn은 애팔래치아 하이커들이 쉬어 가는 저렴한 숙소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제로데이를 보내며, 다음 일정을 위해 정보교환과 재충전을 한다.


글, 사진 / 박명애 (세계여행 전문가)

박명애 씨는 마일리지와 포인트로 항공권과 호텔을 해결하며, 기적처럼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몸소 체험하며 얻은 정보와 사연들을 책과 블로그를 통해 공유한다. 저서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수상한 세계여행’ 1, 2, 3권이 있다. 그의 알뜰한 세계여행은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