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돈 내고 볼만해?
비록 브리짓 존스의 빨간 일기장은 빨간 아이패드로 바뀌었지만, ‘폭풍 공감‘의 힘 만은 여전하다. 그녀와 함께 울고 웃으며 자라왔던 여성들이라면 공감의 깊이는 더욱 커질 것. 나이가 들수록 멋져지는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의력 감상은 덤.
브리짓 존스가 돌아왔다. 그리 예쁘지도 않고 어리숙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노처녀들의 희망‘, 바로 그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다.
1편이 나온 게 2001년, 2편이 나온 게 2004년이니, 무려 12년 만이다. 그 사이 브리짓의 얼굴엔 주름이 조금 더 늘었다. 일 적으로는 꽤 성공을 했지만, 연애 면에선 아직도 ‘꽝‘이다. 알콩달콩 잘 살 줄 알았던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와도 결별한 상태다. 그런데 그 와중에 브리짓이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애 아빠가 누군지도 확실치 않다. 친구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 술 김에 일을 쳐 버린 마크 다아시냐, 아니면 뮤직 페스티벌에 갔다가 화끈한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긴 잭(패트릭 뎀지)이냐,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벌어지는 흥미로운 소동.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브리짓 존스 베이비(Bridget Jones’s Baby)’를 보는 재미다.
영화 개봉에 앞서 두 주연 배우 르네 젤위거와 콜린 퍼스를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휴 그랜트는 어디갔냐고? 아쉽지만 이번 편에선 그의 모습을 직접 만나 보긴 힘들다.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직접 영화를 보시길.
르네 젤위거
확실히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얼굴이다.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그녀에게 ’12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영화 시작 15분 만에 완전히 다시 브리짓 존스에게 빠지게 되더라‘고 하니, 예의 그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속삭이는 듯한 말투로 ‘아, 그렇게 말해줘 정말 고맙다‘며 수줍게 웃었다. 정말, 브리짓 존스가 다시 돌아왔다.
– 브리짓 존스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게 된 기분이 어땠나.
“아주 흥분됐다. 스크립트를 읽는 내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날 웃게 했다. 이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행복했고, 오랜 친구들과의 동창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그 사이 브리짓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했을까를 발견하는 것도 나에겐 즐거운 경험이었다.”
–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1,2편을 다시 봤나.
“물론이다. 마치 나의 ‘비주얼 다이어리‘를 꺼내 보는 느낌이었다. ‘아, 저땐 저랬었지‘ 하는 느낌이랄까. 십수년 전이지만 영화 속 그려진 그 시대도, 20대 후반의 여성이 당면하는 문제들도, 굉장히 순수해 보이더라. 그 때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아주 어렸고, 할리우드 세계나 쇼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낯설었고, 경험도 훨씬 적었고, 아주 순진했다.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다는 것, 내 사적인 영역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영화가 아직도 시기적절하게 느껴지고 이 시대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기뻤다.”
– 10여년 동안 브리짓 존스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설정했나.
“샤론 머과이어 감독과 브리짓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일적으로 많은 걸 이뤘고, 그래서 더 자신감에 차 있고, 그래서 덜 순진해졌을 거라 생각했다. 일례로,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어졌을테니 패션 면에서 좀 더 나아진 걸로 설정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낙천적이고, 못말리게 빈구석이 있고, 그렇지만 결코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렸다.”
– 할리우드에서는 최근들어 더욱 여성 중심의 영화를 찾기 힘들어졌다.
“그런면에서 브리짓 존스 역할로, 여성이 중심인 영화의 주인공으로 돌아올 수 있어 아주 기쁘다. 이번 영화는 여성 작가, 여성 감독, 여성 프로듀서가 만들었다. 어거지로 그리 만든 게 아니라, 굉장히 자연스럽게 팀이 꾸려졌다. 사람들이 이런 조합과 영화의 주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도 좋다. 그 가치와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여성 중심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다들 더 깊이 느껴줬으면 좋겠다. 최근들어 여성 영화인들이 누군가의 ‘허락‘이나 ‘초대‘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경계를 넘나들며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흐름을 지켜보는 것은 참 흥분된다. 게다가 이에 대한 반응도 좋으니 금상첨화다. 이 작업물들이 수익성까지 갖추고 있단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곧 더 많은 기회가 생기리라고 본다. 앞으로 2년 정도 후엔 이런 이야기가 더 이상 이슈조차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하지만 할리우드는 여전히 40대 이상 여배우들에겐 더 가혹한데.
“기본적으로 사람사이의 관계나 인간의 본질 같은 걸 다루는 영화 자체가 안 만들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나이든 여성을 위한 영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황금 연못‘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퀸‘ 처럼, 훌륭한 영화가 얼마나 많나. 이런 작품들이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 시장성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면, 앞으로도 기회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 에이미 슈머 같은 신세대 여성 코미디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멋지고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코미디에 있어 여성의 영역을 확장시켜 가고 있는 존재다.”
– 그간 영화계를 잠시 떠나 있었는데. 뭘하고 지냈나.
“영화랑 상관없는 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내 다른 관심사나, 나도 몰랐던 나의 면모에 대해 탐험해 볼 시간이 필요했고, 인간으로서 성장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필름 비즈니스의 사이클 안에 계속 있다 보면, 그럴 시간이 없고 새로움을 경험하지 못하곤 한다. 결코 내가 배우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불만이 아니라,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엔, 그렇게 사는게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모두 궁극적으로는 내 연기에 좋은 발판이 되어 줄거란 생각도 들었다. 경험이 없다면, 좋은 스토리텔러도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완전 ‘은퇴‘를 했던건 아니다. 대학생때부터 구상했던 TV쇼의 스크립트도 써봤고, 프로듀싱에 대해서도 배웠다.”
– 그래도 굉장히 용감한 결정이었다.
“인생은 한 번 뿐 아닌가. 궁극적으로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는 거니까. 물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나 자신이 굉장히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애도 없고, 의료보험 때문에 어디 묶여 있을 필요도 없는 사람이라. 다른 책임질 일이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두려움없이 결정을 할 수 있었다.”
–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촬영 현장에서 좀 더 편안해졌나.
“그렇진 않다. 난 여전히 불안하다. 늘 ‘짤리면 어쩌지?’ 걱정한다. (웃음)”
– 휴 그랜트가 하차했는데.
“그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엄청 크게 실망했다. 휴 그랜트한테 이메일 보내서 ‘뭐 하느라 출연을 안하는거냐‘고 장난으로 묻긴 했는데, 서로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안했다. 새로 아기가 태어나서 바쁜거 아니겠나.(웃음) 직접 들은게 없으니, 그가 왜 하차했는지에 대해 내가 대변해줄 수는 없을 것 같다.”
– 대신 패트릭 댐지가 합류했다.
“댐지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었다. 미스터 다아시와 잭의 새로운 다이내믹을 보는게 아주 즐거웠다. 그 덕에 콜린도 미스터 다아시를 조금은 다르게 연기했는데,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둘이 나를 들고 병원으로 뛰는 장면은, 너무 웃느라 촬영이 힘들 정도였다. 둘 다 팔이 아주 국수처럼 너덜너덜해졌을거다. (댐지는 카 레이서이기도 해서) 늘 어디 레이싱 경기에서 이기고 돌아왔다며 촬영장에 나타나곤 했다. “
– 영화 속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데.
“이거 하난 확실히 말해 줄 수 있다. 절대 앞이 뾰족한, 조막만한 키튼 힐을 신고 이틀 동안 ‘강남스타일‘을 추는 짓은 하지 말라. 진짜 미친짓이다. 내가 ‘강남스타일‘을 잘 못춘 건 아는데, 그래도 정말 즐거운 촬영이었다. 함께 춤 춘 아이들도 진짜 귀여웠다.”
– 임신한 여성을 연기하는건 어땠나.
“라텍스와 글루를 엄청 사용한 모조 배를 차고 있어야 해 덥고 냄새도 엄청 났다. 진짜 무거웠다. 나야 밤이 되면 그걸 뺄 수라도 있지, 그러지 못하는 진짜 임신한 여성들에겐 저절로 존경심이 생기더라.”
– 어릴적 칵테일 웨이트리스로 일할 때 인생에 관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배웠나.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고상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흑백논리란 얼마나 바보같은 것인지. 무지와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지 등. ‘심리학개론‘ 수업에서도 절대 배우지 못할 삶의 지혜들을 많이 배었다.”
– 4편이 만들어진다면, 어쩌겠나.
“아마도 ‘예스‘ 아닐까.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콜린 퍼스
딱 영화 속 마크 다아시다. 까칠한 이미지처럼, 좀처럼 웃지도 않고, 농담도 웃음기 없는 얼굴로만 한다. 질문에 대한 대답도 미국식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법 칼같이 잘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럼 어떤가. 이렇게 멋진데. 한국에서의 폭발적 인기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빨리 가보고 싶어 죽겠다“고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극 중 ‘강남스타일‘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그가 ‘강남‘ 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을 언급하며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냐“고 묻기까지 했다.
– 다시 마크 다아시 역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어땠나.
“쉽진 않았다. 물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도전까지야 아니었겠지만,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그간 보수적 영국남자 역할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 하나하나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다아시의 ‘영혼‘을 소환해 오는 과정이 필요했다. 게다가 이렇게 인기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15년의 시간이 지나면, 나보다 관객들이 그 캐릭터에 대해 더 잘 기억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영화 1탄을 다시 보면서, 다아시의 대사 톤 등을 리마인드 하기 위해 노력했다.”
– 1탄을 다시 보니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내가 출연한 영화를 다시 보는 건 쉽진 않다. 겸손해서 그런게 아니라, 자기가 한 일을 돌아보고 ‘성찰‘한다는게 원래 그렇지 않나. 자기 목소리 녹음한 걸 다시 들으면 어쩐지 낯설고 못견디게 쑥스럽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는, 그때 우리가 얼마나 좋은 영화를 만들었던가 새삼 다시 깨달았다. 로맨틱 코미디로서가 아니라 작품 그 자체가 좋더라. 그저 웃기기만 한게 아니라 감동적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던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단 걸 깨달았다.”
– 흘러간 1990년대가 아주 순수해보여, 조금은 센치해졌을 법도 한데.
“약간 그렇긴 하더라. 하지만 요즘 사회는 6개월 전만 돌아봐도 완전 딴 시대 같은 세상이다. 우리가 영화를 작년 11월에 찍었는데, 그 사이에도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나.”
– 소셜 미디어 이전의 시대에 대한 향수도 생길 것 같다.
“맞다. 확실히 우리가 의사소통하는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페이퍼 다이어리를 쓰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게 순수의 척도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 혹시 소셜 미디어를 써야겠단 생각은 안드나.
“해보라고 권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대화가 그리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난 ‘해볼까‘ 하는 생각도 안든다. 물론 소셜 미디어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그게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지도 안다. 하지만 나에겐 별 쓸모를 못 느낀다. 젊은 배우들 중에서도 소셜 미디어 안하면서 성공한 배우들도 많지 않나. 분명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시대지만,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나도 시대에 뒤처지고 싶진 않지만, 다행히 아직 배역은 들어오니까.”
– 1편을 만든 샤론 머과이어 감독이 다시 합류했는데.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어찌 보면 그녀가 돌아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브리짓 존스‘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샤론에게 ‘브리짓 존스‘는 그저 일이 아니라 굉장히 개인적인 작업이다. 원작자인 헬렌 필딩과도 절친이고, 원작 속 브르짓의 친구 캐릭터 중 하나는 샤론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샤론은 영화의 코믹한 측면, 로맨틱한 측면에만 관심을 갖는 감독이 아니다. 사람들이 왜 브리짓을 보며 아파하는지, 브리짓은 왜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지, 왜 이런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브리짓과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됐는지 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또 전 편에 비해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점도 아주 의미가 있었다. 우리 배우들에게도, 또 관객들에게도, 그리고 다시 돌아온 샤론에게도 말이다. 그만큼 모두가 다 나이가 들고, 경험도 쌓이고, 후회도 있고 했을테니까.”
– 마크 다아시는 왜 이렇게 브리짓을 좋아할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나. 나도 브리짓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걸. (원작자인)헬렌이 그렇게 썼고, 르네가 그렇게 표현했다. 코미디적인 요소를 위해 브리짓을 아주 엉망진창에, 사고뭉치로 그려놓긴 했지만, 사실 브리짓은 아주 능력도 있고, 유약하지만 사랑스럽고, 영리하고, 위트있고, 지적인 사람이다.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고, 독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성공적이며 강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 용감하고, 정직하고, 가까이 하기 쉬운 사람이기도 하다. 비밀이 없는, 오픈 북 같은 캐릭터다. 다아시와는 정 반대 캐릭터다. 다아시가 할 수 없는 걸, 브리짓은 할 수 있다. 사실 마크 다아시 캐릭터의 근본은 제인 오스틴에게서 시작된다. 19세기 초 여성의 시선에서 본 영국남자의 전형 말이다. 사회적 지위는 높지만, 엄격하고, 멀게 느껴지고, 판단하기 좋아하고, 만사가 못마땅한 남자다. 브리짓은 이런 남자가 자길 깔 볼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아시는 브리짓이 자기를 구원해주고 부드럽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거라 생각하는 거다. 그 멀게만 보였던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는 순간, 거기서 진정한 로맨스가 나오는거 같다.”
– 다아시와 잭은 누가 진짜 아기 아버지인지도 모르면서, 브리짓에게 헌신한다. 이런 설정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나?
“비현실적이진 않다. 비슷한 경우를 봤고, 실제로 아버지 후보들이 이런 상황을 굉장히 잘 받아들이더라. 마크와 잭의 관계는 예전 마크와 대니얼의 관계와 비교하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마크와 대니얼은 진짜 꼬마 아이들처럼 싸웠다면, 마크와 잭은 그저 싸우는 게 아니라, 뭘 해야 할 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달까.”
– 많은 사람들이 배우 콜린 퍼스와 마크 다아시를 동일시 하는데.
“당연히 내 모습의 일부가 있다. 특히 수트를 입으면 더 마크 다아시 같아지는거 같고, 티셔츠를 입으면 훨씬 편안한 캐릭터가 되는 것 같다. 나에겐 마크 다아시와 비슷하지않은 면도 많다. 그리고 난 아빠로 산 세월이 25년이나 됐다. 아주 명백히, 마크 다아시와는 다른 부분이다.”
– 패트릭 댐지가 연기한 잭 캐릭터와의 긴장관계는 어떻게 만들었나.
“패트릭을 만나자마자 그를 좋아하게 됐다. 굉장히 지적이고, 다가가기 쉽고, 재미난 사람이더라. 상대배우와의 관계에서 이런 친밀감이 생기면, 필요한 다이내믹은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따라오는 것 같다. 게다가 패트릭은 잭 캐릭터를 굉장히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만들어갔다. 잭은 그저 시니컬한 나쁜 남자와는 거리가 멀다. 앞선 두 편의 영화와 비교해보면 알수 있다. 앞의 두 영화에선 아주 매력적이고 영리하고, 브리짓을 사랑하나, 정직하지 못한 나쁜 남자(대니얼 클리버–휴 그랜트)가 있지 않았나.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다아시에게도 더 힘든 도전이다. 어떤 면에서 잭은 마크와도 비슷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똑똑하고, 브리짓을 사랑하고, 심지어 브리짓에게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다. 그에 비해 마크는 , 끊임없이 브리짓을 실망시키는 사람이다. 섹시하고 로맨틱한 남자와 맞서, 브리짓에게 줄 수 있는 거라곤 너무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익숙함과, 끝없이 실망만 시켰던 기억 뿐인 마크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가가 핵심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 관객들이 마크 다아시를 응원할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나. 내 생각엔 반반 나뉠 것 같다. 이건 그냥 매력적인 나쁜 남자와, 재미없지만 착한 남자 사이의 경쟁은 아니다. 사람들의 경험에 따라, 연애관에 따라 다른 선택의 문제다. 잭이 로맨틱하고 매력적이기 때문도 있지만, 브리짓이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새로운 시작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 잭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면에서 잭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낙천적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은 잭에게 더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랑은 ‘집에 오는 것 같은 편안함‘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마크 다아시는 한결같은 일관성을 상징한다. 그 모든 시간과 감정의 소용돌이들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 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면, 다아시를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 관객들이 브리짓 존스를 왜 이렇게나 좋아할까.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내 맘대로 짐작하긴 싫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뭘 느껴야 하는지 미리 정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하지만 약간은 ‘탈출‘의 의미를 갖긴 하는것 같다. 가볍고 코믹하면서, 한편으로는 아프고 멜랑콜릭한 면도 있으니까. 또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에겐 각별히 공감을 사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파트너를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말이다. 꼭 외로워서만이 아니라, 싱글이라는 사실로 사회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게 힘들어서 누군가를 찾고자 하는 걸 이해해주는 영화 아닌가. 사실, 1편으로부터 1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브리짓 존스‘를 보며 자라왔던 사람들이 이 영화에도 공감을 할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다.”
– 혹시 ‘킹스맨2′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는지.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친구들을 만나러 세트장에 몇 번 갔었다는 점, 그리고 2편은 분명 나온다는 것, 그것도 아주 훌륭한 영화로 완성될 거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글 / 이경민 기자
‘겅민양의 돈내고 볼만해?’ 는 영화&엔터 전문 이경민 기자가 목숨걸고 추천하는 금주의 핫 공연 &이벤트와 화제 인물을 다룹니다. lee.rachel@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