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의 주도 보이지에서 달 표면 같은 용암지대 ‘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으로 가는 중이었다. 가는 도중에 트윈폴스 시가 있었다. 트윈 폴스에는 아이다호주의 작은 나이아가라 폭포라 불리는 쇼쇼니 폭포가 있다. 폭포는 트윈 폴스 도심에서 약 7마일 떨어진 스네이크 강 지류에 있고 입장료를 받았다.
“폭포 아래 깊은 계곡 강물과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폭포의 물줄기가 대단하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낙차가 170피트인데 이곳은 40피트 이상 더 높은 212피트나 된다.”
하지만 쇼쇼니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비교가 안 되는 작은 곳이다. 물이 마른 가을에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는 초라했다. 무책임한 인터넷 매체의 과장된 여행기에 속은 것에 화가 났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이아가라 폭포, 그랜드 캐년 등 유명 관광지를 들먹이며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여행객들이 소셜미디어에 자랑하듯 무책임하게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이다.
아이다호는 험한 지형으로 백인 이주민들이 늦게 들어온 곳이다. 1805년 영국인들이 처음 답사했다. 1860년 북부의 피어스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1880년대 철도가 개통되면서 백인들이 본격적으로 와 농업, 목축업, 임업 등에 종사했다. 척박한 곳이라 특히 감자농사가 많았다.
아이다호주는 로키산맥 근처에 위치해 평지는 적고 전지역에 걸쳐 삼림지대와 협곡이 가득하다. 산은 황량한 모래산이고 분지로 가야 물과 나무가 있다. 스네이크 강은 아이다호주 서북쪽에서 발원해 와이오밍주 옐로스톤과 붙어 있는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까지 1078 마일을 흘러간다. 스네이크 강과 계곡을 따라 보이지, 트윈 폴스, 아이다호 폴스 등의 도시가 형성됐고 강을 접한 평야에서는 농사를 했다.
아주 오래 전에 스네이크 강 유변은 울창한 숲이었다. 네즈퍼스, 쇼쇼니족 인디언들이 살았던 곳이다. 스네이크 강은 아이다호의 생명줄이다. 스네이크 강을 따라서 형성된 협곡에 있는 두 개의 폭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 트윈 폴스로 들어갔다.
93번 국도를 통해 148미터 깊이의 협곡을 남북으로 잇는 아찔한 페린 브리지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며 무모하다 할 정도의 도전을 일삼던 스턴트맨 이블 크니블이 생각났다.
그랜드 캐년의 협곡 사이를 점프하려는 스턴트 허가를 받지 못한 이블 크니블은 장소를 물색하다 스네이크 리버 캐년을 발견했다. 1974년 9월 8일 ‘X2 스카이사이클’이라는 특수제작한 스팀엔진 오토바이를 사용해 스네이크 리버 캐년을 뛰었다. 점프를 하자 낙하산이 펴졌고 이블 크니블과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는 강어귀에 떨어져 실패했다.
마침 몇몇 젊은이들이 이블 크니블을 비웃듯 다리 난간을 뛰어내리고 있었다. 그들의 낙하산이 펴지는 3초의 시간이 마치 한 시간처럼 느껴지고 손에 땀이 났다. 짜릿한 공포감으로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려는 요즘 젊은이들과 100여 년 전 생존을 위해 다리를 놓던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