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계의 최대 축제 프라임타임 에미 어워즈 (이하 에미상)가 2일 앞으로 다가왔다.
갈수록 커져가는 TV의 위력에 따라서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에미상 시상식을 보기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정리했다.
새로운 사회자 콜베어
69회 에미상은 9월 17일 오후 5시에 열린다. LA 타운타운의 마이크로소프트 씨어터에서 진행되며 CBS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지난 해에는 ABC 방송국의 간판 토크쇼 호스트인 지미 키멜이 사회자로 나섰다. ABC에서 에미상을 중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CBS가 생중계를 맡으면서 사회자 또한 스티븐 콜베어로 교체됐다. 콜베어는 한인들에게는 가수 비와의 대결구도로 유명하며 2014년부터 CBS의 간판 토크쇼 레이트 쇼를 맡고 있다. 이미 2013년 에미상에서 최우수 버라이어티쇼 부문을 수상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SF냐 판타지냐
후보가 발표 되고 나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와 웨스트월드다. HBO의 SF 드라마 웨스트월드는 22개 부문에 오르면서 최다후보로 올랐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는 알렉 볼드윈의 트럼프 대통령 연기와 멜리사 맥카시의 션 스파이서 대변인 연기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역시 22개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 해 드라마 부문은 왕좌의 게임이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자리나 다름 없었다. 23개 부문 후보에 올라서 12개 부문을 수상하며 드라마 시리즈 부문 상을 독식했다. 하지만 올해는 새롭게 나타난 신작이 많다. 최다부문 후보에 오른 웨스트월드와 전 미국을 열광으로 몰아간 스트레인저 씽스, 논쟁적인 주제를 과감한 필치로 그려낸 핸드메이즈 테일 또한 강력한 후보다.
하지만 올해 가장 경쟁이 치열할 분야는 코미디 시리즈 부분이다. 지난해 수상작인 비프가 다시 한 번 수상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모던 패밀리, 실리콘밸리, 블랙키쉬 같이 아쉽게 고배를 마신 작품들도 다시 한 번 수상을 노린다. 거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애틀랜타가 최고의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양성의 고려
지난 몇 년간 할리우드는 다양성에 대한 비판을 받아 왔다. 그래서 각종 시상식에서 다양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에미상에서도 소수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대거 후보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미디 부문이다. 흑인 특유의 문화를 그린 두 가지 시리즈 블랙키쉬와 애틀랜타가 수상을 노리고 있다. 래퍼이자 코미디언, 작가, 배우로 활동중인 도널드 글로버가 제작 및 주연을 맡은 애틀랜타는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아서 수상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지난 해에 이어서 아시안의 자존심은 넷플릭스에서 코미디 시리즈 마스터 오브 논을 만든 아지즈 안사리가 세워주고 있다. 인도계 미국인으로서의 삶을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이 시리즈는 지난 해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도 애틀랜타의 도널드 글로버, 마스터 오브 논의 아지즈 안사리, 블랙키쉬의 앤소니 앤더슨이 후보로 올라 유색인종이 후보의 반을 차지했다.
거물들의 경쟁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영화배우들보다 급이 낮다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물급 배우들이 대거 TV로 무대를 옮기면서 이는 옛말이 됐다. 에미상의 연기부문 후보들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드라마 남우주연상 부분은 대배우 앤소니 홉킨스를 비롯해 스포트라이트의 리브 슈라이버, 하우스 오브 카드의 케빈 스페이시 등 거물급 배우들이 경쟁을 펼친다.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에는 니콜 키드먼, 수잔 서랜든, 리즈 위더스푼 처럼 수식어가 필요없는 여배우들이 후보로 올라왔다.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은 로버트 드니로,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완 맥그리거의 삼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부문 후보
◆코미디 부문 작품상
Atlanta (FX)
black-ish (ABC)
Master of None (Netflix)
Modern Family (ABC)
Silicon Valley (HBO)
Unbreakable Kimmy Schmidt (Netflix)
Veep (HBO)
가장 치열한 부문 중 하나다. 올해 아쉽게 후보에 들지 못한 트랜스페어런트를 제외하면 작년과 같은 작품들이다. 빈자리는 새롭게 시작한 시리즈 애틀랜타가 채웠다. 애틀랜타는 한 시즌 만에 평론가와 관객에게 동시에 격찬을 받으면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지난 해 수상한 빕의 2연패가 유력하다. 지난 해에 이어서 또 한 번 아주 좋은 시즌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정치적인 이슈가 많이 터져 나온 올해 정치코미디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매체가 빕의 수상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에 대해 고려를 한다면 애틀랜타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누가 이길 것인가? Veep
◆코미디부문 남우주연상
Anthony Anderson, black-ish (ABC)
Aziz Ansari, Master of None (Netflix)
Zach Galifianakis, Baskets (FX)
Donald Glover, Atlanta (FX)
William H Macy, Shameless (Showtime)
Jeffrey Tambor, Transparent (Amazon)
쟁쟁한 배우들이 모여 있는 자리지만 거의 모든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도널드 글로버의 수상이 확실시 된다. 애틀랜타의 제작자이자 작가기도 한 도널드 글로버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중요한 배역으로 캐스팅 된 상태고 스파이더맨에도 얼굴을 비쳤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성공했으며 래퍼로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소울을 기반으로 한 음반을 냈다.
다재다능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이미 골든 글로브에서 주연상을 받았기 때문에 수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경쟁자로는 마스터 오브 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아지즈 안사리가 있다.
누가 이길 것인가? Donald Glover
◆코미디부문 여우주연상
Pamela Adlon, Better Things (FX)
Tracee Ellis Ross, Black-ish (ABC)
Jane Fonda, Grace and Frankie (Netflix)
Lily Tomlin, Grace and Frankie (Netflix)
Allison Janney, Mom (CBS)
Ellie Kemper, Unbreakable Kimmy Schmidt (Netflix)
Julia Louis-Dreyfus, Veep (HBO)
빕을 이끌어가고 있는 줄리아 루이-드레이퍼스가 가장 강력한 후보다. 대부분의 매체가 드레이퍼스의 손 쉬운 수상을 점치고 있다. 이번에 수상하면 같은 분야에서 무려 6번 연속 수상하는 것이다. 이미 수상여부보다는 드레이퍼스의 ‘독재’가 언제 끝날까에 더 관심이 쏠려있다.
이미 드레이퍼스는 에미 역사상 가장 많이 후보에 오른 여배우이며 가장 많이 수상한 여배우로 등극했다. 코미디부문 여우주연상은 드레이퍼스의 것이다.
누가 이길 것인가? Julia Louis-Dreyfus
◆드라마부문 작품상
Better Call Saul (AMC)
The Crown (Netflix)
The Handmaid’s Tale (Hulu)
House of Cards (Netflix)
Stranger Things (Netflix)
This Is Us (NBC)
Westworld (HBO)
정말 쟁쟁한 작품들이 모여 있어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단골로 작품상을 가져가던 왕좌의 게임이 후보에 들지 못하자 다양한 드라마들이 ‘대권’을 노리고 있다. 매체마다 예상하는 작품들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핸드메이즈 테일과 스트레인저 씽스, 디스 이즈 어스의 삼파전으로 보인다.
세 작품 모두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핸드메이즈 테일은 SF지만 사실은 사회성이 매우 짙은 시리즈다. 출산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미래에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고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쓰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트레인저 씽스는 미스터리와 SF가 뒤범벅 되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가 일품이다. 디스 이즈 어스는 따듯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절묘한 연출과 편집으로 보여줘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누가 이길 것인가? The Handmaid’s Tale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
Matthew Rhys, The Americans (FX)
Bob Odenkirk, Better Call Saul (AMC)
Kevin Spacey, House of Cards (Netflix)
Liev Schreiber, Ray Donovan (Showtime)
Sterling K. Brown, This Is Us (NBC)
Milo Ventimiglia, This Is Us (NBC)
Anthony Hopkins, Westworld (HBO)
디스 이즈 어스의 스털링 K 브라운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연예전문매체 배니티 페어가 “만약에 쉽게 돈을 따고 싶다면 브라운의 남우주연상 수상에 걸어라”라고 말할 정도다. 사실 브라운은 이미 지난 해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의 OJ 심슨 파일에 출연해서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연기력은 이미 검증 받았다는 것.
아메리칸스의 매튜 라이스나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덴커크가 그나마 브라운의 수상을 저지할 수 있는 라이벌로 불리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누가 이길 것인가? Sterling K. Brown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
Keri Russell, The Americans (FX)
Claire Foy, The Crown (Netflix)
Elisabeth Moss, The Handmaid’s Tale (Hulu)
Robin Wright, House of Cards (Netflix)
Viola Davis, How to Get Away With Murder (ABC)
Evan Rachel Wood, Westworld (HBO)
여우주연상 부문도 크게 이견이 없다. 핸드메이즈 테일에서 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이끌어 간 엘리자베스 모스의 수상이 유력하다. 모스는 매드멘 등의 유명 시리즈에 참여해서 무려 7번이나 에미상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지난 해에도 수상한 비올라 데이비스. 데이비스는 이미 덴젤 워싱턴과 함께한 영화 펜스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번에 에미상에서도 수상하면 같은 해에 3관왕에 오르게 된다.
누가 이길 것인가? Elisabeth M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