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밤이라고 불리는 그래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이 경쟁을 했고 그래미의 상징인 축음기는 최고의 스타들에게 돌아갔다. 물론 시상뿐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화려한 공연 또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음악계의 모든 스타들이 결집한 2월 12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주인공은 ABC(Adele, Beyonce, Chance the Rapper)였다. 59회 그래미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아델 (Adele) – 주요부문 싹쓸이 하지만 발목 잡은 무대공포증

그래미는 다시 한 번 복고적인 감성에 손을 들어줬다. 아델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라는 주요 부문 3개를 모두 가져갔다. 최우수 팝 보컬 앨범과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또한 아델의 차지였다. 올해 그래미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아델이었다.

최우수 앨범상을 받을 때는 이번 그래미에서 주요부문을 놓고 경쟁했던 비욘세를 “내 인생의 아티스트”라며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상소감의 많은 부분을 비욘세의 레모네이드 앨범이 상을 탔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래미 상을 반으로 쪼개 반쪽짜리 상을 비욘세에게 건넸다.

하지만 조지 마이클의 추모 공연에서 아델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지 마이클의 추모 무대를 하는 도중 노래를 멈추고 “노래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냥 계속하는 것은 조지 마이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고개를 돌리고 욕설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서 수상소감 때 이에 대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지난 해 그래미에서도 음 이탈을 한 아델이기 때문에 아쉬움을 더욱 컸다. 아델은 자신의 무대공포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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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 (Beyonce) – 만삭의 여왕이 보여준 최고의 공연

아델 과의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비욘세는 주요 부문 모두에서 고배를 마셨다. 최우수 어반 컨템포러리와 최우수 뮤직비디오 수상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비욘세의 공연이 최고였다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쌍둥이를 임신해서 만삭의 모습으로 나온 비욘세는 격렬한 춤을 추지는 못했지만 의자에 앉아서 웅장하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왕이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한편 비욘세의 친동생 솔란지도 생애 첫 그래미를 수상해서 화제를 모았다. 솔란지는 2001년 데뷔한 베테랑 뮤지션이지만 언니의 그늘에 가려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2014년 엘리베이터 안에서 형부인 제이지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사고뭉치의 이미지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커리어를 차분히 쌓아서 뮤지션으로 인정을 받았고 결국 그에 대한 결실이 수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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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스 더 래퍼 (Chance The Rapper) – 흙수저 래퍼 성공기

챈스 더 래퍼는 그래미 후보에 오를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의 앨범 컬러링북이 스트리밍 전용 앨범으로 발매됐지만 그래미 수상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사상최초였다.

게다가 그는 대형 음반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독립적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이는 그래미가 대형 음반사들의 로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비판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흙수저 래퍼’가 베스트 랩 앨범과 베스트 랩 퍼포먼스는 물론 주요부문 중 하나인 올해의 신인상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자수성가로 3관왕에 오른 챈스 더 래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올해 그래미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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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A Tribe Called Quest) – 정치적 메시지, 저항하라

트럼프 당선 이후 이후 열린 연예관련 시상식은 대부분 안티 트럼프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 골든 글로브 등의 대형 시상식에서는 항상 정치적 발언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번 그래미에서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 유일했던 정치적 메시지는 베테랑 힙합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TCQ)의 무대에서 나왔다. 그들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의 사람들을 모두 무대로 불러 올려서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동시에 그들은 ‘저항하라’라는 가사를 반복했다.

조이 빌라라는 무명의 가수는 레드 카펫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Make America Great Again’의 문구가 커다랗게 그려진 드레스를 입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진정한 트럼프 지지자가 아닌 ‘관심끌기용’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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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