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 동해안 화카타네(Whakatane)에서 48km 떨어진 화이트섬(White Island)은, 지구 내부의 격동하는 힘을 느껴볼 수 있는 해저 활화산이다. 뉴질랜드는 마그마가 40km의 지표를 뚫고 올라와 10여 km까지 접근해 있어,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함께 초대형 화산 폭발이 예상되는 위험한 화산대이다.
관광 명소 로토루아에서 출발하는 400불의 화이트섬 활화산 투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렌터카로 투어 요트가 출발하는 항구에서 200불로 투어에 합류하였다. 오전 8시에 4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요트는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화이트섬 앞에서, 2대의 조디악에 나누어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화산섬 깊숙이 들어가 지표 1km까지 접근한 마그마로 끓고 있는 화산호에서 지구의 심장을 느껴보았다. 구조헬기의 숨 가쁜 프로펠러 소리가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돌발적인 폭발에 대비하여 헬멧과 방독면을 썼지만, 지독한 유황 가스는 계속 트레킹을 방해한다. 샛노란 유황탑에서 거세게 분출되는 유황 가스는 언제든지 폭발할 기세로 위협적이다.
가끔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유황 가스를 산 위로 날려 보내 숨을 쉬게 해준다. 30분 정도 화산호까지 접근했다가, 재빠르게 고무보트가 있는 해변으로 내려왔다. 돌아 나오는 뱃길에 나타난 돌고래들이, 건강한 몸매와 자유로운 모습으로 요트 주위를 맴돌다가 앞서 헤엄쳐 나간다. 바다가 더 거칠어지자 이제 위험하니, 배 안으로 들어가라며 멀리 사라진다.
2019년 12월 9일, 뉴질랜드 일주 크루즈 Ovation of the Seas에서 내린 38명의 관광객이 이 화산섬을 찾았다. 오후 2시경 화산 폭발이 시작되자, 투어를 마치고 선착장 근처까지 내려왔던 23명은 즉시 배를 탔고, 늦게 선착장에 도착한 사람들 중 12명은 본토에서 날아온 3대의 헬기에 의해 구조되었다.
폭발 당일 1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었다. 2020년 중상자들이 사망으로 이어져, 호주인 14명, 미국인 5명, 뉴질랜드 가이드 2명 등이 희생되었다. 위험한 곳을 관광지로 개발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뉴질랜드는 2020년 12월 15일부터 관련 관광회사에 1백만 불의 벌금을 부과하는 공청회를 계속하고 있다.
1914년 이 개인 섬에서 유황을 채굴하던 10명의 인부가 화산이류로 사망하였다. 여러 번 작은 폭발이 일어난 후, 105년 만의 큰 폭발로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화이트섬 입도 관광이 금지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관광에 의지하여 살던 화카타네 지역의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글, 사진 / 박명애 (세계여행 전문가)
박명애 씨는 마일리지와 포인트로 항공권과 호텔을 해결하며, 기적처럼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몸소 체험하며 얻은 정보와 사연들을 책과 블로그를 통해 공유한다. 저서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수상한 세계여행’ 1, 2가 있다. 그의 알뜰한 세계여행은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