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가왔다. 영화계의 가장 큰 축제인 아카데미를 26일 일요일 5시 30분부터 ABC에서 아카데미를 시청하기 전에 무엇을 알아둬야 할까?

아카데미 내부적으로는 주요부문에 누가 수상할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햇살’과 ‘달빛’의 대결이다. 작품상과 감독상에서 라라랜드와 문라이트가 경쟁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연애와 꿈 이야기를 엮어낸 라라랜드와 차별과 학대로 점철된 고된 인생을 사는 흑인 동성애자의 삶을 그려낸 문라이트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하지만 우리 가슴에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는 면에서는 닮아있다.

한편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이슈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를 집어 삼켰던 다양성 논쟁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와 트럼프의 대결은 아카데미에서의 정치적 발언으로 정점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한 케이시 애플렉의 ‘성폭력 이슈’도 인터넷을 통해서 광범위 하게 퍼지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정리했다.

 

주요부문 수상은?

작품상

Arrival

Fences

Hacksaw Ridge

Hell or High Water

Hidden Figures

La La Land

Lion

Manchester by the Sea

Moonlight

수상유력: La La Land

라이벌: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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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의 승자를 예상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아카데미에 앞서서 열린 시상식들에서 수상한 작품을 살펴 보는 것이다. 골든 글로브가 특히 아카데미 예상에 중요한 시상식이다. 라라랜드는 골든 글로브에서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코미디뮤지컬부문 작품상까지 받았다. 가장 유력한 작품이라고 얘기되는 이유다.

아카데미는 ‘영화에 대한 영화’를 좋아한다. 2012년 수상작 아티스트나 2016년 수상작 버드맨을 보면 이런 경향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라라랜드에 나오는 할리우드는 더없이 낭만적이다. 젊은이들의 꿈이 현실이 되는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카데미가 좋아할 만한 소재를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선보였다.

라라랜드의 복고적인 연출 또한 아카데미 취향에 잘 맞는다. 할리우드가 항상 그리워하는 황금기의 느낌이 영화 곳곳에 살아있다. 수상기록, 소재, 연출. 모든 것들이 라라랜드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말하고 있다. 매체들 또한 라라랜드의 수상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하는 중이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문라이트다. 골든글로브에서 드라마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흑인 동성애자가 사는 20년의 인생을 담백한 시선으로 그려내서 150여개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지난 해 아카데미가 다양성에 대한 비판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면 ‘동성애자’와 ‘흑인’이라는 소재를 모두 녹여낸 이 작품은 아카데미의 진보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영화기도 하다. 500만 달러라는 제작비를 쓴 문라이트는 과연 ‘기적’을 일궈낼 수 있을까?

감독상

Denis Villeneuve (Arrival)

Mel Gibson (Hacksaw Ridge)

Damien Chazelle (La La Land)

Kenneth Lonergan (Manchester by the Sea)

Barry Jenkins (Moonlight)

수상 유력: Damien Chazelle

라이벌: Barry Jenkins

Damien Chazelle poses for a portrait at the 89th Academy Awards Nominees Luncheon at The Beverly Hilton Hotel on Monday, Feb. 6, 2017, in Beverly Hills, Calif. (Photo by Chris Pizzello/Invision/AP)

재즈 매니아로 알려진 데미언 차젤레 감독은 재즈와 관련된 영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단 두 편의 영화로 할리우드 중심에 섰다. 32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빠른 성장이다. 차젤레의 연출력은 원숙한 면이 보이고 천재보다는 거장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가 감독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젊은 거장의 탄생이다. 이미 그는 골든 글로브에서도 감독상을 받으면서 수상확률을 높였다.

베리 젠킨스는 차젤레와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2008년 독립영화로 주목을 받았으나 제대로 된 작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TV 드라마 작가나 광고영상을 촬영하면서 절치부심했다. 결국 첫 장편상업영화인 문라이트를 선보이기 까지 8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젠킨스는 문라이트의 원작 소설 ‘흑인 소년도 달빛 아래서는 파랗게 보인다’를 훌륭하게 영상으로 옮겨냈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담백한 필치가 돋보인다. 평론가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이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기대된다.

남우주연상

Casey Affleck, Manchester by the Sea

Andrew Garfield, Hacksaw Ridge

Ryan Gosling, La La Land

Viggo Mortensen, Captain Fantastic

Denzel Washington, Fences

수상유력: Casey Affleck

라이벌: Denzel Washington

FILE - This Feb. 6, 2017 file photo shows Casey Affleck at the 89th Academy Awards Nominees Luncheon in Beverly Hills, Calif. Affleck is nominated for an Oscar for best actor in a leading role for his work in "Manchester By The Sea." (Photo by Jordan Strauss/Invision/AP, File)

남우주연상의 수상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혼전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케이시 애플렉이다. 그는 최고의 배우이자 감독으로 유명한 밴 애플렉의 동생으로 형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캐릭터와 완전히 하나가 된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도시 보스턴에서 혼자 살다가 갑작스럽게 형이 숨을 거두고 시골 마을 맨체스터에서 조카의 보호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한 남자. 애플렉의 연기는 이런 그의 속마음을 과묵하게 보여준다.

1950년대 인종차별이 심각하던 때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온 힘을 다하는 가장 역할을 맡은 덴젤 워싱턴이 강력한 경쟁자다. 특히 부인 역으로 나온 비올라 데이비스와의 호흡이 매우 좋았기에 더욱 더 연기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어서 연기력을 최대치로 끌어낸 모양새다.

라라랜드에서 눈빛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켰던 라이언 고슬링이 수상한다 하더라도 놀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했던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의 연기는 충분히 상을 받을 만 하다.

여우주연상

Isabelle Huppert, Elle

Ruth Negga, Loving

Natalie Portman, Jackie

Emma Stone, La La Land

Meryl Streep, Florence Foster Jenkins

수상유력: Emma Stone

라이벌: Isabelle Huppert

Emma Stone arrives at the 89th Academy Awards Nominees Luncheon at The Beverly Hilton Hotel on Monday, Feb. 6, 2017, in Beverly Hills, Calif. (Photo by Jordan Strauss/Invision/AP)

할리우드는 ‘꿈의 도시’로 불린다. 하지만 동시에 꿈을 이루고 싶은 수많은 청춘들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기 때문에 ‘깨어진 꿈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을 가장 유력한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에서 보여준 연기는 할리우드가 여전히 꿈의 도시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할리우드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엠마 스톤의 수상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라이벌이라면 많은 평론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자벨 위페르다.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캐릭터는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아주 강렬하다. 성폭행을 당한 뒤에 신고하지 않고 범인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여성이다. 하지만 그 안엔 또 복잡한 욕망과 가정사가 꿈틀대고 있다. 불안한 정신상태를 그려내는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는 유럽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어로 연기를 한다는 약점이 있어서 수상가능성은 미지수로 보인다.

 

아카데미를 둘러싼 이슈들

다양성의 문제는 해소됐을까?

지난 해 아카데미는 ‘백인 잔치’라는 비판을 들었다. 2년 연속 남여주조연상 후보 20명 가운데 유색인종이 단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파이크 리와 윌 스미스 등의 영화인들이 아카데미를 보이콧했다. 수상을 결정하는 6000여 명의 아카데미 회원 중 90% 이상이 백인 남성이라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회장 셰릴 분 아이작스는 아카데미 후보선정에 인종차별을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그 외에 다양한 부분에서 다양성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카데미 회원에 다양한 인종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임권택, 봉준호, 송강호, 최민식 등 한인들도 영입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성 논쟁’은 종식된 모양새다. 올해는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 주요부문에 많은 배우들과 감독들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적 발언들의 홍수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이 골든 글로브에서 공로상을 받을 때 했던 수상소감이 화제를 모았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애인 기자를 흉내 내며 조롱한 것에 대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괴롭히기 위해서 자신의 위치를 사용한다면 우리 모두가 패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하면서도 강렬했다. 전세계 뉴스에 보도될 정도였다.

올해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로 트럼프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가 보수정권과 각을 세운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아카데미를 수상한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수상소감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던 적도 있다. 할리우드와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전’을 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훨씬 더 많은 정치적 발언들이 예상된다.

Meryl Streep

케이시 애플렉의 성추행 논쟁

2010년 케이시 애플렉은 영화 ‘I’m Still Here’를 촬영중이었다. 영화에서 애플렉과 함께 일하던 여성 두 명은 성추행 혐의로 애플렉을 고소했다. 애플렉이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들이 자고 있는 침대에 올라왔고 여성이 자리를 피하려 하자 팔을 세게 잡으며 방에 남아있기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애플렉에게 요구한 금액은 각각 200만 달러와 225만 달러. 그는 알려지지 않은 금액을 두 여성에게 지불하고 합의를 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는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맞고소를 하지는 않았다.

7년 전에 끝난 사건이 다시 수면에 오른 것은 케이시 애플렉이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성폭력과 관련한 ‘의혹’이 있는 배우에게 최고의 영애를 안겨줘도 되는지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들이 이에 대해 비판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렉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소음”이라는 단어로 사건을 간접 언급하며 논란을 더욱 더 커졌다.


디지털부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