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밴드 #Scrunchies
90년대 한창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 ‘스크런치 scrunchie’가 무려 2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한국에서 흔히 ‘곱창밴드’라고 불렸던 스크런치는 둥글고 긴 통 모양의 천 속에 고무줄을 넣어 만든 헤어 액세서리다. 일반 고무줄 머리끈에 비해 머리카락에 자극이 덜 가고 장시간 머리를 묶은 뒤 풀었을 때 자국이 덜 남는다는 장점 때문에 특히 긴 머리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김희선, 심은하, 핑클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유행을 리드했다. 특히 김희선은 1999년 SBS 인기 드라마 ‘토마토’에서 스크런치를 착용하고 출연했는데 그녀가 하고 나왔던 스크런치는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소문이다. 또 미국에서는 하이틴 영화 ‘헤더스’에서 여자 주인공들이 빨간 스크런치를 하고 등장해 많은 소녀들의 ‘must-have’ 패션 아이템이 되었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스크런치는 ‘촌스러운 아이템’ 으로 전락했다.
당시 유행하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사라 제시카 파커) 마저도 한 에피소드에서 스크런치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스크런치? 적어도 뉴욕에선 여자들은 더 이상 스크런치 안 해. 뭐 화장실에선 할 수도 있고.”
그랬던 스크런치가 다시 약 2년 전부터 슬금슬금 셀레브리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패션 ‘인싸템’이 되어버렸다.
가수 저스틴 비버와 오랜 친구로 지내다가 작년에 결혼해 이제는 헤일리 비버가 된 유명 모델 헤일리 볼드윈이 모델계에 스크런치의 컴백을 처음 알린 장본인이다. 이후로 벨라 하디드, 지지 하디드, 켄달 제너, 등 많은 모델들이 캐주얼한 데일리룩 뿐만 아닌 공식 석상에서도 스크런치를 착용해 트렌드를 리드했다.
스크런치를 여자들만 착용하라는 법은 없다. 지난 2월 24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아쿠아맨’ 제이슨 모모아 역시 핑크색 벨벳 수트에 같은 핑크색 ‘Fendi’ 스크런치를 착용해 많은 눈길을 끌었다. 긴 머리를 가진 그는 최근에 스크런치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Jason Momoa’s matching scrunchie is such a mood #oscars pic.twitter.com/NkmP20V7PT
— liotta at the end of goodfellas (@prettylittty) February 25, 2019
스크런치의 컴백으로 많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스크런치를 출시하고 있다. 특히 ‘룰루레몬’이나 ‘알로 요가’ 같은 액티브 웨어 브랜드들이 최근 부쩍 스크런치를 내놓고 있는 것은 스크런치의 편리성과 실용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운동복들의 색상과 매치되는 스크런치를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계산대 근처에 디스플레이 함으로써 운동복 마니아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가격은 보통 $8에서 $15정도.
캐주얼하게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럭셔리 스크런치’도 있다. 실크나 가죽 같은 비교적 고가의 소재로 만든 스크런치들은 120달러에서 200달러 가까이 된다. 특히 주얼리 디자이너 ‘소피 부하이’는 작년 120달러에 실크 스크런치를 선보여 많은 인기를 끌었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온라인 직구’로 주문했다고 한다.
참신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브랜드 ‘발렌시아가’도 가죽으로 만든 스크런치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가격은 $170-$195.
글 구성 / 정재이