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박물관 Museum of Edgar Allan Poe
1914 E Main St, Richmond, VA 23223
나는 70년대 후반 거친 군대생활을 했다. 하사관학교에 차출돼 보병 분대장 교육을 6개월 받고 수색대를 거쳐 신병훈련소 내무반장을 지냈다. 신병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교육하고 인원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안전이 신경쓰여 늘 긴장됐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군생활 후반기에는 조교들이 생활하는 교도대 내무반장을 했다. 기간병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여 지내기 수월했다. 집과 학교로 복귀할 생각에 설레는 날들이었다. 교도대 막사 안에는 나이 먹은 고양이가 있었다. 내무반 옷장에 새끼를 낳아 키웠다. 밤에 새끼 고양이들이 내무반 침상 위에서 종횡무진이었다. 어미 고양이는 매일 쥐를 잡아 내무반 입구에 가져다 놓았다. 머리 없는 쥐도 끔찍했고 고양이도 싫었다. 내무반원들이 상의해 고양이를 영외 강 건너 멀리 보냈다.
유럽인들은 검은 고양이를 악마의 상징이나 흉조로 여겼고 중국인들은 질병과 빈곤과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반면 영국의 어부들은 위험을 막아준다고 여겼고 스코틀랜드에서는 호황이나 부귀의 징조로 여겼다.
나는 오래 전에 읽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영향으로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1843년에 발표된 검은 고양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를 기른다. 술버릇이 나쁜 주인공은 점차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동물과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어느 날 플루토가 그의 손을 깨물자 발작적으로 그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며칠 후에는 나무에 매달아 죽여 버린다. 그는 양심의 가책으로 다른 애꾸눈의 검은 고양이를 기르지만 목의 흰 반점이 교수대를 연상하게 했다.
신경질적이고 난폭하게 변한 주인공은 지하계단을 내려가다 고양이 때문에 넘어질 뻔했다. 그는 화가 나 손도끼를 집어들고 고양이를 죽이려다 손을 들어 말리는 아내를 죽인다. 아내의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숨길 때 자신도 모른채 고양이도 함께 넣고 벽을 발랐다.
경찰이 아내의 실종을 조사하러 왔을 때 고양이의 비명으로 그의 범죄가 발각된다. 체포된 주인공은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괴기스럽고 공포를 주는 이 작품은 사람 성격이 후천적인 변화에 의해 악해지는 과정과 막다른 곳에 이른 범죄자의 이상심리 현상을 묘사하고 있다. 검은 고양이는 프랑스 비평가이자 시인 샤를 보들레르에 의해 직접 번역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에드가 앨런 포는 40세의 짧은 생을 미스터리 하게 살다 갔다.
포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의외성 등은 시인 보들레르를 비롯해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포는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다운타운 동쪽 오래된 주택가에 에드거 앨런 포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3살 때 고아가 된 포가 존과 프란세스 앨런 부부에게 입양돼 청소년이 될 때까지 함께 살았던 곳이다.
애드거 앨런 포 관련 미국내 최대 박물관에서 포의 문학적 유산, 철학, 사상 등을 마주할 수 있다. 포 박물관에는 검은 고양이들이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