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면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 6월 예비선거가 있지만 벌써 존 챙(사진) 주 재무장관,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시장, 개빈 뉴섬 부지자 등 유력 후보들이 나서면서 열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신년 기획의 일환으로 주요 후보들과의 인터뷰를 마련한다. 첫 주자로 존 챙 캘리포니아 주 재무장관을 만났다.
“아시안 후보라는 점도 의미가 크지만 모든 주민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
존 챙(John Chiang·54) 주 재무장관이 당선되면 최초의 아시안 주지사 탄생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한인커뮤니티와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 온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인 챙 장관은 지난 1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모든 주민을 하나로 아우르는 주지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무궁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모든 인종이 융합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는 “그가 이제 모든 미국인의 리더가 된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 정책을 펼쳐나가면서 ‘모든 국민의 리더’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만계인 챙 장관은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을 거쳐 조지타운 법대를 졸업했다. 국세청(IRS)에서 근무한 뒤 그레이 데이비스 전 주지사의 변호사로 활동했고, 바버러 박서 연방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도 일했다. 조세형평국 위원을 시작으로 2007년 가주 회계감사관, 2014년 주 재무장관 등 정치적으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소득과 교육 불균형 해소에 정책 우선순위”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아시안 정치스타’ 존 챙(John Chiang) 캘리포니아 재무장관이 새 역사에 도전한다. 캘리포니아 최고위 선출직인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2018년 6월에 예비선거가 열린다. 당선되면 캘리포니아 역사상 첫 아시안 주지사다.
한인커뮤니티의 주요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 한인커뮤니티와도 매우 친숙하다. 최근 본지를 방문한 챙 장관의 정치관과 공약 등을 들어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 공식취임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유독 ‘안티-트럼프’ 정서가 심한데
“트럼프 당선인은 과감한 공약들을 내걸었다. 당선되면 주지사로서 그와 함께 불법체류자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가주는 경제적으로 합법 이민자들뿐 아니라 불체자들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일부 공약들을 재고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밝힌 정책 중 가장 걱정되는 대목이 무엇인가
“우리 사이에 벽을 놓으면 안 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모두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미국은 다양성을 수용할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캘리포니아는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주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이 캘리포니아의 주택문제와 일자리 해결에도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줬음 좋겠다.”
무역협정이 대선 때 가장 큰 쟁점이 됐다. 캘리포니아와도 여러모로 직결되는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트럼프의 무역관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미국의 제조업이 부흥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단 무역전쟁을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말한 것처럼 관세와 벽을 통해 미국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하면 물품 가격이 올라간다.”
불법체류 이슈도 큰 논란이다. 당신의 견해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벽 설치에는 반대한다. 멕시코가 장벽 건축비를 제공한다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불체자 문제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들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장벽이 불체자 이슈의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케이트 스타인리 법안을 지지하나?
“먼저 스타인리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매우 민감한 이슈다. 일단 이민법과 관련 로컬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니라고 본다. 범죄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우리의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2015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멕시칸 불체자의 ‘묻지마 살인’ 등이 불체자와 불체자 보호도시 이슈에 큰 불을 지폈다. 불체자 프란치코 산체스(47)가 샌프란시스코 유명 관광 항구에서 아버지와 산책하던 케이트 스타인리(당시 32세)를 총격 살해했다. 산체스는 중죄 전과가 7건 있었고 5차례나 멕시코로 추방된 전력이 있었다. 산체스는 그해 4월15일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구치소에서 풀려났지만 구치소 측에서 산체스의 석방 사실을 이민단속국(ICE)에 통보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시가 불체자들에 대한 ‘불체자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체자 보호도시(Sanctuary city)를 반대하나?
“로컬정부가 연방이민법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 그런 반면 로컬정부도 주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로컬정부와 연방정부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범죄는 막아야 한다. 동시에 주민들도 보호해야 한다.”
캘리포니아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하다. 빈곤층을 돌봐야 한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고속열차 프로젝트가 예산문제로 논란인데
“고속열차 아이디어 자체는 지지한다. 예산이 문제다. 가주 납세자들에게 프로젝트 공사비를 전적으로 의존하면 안 된다. 민간 기업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북가주에 비가 많이 왔고 올해 들어 남가주에 비가 많이 오고 있다. 가뭄해갈에 도움이 됐나
“다소 도움이 됐다고 본다. 그러나 비보다는 눈이 중요하다. 눈이 많이 쌓이는 것이 가뭄 해갈에 가장 효과적이다. 이번 비로 인해 단기적인 문제는 해결했지만 장기적인 문제는 아직 안 풀렸다고 본다.”
교육 불균형도 문제인데
“경제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는 것처럼 교육도 마찬가지다. 모든 커뮤니티에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지역 학교와 교육 기관들이 모두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동참해야 한다. 또 교육위원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 자녀를 고소득층 자녀들이 다니는 좋은 학교로 보내면 절대 성적이 올라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돈보다는 관심이 중요하다.”
거주지 우편번호가 중요하다는 얘기 같다
“현재로선 절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뿐 아니라 건강보험 등 거주지 우편번호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노숙자 문제가 심각하다
“매우 심각하다. 특히 싱글맘들이 거리로 계속 쫓겨나고 있다. LA는 미 전역에서 노숙자들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다. 저소득 주택 마련이 시급하다. 내가 재무장관이 됐을 때 가장 중요시했던 현안 중 하나가 바로 저소득층 주택 마련이었다. 종전에는 연 1만4000여 유닛의 주택이 마련됐다. 내가 재무부를 맡았을 때는 2만5000개로 올렸다. 이런 페이스라면 노숙자 해결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3~5년내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한다.”
재개발국(CRA)이 사라지면서 저소득 주택 마련이 직격탄을 맞았다
“몇 년 전 가주가 재정난에 휩싸이면서 주정부에서 CRA를 없앴다. 브라운 주지사는 CRA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CRA 자체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CRA에서 예산 남용이 있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도(Coronado) 시의 수백만 달러 주택 프로젝트를 비롯해 골프 리조트를 건설하는 데 예산이 투입된 것은 엄연한 세수 남용이었다. 원래 CRA 예산의 20%는 무조건 저소득층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쓰였다. 그 부분을 골자로 해서 CRA를 다시 부활시키고 싶다.”
여동생이 살해당한 비극을 겪었는데
“4남매다. 여동생과는 매우 친했다. 내가 8살 더 많았다. 어디를 가든 항상 여동생을 함께 데리고 다녔다. 나와 여러모로 매우 비슷했다. 관심거리도 같았고. 또 법대도 나처럼 조지타운에서 나왔다. 연방의회에서 일했고 나중에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지칠 때 새벽 2시에 느닷없이 전화해도 항상 내 넋두리를 들어주곤 했던 동생이었다. 그때 동생은 동부에 살아서 새벽 5시였음에도. 동생이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존재가 사라진 것 같았다.”
※챙 장관의 여동생 조이스는 1999년 1월9일 워싱턴DC에서 집에서 4블록 떨어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나온 뒤 유괴당했다. 3개월 뒤 그의 사체가 포토맥 강에서 발견됐다. 사인이 12년 동안 밝혀지지 않다가 워싱턴DC2011년에 살인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한인커뮤니티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권익을 위해 앞장 설 것이다.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과 함께 손잡고 한인들에게 무료 소득세 서비스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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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