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매년 그렇듯 치열한 경쟁작들이 있어서 후보 발표 때도 화제가 풍성했다. 특히나 다양성 논의에 있어서 훨씬 더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가고 있다.
후보가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슈 7가지를 정리했다.
최다 후보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
항상 기괴하고 마술적인 비주얼로 할리우드에서는 비주류로 남았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올해의 승리자였다. 무려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 대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델 토로 감독은 이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최다 후보라는 영예를 안았다. 안타깝게도 감독상만을 받았으나 아카데미에서는 더 선전을 기대해 볼만 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차 대전 영화 ‘덩케르크’는 8개 부문에, 성폭행 후 살해된 딸의 복수를 위해 시골 마을에 광고판을 설치한 어머니의 이야기 ‘쓰리 빌보드’는 7개 부문에 오르면서 셰이프 오브 워터의 뒤를 쫓고 있다.
사상최초 조던 필
조던 필만큼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바뀐 사람이 있을까? 그는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코미디언으로 유명했다. 3분 내외의 짧은 스케치 코미디 ‘키앤필’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가 제작, 각본, 연출을 맡은 ‘겟 아웃’이 2017년의 깜짝 흥행작으로 급부상하면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각광받는 감독이 됐다.
아카데미에서도 그는 보상을 받았다. 사상 다섯번째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흑인 감독이 됐다. 그리고 흑인 감독 사상 최초로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에 동시에 오르기도 했다. 인종차별을 독특한 방식으로 다룬 ‘겟 아웃’은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고배를 마신 옥자
한국 작품 중에서는 시각효과 부문에서 1차 후보 10개의 작품에 들었던 ‘옥자’가 유일하게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각효과 부문 최종 후보는 ‘블레이드 러너 204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콩: 스컬 아일랜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 5편이 선정됐다.
한국에서는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택시운전사’를 출품했으나 1차 후보작에도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스필버그의 실패
올해 누구보다 아카데미를 기대했을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그가 만든 ‘더 포스트’는 제작 당시부터 작정하고 아카데미 노리고 만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라는 ‘아카데미용 배우’들이 출연한데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폭로하려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언론의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의적절함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행크스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스트립만여우주연상 후보에 겨우 올랐다. ‘더 포스트’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는 했으나 스필버그는 크게 실망하고 있을 것이다.
코비와 단편 애니메이션
농구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도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 ‘농구에게’에 참여했다. ‘농구에게’는 2015년 코비가 은퇴할 당시 쓴 동명의 시를 토대로 만든 5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시를 통해서 그는 농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담담하게 표현했고 디즈니의 베테랑 감독 중 하나인 글렌 킨은 연필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방식으로 이를 표현했다.
코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감격을 표하고 킨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수퍼히어로들의 부진
마블의 수퍼히어로들이 몇 년째 극장가를 휩쓸고 있을 때도 아카데미는 인색한 평가를 보였다. 시각효과 등의 분야에서 상을 주는 일이 많았을 뿐 아카데미에서 ‘쾌거’를 거둔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에는 원더우먼이 큰 기대를 받았다. 여성이 감독한 여성의 액션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이야기 구조도 훌륭해서 주요 부문에 오를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단 한 개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수퍼히어로의 유일한 희망은 로건이었다.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로 많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결국 각색상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제임스 프랭코와 성추행 혐의
제임스 프랭코는 올해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 그가 신작 ‘디재스터 아티스트’에서 보여준 연기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아카데미를 후보를 위한 투표가 끝나기 하루 전인 1월 11일 프랭코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고발이 나왔다. 프랭코는 이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부인했지만 이러한 혐의가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 평론가들은 ‘디재스터 아티스트’가 영화를 정말 못 만드는 최악의 감독에 대해서 풍자적으로 만든 영화기 때문에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제임스 프랭코는 후보 발표 직후 ‘아카데미에서 냉대를 받은 스타’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